과학과 전통의학의 가교
최인영 동국대학교 본과 3학년
지난 9월 27일에서 29일까지 제주도 제주신화월드 랜딩컨벤션센터에서 제37회 ICMART 국제학술대회(International Council of Medical Acupucture and Related Techniques 2024, 이하 ICMART 2024)가 개최되었다. 전 세계 총 36개국에서 1,100명에 달하는 각국의 의료인과 연구자가 모인 세계적인 침술 학술대회였다. 포스터를 발표한 참가자의 시선으로, 또 행사를 준비했던 자원봉사자의 시선으로 느꼈던 단상을 남기고자 한다.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본 통합의료의 현재와 미래
ICMART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 설립된, 전 세계 35,000명의 침술 관련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의료 침술 단체다. ICMART 설립 이래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그래서인지 특히, 동아시아권에서의 관심이 더욱 뜨거웠다. 214명이 구두 발표에 참여했고 247개의 포스터 발표가 있었다.
‘통합의학의 미래-침술, 의과학 및 기술의 융합’을 주제로 침 치료, 진단, 처방, 기술, 정책 등 연자들이 최신 연구 및 임상 동향을 소개했다. 첫째 날에는 keynote speech를 시작으로, 전침, 종양학, 한의학 R&D 사업, neuraltherapy, COVID 및 감염 질환의 관리, AI와 전통의학, 담적(痰積) 등의 강연이 있었다. 둘째 날에는 경혈,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뇌질환 연구, 의료기기 소개와 임상 시연이 주가 되었다. 마지막 날에는 소수의 강연과 엠버서더 포럼,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7개의 룸에서 동시에 여러 세션이 열려서 관심 있는 강연을 골라서 들을 수 있었다. 구연 발표는 주로 임상에 초점을 두고 있었지만, 기초 연구부터 정책까지 의료 전반을 어우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최한 전통의약 심포지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Asian development bank에 계신 김재균 선생님의 전통의학 국제개발협력과 역할 제언 강연을 들으면서, 국제 사회에서 한의학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오래도록 해왔던 고민이 해결되는 시간이었다.
사암침법을 활용한 심리 치료 기술인 마음침, 체형을 분석하는 3D 동작분석 기기, 니들 추적 기능을 탑재한 휴대용 초음파, 한국한의약진흥원 홍보 부스, 전통 다도 부스 등 다양한 콘텐츠의 전시가 준비되어 있었다.
‘학문 교류’에 더해 행사 전후로 있는 ‘인적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이 행사의 묘미다. 참여자들의 교류를 위한 갈라 디너와 개최 국가의 의료와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투어가 마련돼있었다. 추후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ICMART에 또 가게 된다면 교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술 교류와 네트워크의 장, 포스터 세션
필자는 동국대학교 진단학교실에서 박원환 교수님과 임동우 교수님 지도하에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하고 있다. 진단학교실에서는 처방 및 질환의 생물정보학적 분석과 한의약 소재의 효능 검증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진단학교실의 소개로 암 요양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임상 한의사(안정윤 한의사)의 진료 기록에서 얻은 유의미한 증례를 기반으로 한 포스터를 제작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Effect of Gambihwan on Reducing Bodyweight in a Patient During the Postoperative Follow-up Period of Cancer:A Case Report’라는 임상 케이스 보고를 발표했다.
단독으로 처음 발표하는 자리라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우려와는 다르게 자유로운 분위기로 질문이 오갔고 심사가 진행됐다. 한약의 효능에 초점을 둔 연구라서 그런지 동아시아권 참여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였다. 기존에 20분으로 안내된 발표 시간을 훌쩍 넘어서도 토론은 계속되었다. 발표 후, 대만과 일본의 연구자가 명함을 주었고 연구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했다.
세계 각국의 연구자와 의견을 나누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발견했다. 추후 연구에서 보완할 부분 역시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적인 학술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연구할 기회를 주신 박원환 교수님과 임동우 교수님, 발표 자리를 마련해 준 ICMART에 감사드린다. 이번 포스터 발표를 통해 한의과학자로의 꿈에 한걸음 다가가는 값진 경험이었다.
학교 밖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행사 현장에서 운영진으로 근무했던 시간은 나흘이지만, 서포터즈로 선발된 이래 여섯 달간 긴 호흡으로 행사를 준비해왔다. 한의학의 세계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서포터즈 다섯 명이 모인 ‘5타쿠’ 팀에서 외국인 참여자를 대상으로 ICMART 2024를 안내하는 콘텐츠를 SNS 플랫폼에 발행했다.
현장에서는 사전 등록 인원을 접수하고 수료 확인증을 발급하며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데스크에서 주로 업무를 봐서 강연을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맡은 역할이 좋았다. 등록대에 있으면서 학회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을 맞이했고, 마지막에는 인증서 발급으로 배웅했다.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후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데스크는 특히 행사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더욱 친절하게 임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일까, 의외의 선물을 받았다. 학회가 정말 만족스러웠고 친절하게 응대해 줘서 고맙다며 독일 의사가 식권을 선물하고 갔다.
사전 홍보부터 현장 운영까지 서포터즈로 활동했던 모든 시간이 뜻깊었지만, 무엇보다 학교 안팎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한의사 선생님과 한의대 학생들을 알게 된 게 서포터즈 활동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데스크부터 의전을 담당하는 분들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5타쿠, E크마트, 둘넷여섯팀, 대신만나드립니다팀, 통역팀까지 23명의 현장 운영진이 활동하였다. 팀의 기여를 인정받아 척추신경추나의학회회장상을 수상했다.
한의학 저변 확장, 세계로 나아가는 한의학
ICMART 2024는 과학과 전통의학을 가교하는 자리였다. 한의학이 중심이 되어 통합의료의 주축에 섰다. 통합의학 안에서도 각자가 가진 개성이 모두 달랐는데, 인종적, 문화적 특성이 다르기에 나라마다 연구자마다 주안점을 두고 보는 포인트가 달랐다. 이번 학회에서는 한의사들의 참여가 활발하여 한의약의 발전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평소에 존경해왔던 연구자의 강연을 들으며 견문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필자가 배우고 몸담고 있는 한의약이 주가 된 국제행사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한 경험이었다.
학술대회를 성황리에 준비해 주신 대한한의학회 및 ICMART 조직위원을 비롯한 서포터즈 자원봉사자팀, 통역팀, 대신만나드립니다 및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ICMART 개최를 발판 삼아 전 세계 통합의료의 중심에서 한의약이 서게 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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