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에 안부를 묻다-38

기사입력 2024.10.2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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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MART 2024: 한의학의 국제적 도전과 협력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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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3학년 김지원, 오지원

    동의대학교 인공지능학과 3학년 전혜리

     

    초록이 무성하고 하늘이 푸른 9월의 제주에서 ICMART(International Council of Medical Acupuncture And Related Techniques) 2024가 개최되었다. 올해로 37주년을 맞이한 ICMART는 연구, 교육, 네트워킹을 통해 전 세계의 전문가간의 협력과 지식 공유를 도모하고, 침술의 과학적 이해를 증진하는 것을 주요한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조직이다. 

     

    아시아에서의 첫 개최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던 이번 대회의 대주제는 ‘future of integrative healthcare’로서, 각 세션에서 ‘한의학의 과거와 현재부’터 ‘연구개발의 어려움과 새로운 가능성’은 물론이고, ‘의료기기 및 ChatGPT와 AI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가 다뤄졌다. 전통악기와 신디사이저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바람유희(wind play)’ 무대를 오프닝으로 하여 시작된 대회의 열기는 3일간 많은 연구자들의 열정으로 식을 줄을 몰랐다.

     

    연구를 발표하다

     

    우리 연구팀은 지난 2월부터 ‘한의학과 인공지능의 융합’을 주제로 특허 동향 분석을 진행하고 있었고, 감사하게도 ICMART에서 구연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발표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은 우리 연구팀에게 상당한 동기부여가 되었고, 덕분에 길었던 연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발표는 Room2에서 진행되었던 Session 2-2에서 이뤄졌다. 

     

    우리의 연구는 지금껏 없었던 한의학 분야에서의 AI 관련 특허 동향을 분석함으로써 향후 두 분야의 융합 연구 및 특허 출원에 필요한 초석을 제공했다는 시사점을 가진다. 좌장님께서 발표 이전에 이러한 새로운 접근을 알아봐주시고 따뜻한 소개말을 해주셨다. 연구 대상 특허의 출원연도, 출원인, 의료단계(예방, 진단, 치료), 사용된 AI 기술과 데이터 유형 등을 분석한 결과를 중심으로 한 발표에 많은 청중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경청해주셔서 감사했다. 사실 ICMART의 공식 언어가 영어였기 때문에 발표와 질의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어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로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연구 결과를 소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발표를 끝내면 후련한 마음이 가장 클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우리 팀원들은 모두 앞으로의 연구나 발표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고 싶다는 향상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귀한 경험 덕분에 원동력을 얻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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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스에 참여하다

     

    메인홀에는 다양한 기관에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부스가 이어져 있었다. 특히 8번에 위치한 부스에서는 휴대용 초음파 SC1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우리는 직접 주사기를 들고 바늘이 어디를 향하는지 화면을 보며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바늘이 시술부위로 가고 있으면 파란색, 도착했으면 초록색, 그 부위를 지났으면 빨간색 표시를 2차원 단면 영상에 나타내주어 초음파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도 이해가 잘되었다. 처음 시도에는 바늘을 넣어도 색깔 확인이 어려웠는데 2-3번 정도하니 금방 초록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초음파를 쉽게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또 다른 부스에서는 한의계 체형분석 솔루션인 iBALANCE에서 자세 측정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고사양 3D 센서와 화면으로 구성된 기기를 사용해, 발매트에 맞춰 정면, 측면, 후면의 자세를 측정하였다. 정면에서는 어깨와 골반의 기울어짐을, 측면에서는 거북목을, 후면에서는 3D 카메라로 신체의 좌우 균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분야이기도 하고, 진행 중인 연구와도 깊은 관련이 있어, 상용화된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 특히 카메라를 이용한 신체 감지는 종종 자신이나 물체로 인해 가려지는 어려움이 있는데, iBALANCE에서는 측면 측정 시, 귀 밑과 어깨를 기준으로 거북목을 판단하기 때문에 카메라에 귀와 어깨만 잘 보이면 된다고 한다. 이런 기술이야말로, 한의학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헬스케어 솔루션의 좋은 예시라고 생각된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 주제와 관련된 실제 사례를 접할 수 있어 더욱 의미 있었다. 

     

    구연발표를 청하다

     

    우리가 발표했던 Session 2-2에는 우리의 발표 외에도 인공지능과 한의학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들을 볼 수 있었다. 그중 기억이 남는 발표는 China Medical University의 학생들께서 연구하신 ‘Chat GPT’s Performance on the Classical Theories and Fundamental Knowledge in Taiwan’s National Chinese Medicine Licensing Examination’이었다. 

     

    이 연구는 Chat GPT에게 한의학 면허 시험을 풀게 하고, 사람과의 정확성 차이를 분석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Chat GPT의 정확성은 사람보다 거의 절반 정도 낮았다. 해당 연구는 현재 Chat GPT의 수준을 평가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Chat GPT는 공개적인 업데이트 없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성능을 평가하는 것보다는, Chat GPT에게 한의학 지식을 학습시킨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를 분석해보는 것도 흥미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가 한의학에 대해 어느정도 정보를 학습했는지 알 수 있어서 매우 인상깊은 발표였다.같은 세션에서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강연도 진행되었다. 주제는 ‘한의학 기술을 위한 디지털 전환 전략’으로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님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도래하는 시대에 한의사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되나, 오히려 앞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 수 없음에 초점을 맞추며 변화된 세상이 우리를 도와줄 수 없을 것이라 하였다. 박사님은 한의학 한계점인 부정확성과 주관성을 극복하고자 표준화된 질문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의학 문진 중 구갈(口渴)에 대해 물을 때 입안에 거즈를 끼워 정확성을 높이는 등의 예시도 발표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정량화된 한의 건강검진 프로토콜의 소개와 건강 검진 데이터의 통계량 및 분포들 설명으로 이어졌다. 인공지능이 도래하게 될 시대에 한의사들은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등, 박사님의 발표는 우리 연구팀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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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포스터를 읽다

     

    Room 밖에는 305건의 발표 포스터가 2개의 층에 걸쳐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28일 오후 4시 20분부터는 게재된 포스터의 연구진과 질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1대1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연발표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훌륭한 연구가 많았지만, 개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국립의료원의 하지수님께서 연구하신 ‘Firefighter’s Medical Use and Korean Medicine Experience in Korea’였다. 

     

    이 연구는 한국 소방관들의 신체 및 정신 건강 문제, 의료 서비스 이용, 그리고 미충족된 의료 요구를 조사하였다. 특히 한의학을 포함하는 통합의학에 대한 인식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소방관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소방관이라는 직군을 떠올린 것 자체가 새롭게 느껴졌고, 실제로 소방관을 모집하여 인터뷰를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한국 소방관의 업무 관련 부상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것은 의외의 지점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의료서비스의 해결책으로서 통합의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더 절실히 느껴졌다.

     

    이 외에도 NIKOM의 권소현님이 발표하신 ‘Research on Demand for Korean Medicine R&D Technology’라는 포스터가 있었는데, 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융합 기술의 개발을 위한 R&D 프로젝트를 주제로 하여 연구 필요성과 우선순위, 주요 기술동향을 확인한 것으로 우리의 연구와 상당히 닮아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여러 발표가 유사한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것을 보면서, 한의학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갈증이 분명이 존재하고, 이것을 타개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맺으며

     

    이번 ICMART 2024 학술대회는 한의학의 미래를 논하는 큰 대화의 장이었다. 한의학, 의학, 컴퓨터 공학, 유전 공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서로 의견과 통찰을 나누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를 통해 일본, 중국, 대만 등 전세계에 한국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중간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는 관심있는 연구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 한의학이 전통적인 의료 영역을 넘어 첨단 과학과 융합하며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었고, 전 세계 연구자들과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한의학의 국제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와 연구가 계속되어 한의학의 미래가 더욱 밝게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학부생으로서 이렇게 귀중한 연구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동의대학교 권찬영, 김성희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함께 연구에 힘써준 동료 연구원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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