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병 치료 전략 13

기사입력 2024.10.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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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레스는 어떻게 당뇨병을 유발할까요?
    만성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이 과식과 고당분 음식 섭취 및 신체 활동량 적게 만들어

    제강우 원장님.jpg


    제강우 원장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제강우 원장으로부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질환의 치료 전략을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중앙교육위원인 제강우 원장은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의사의 속마음>을 운영하며 올바른 한의약 정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배우게 됩니다. 저번 칼럼에서 고혈당 쇼크로 실신하신 분 말씀을 드렸지요? 우선 그분은 실신 이후에 기력과 식욕을 잃어 보약 처방을 해드렸고 이후 빠른 시간에 회복하셨습니다. 


    더불어 이참에 당뇨병도 치료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공복혈당 잰 것을 사진으로 찍어 한의원의 카카오톡 채널로 보내주시고 있는 등 섭취한 음식 사진을 계속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그렇게 당질이 많은 음식을 드시지는 않는 것이라 식이티칭을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분으로 보였습니다. 


    더 엄격히 시험적으로 한두 주 당질제한을 해보면서 공복혈당을 관찰해볼까 하는 중이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당뇨약을 드시면서 공복혈당이 125~130 정도 나오는 중 갑자기 공복혈당이 199가 찍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날에 드시는 음식이 여느 날하고 특별한 게 안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한의원에 내원하실 때 무슨 일이 있으셨냐고 여쭤보았습니다. 이 분이 말씀하기를 이때에 남편이 스트레스를 준 일이 있었다하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속 이야기를 더 하셨습니다. 사실 저번에 쓰러질 때에도 남편이 스트레스를 줘서 쓰러진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분의 혈당을 높인 주원인은 급성 스트레스였습니다.


    “한의사로서 당뇨병을 치료하는 보람 느껴”


    이 분은 음식 위주의 식습관 교정만을 할 게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가 주치료의 대상이 되어야 혈당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 같은 사항을 처음 쓰러져 본원에 보약 지어주러 같이 따라온 따님과 공유했습니다. 이후 따님이 온가족을 다 모아서 스트레스로 어머님이 기절한 것이라면서, 어머니께서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말자고 선언했습니다. 

     

    제강우님2.jpg

     

    또한 이 분은 만성 스트레스도 있고 잠을 깊이 못 주무시는 부분이 있어 그 다음에는 불면증과 스트레스 관련한 처방을 쓰면서 췌장 기능을 올려주는데 도움이 되는 홍국, 신곡을 넣어서 처방해 드렸습니다.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환자분은 현재도 저에게 매일 공복혈당 잰 것을 공유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106이 찍힌 날이 있었습니다. 그날 그 분이 저에게 기뻐하면서 카톡을 보내주셨습니다. “원장님 요새 스트레스 받는 것도 없고 예전보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좀 쉽게 넘어가고 했는데 어제 잠을 좀 깊이 잘 자니 몸이 개운하고 혈당이 이렇게 떨어졌네요.” 요즘은 공복혈당이 하향 평준화되어 99~125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번처럼 갑자기 공복혈당이 200 가까이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원장님 만나서 너무 좋다고, 이렇게 기쁘게 치료받는 분을 만나면 한의사로서 당뇨병을 치료하는 보람을 느낍니다. 여러분도 이런 경험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혈당 급격히 상승시켜”


    오늘은 스트레스와 당뇨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불안한 심리 상태나 스트레스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급성 및 만성 스트레스, 우울감이나 지속적인 불안감이 내당능장애를 일으키며 전당뇨병, 제2형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는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요즘 이스라엘에 전쟁이 한창입니다. 이스라엘 연구팀이 2012년 가자지구에서 발발한 8일 전쟁 이전과 전쟁 중에 조사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극심한 심적 외상을 단 한 차례 경험한 것만으로도 입원 환자의 혈당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내당능장애가 있는 경우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면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되기 쉽습니다. 2000년 네덜란드의 한 연구에서 과거 5년간 극심한 스트레스를 1회 이상 겪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1.2배 높았습니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를 3회 이상 경험한 사람은 3회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과거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제2형 당뇨 발병 확률이 1.6배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2007년 핀란드와 미국의 공동연구에서 대사증후군 징후가 없는 중년 여성 500명 이상을 평균 15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결과, 연구 개시 시점에 분노, 긴장, 스트레스를 자주 경험한다고 답한 여성들은 연구 기간 동안 대사증후군 발병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2009년 일본의 연구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남성은 연구 기간 동안 제2형 당뇨 발병 위험이 1.36배 더 높았고,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여성은 같은 기간에 발병 위험이 1.22배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진 적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전당뇨병을 당뇨병으로 진행시킵니다. 2008년 일본의 연구에서 공복 혈당 이상이나 내당능장애 중 한 가지 증세를 보이는 중년 남성 128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3년 만에 25% 이상의 피험자가 제2형 당뇨병이 발병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구 개시 시점에 스트레스 지수를 평가한 설문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피험자도 당뇨병 유병률이 4배가량 높았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당뇨병을 유발할까요? 우선 행동 성향을 생각해보면 이해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만성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 과식을 하거나 고당분 음식을 주로 섭취하면서도 신체활동량은 적은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행동 경향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입니다. 우울 증세는 활발하지 못한 생활습관이나 운동 수준 저하를 유발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점차 발전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와 수면 조절, 당뇨병 치료에 중요


    이외 스트레스와 신체의 생물학적 화학 반응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간을 자극하여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시켜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혈당을 일시적으로 급상승 시키죠. 하지만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이 같은 신체적 반응이 강력하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사실 인슐린 감수성 저하와 제2형 당뇨 예방 및 완화에는 만성 스트레스가 훨씬 더 위험합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당질코르티코이드라 불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농도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데, 이 호르몬은 시상하부-하수체-부신 축으로 알려진 연합체가 조절합니다. 

    이 연합체가 만성 스트레스, 불안감, 우울증으로 인해 만성적인 자극을 받으면 인슐린 감수성을 가장 크게 떨어뜨리는 지방인 내장 지방량이 늘어납니다. 혈중 코르티솔 농도가 증가할 경우 근육 및 지방세포의 혈당 관장 기능이 저하되고 인슐린의 신장 내 포도당 억제 효과도 떨어져 간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포도당이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코르티솔 효과(이와 동반되는 인슐린 증가)가 인슐린을 조절하는 췌장 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사실도 입증됐습니다. 

    고농도 코르티솔과 인슐린 저항성 및 당뇨병의 밀접한 연관성은 스테로이드 과용 또는 종양으로 인해 코르티솔 수치가 만성적으로 증가하는 쿠싱증후군 환자에게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대다수 쿠싱증후군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을 보이며 20%는 당뇨병에 걸린다는 사실로 위 사실이 증명됩니다. 


    또한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농도도 상승시키는데, 과다 저장 지방과 기타 스트레스 요인으로 인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은 인슐린의 신호 전달을 방해합니다. 불안, 만성 스트레스, 우울증은 수면의 질도 떨어뜨려 인슐린 감수성을 저해하고 제2형 당뇨 발병 위험을 높입니다.


    결국 스트레스로도 충분히 당뇨병을 발병케 할 수 있습니다. 역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잠도 푹 깊이 자도록 할 수 있으면 당뇨병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고혈당 쇼크가 된 이분에게는 저뿐만 아니라 따님이 치료에 중요한 기여를 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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