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상지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는 올 여름 강소한커과학기술유한공사(강소한커)를 통해 중국약과대학의 국제연수프로그램에 5명의 한의대생들을 보내 100여 명의 타 국가학생들과 수업을 듣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이 본란에서는 이들 학생들의 소감을 소개한다.
“내 한의학 식견이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아”
김시연 학생(본과 3학년)
고학년이 되며 임상에 가까워질수록 학교에서 배운 본초학과 방제학적 지식만으로 제가 임상에 나가서 처방을 다채롭게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과에서 중국 약과대학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프로그램이 처방을 적용하는데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해 참가하게 됐습니다.
연수는 난징 소재의 중국 1위 약대인 Chinese pharmacy university(이하 CPU)에서 2주간 진행됐고, 20여개 국가의 학생 100명이 참가했습니다. CPU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약대답게 연구와 학습을 위한 인프라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laboratory of multi-target natural medicine에는 천연약물이 어떤 기전으로 어떤 조직에 작용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고가의 장비들이 매우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전통의약 발전을 위해 학생들의 연구 시설에 국가적으로 굉장히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 같아 부러웠습니다.
연수 프로그램 강의는 이론 수업과 실습 수업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이론 시간에는 본초에 관한 지식뿐 아니라 기본적인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수업도 진행이 됐으며, 각각의 본초를 기원부터 약력 작용기전과 화학 구조까지 세세하게 배울 수 있었고, 제약산업 시장에 대한 수업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현대 제약산업에서 점차 항체치료제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한약이 이 흐름을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며 느낀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TCM을 대하는 글로벌 학생들의 태도였습니다. 약대 프로그램이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약학, 의학, 생물학 전공이었으며 TCM을 처음 접했다고 하는데 생소할 수 있는 전통의학적 관점을 잘 받아들이고 우호적인 태도로 임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의학이 경쟁력이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실습수업 시간에는 본초 박물관, 본초 연구소, 본초 정원, 난징 지앙닝 병원, 중국 제약회사 등 많은 곳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특히 CPU에서 연구를 위해 관리하고 있는 본초정원은 규모도 매우 거대했고, 관리하고 있는 본초의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본초 교수님께서 이론 수업을 마치신 후 본초정원까지 학생들을 모두 이끌고 걸어가시면서 학교 곳곳에 심어져 있는 본초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셨는데 학교 전체가 커다란 본초 정원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많은 식물들이 실은 제가 이미 배운 본초였음을 알게 되어 약간의 반성도 하였습니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제가 한의학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식견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의학의 가능성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공부할 것을 찾아 나서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의학도 얼마든지 글로벌화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언어공부에도 힘쓰겠습니다.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유준상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전통의학 연구자 인력풀과 기술지원 풍부”
서윤아 학생(본과 2학년)
이번 중국약과대학 연수는 중국 전통의학 연구시스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본과 2학년 약리학 수업의 일환으로 파킨슨병의 한약치료에 대한 논문을 검색한 적이 있었는데, 한약 관련 연구로 우리나라 논문은 찾기 어려웠던 반면, 중국 논문은 매우 많고 다양했습니다.
중국에서 진행된 연구들이 주요 저널에 실린 사례가 많은 것을 보고 중국의 전통의학 연구시스템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마침 중국약과대학에서 한의학 연수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기회를 통해 중국의 전통의학 및 연구 시스템에 대한 지견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됐습니다.
약 2시간 정도의 비행 후 도착한 중국 난징은 위진남북조 시대부터 중국인의 삶과 문화의 중심이었던 역사가 매우 깊은 도시이고, 고대와 현대가 잘 어우러진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난징 루커우 공항에서 택시로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중국약과대학에 도착했는데, 약과대학의 규모는 매우 방대하여 입구에서 기숙사 건물까지 약 2km의 거리를 걸어야만 해 첫 도착부터 중국의 규모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착 다음날부터 연수 일정이 시작되었는데, 첫 일정은 학교 캠퍼스 내 천연물신약 연구소를 견학했습니다. 이곳에는 광시트 형광현미경, 이광자 현미경을 비롯한 다양한 시설이 있어 대학 내외의 학생과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며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약과대학은 중약학(한약학), 약학, 해양생물약학 등 약학이 세분화돼있으며, 약대 학생들은 졸업 후 약사나 한약사라는 직업에 종사하기보다는 대부분 약학 연구 분야로 가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이는 연구 분야의 지원이 풍부해서 그런 것이며, 전통의학 및 천연물신약 분야 연구자의 인력풀과 기술지원이 모두 풍부한 상황이기에 중국의 전통의학 논문이 양적, 질적으로 우세한 이유일 것입니다.
연수 중, 현지 병원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특이했던 것은 치미병(治未病)과가 따로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은 미병단계를 벗어난 질병단계, 심지어 병원을 전전하다 치료가 잘 되지 않아 마지막으로 내원한 심각한 질병상태인 경우가 많은데, 중국에서는 이와 달리 치미병과가 따로 마련돼 있었고, 많은 환자들이 치미병과를 찾을 정도로 한의학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본 연수를 통해 중국 한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연수에 참가한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과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 방학 때는 이번에 만난 싱가포르 친구를 방문하여 카야토스트를 먹으러 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한의사가 될지를 구체적으로 고민”
김예나 학생(본과 1학년)
한약으로 만성질환인 건선을 치료받았던 경험으로 인해 평소 본초와 방제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매우 깊었습니다. 그러던 중 중국약과대학 하계 연수 프로그램의 기회가 생겼고, 본초와 방제에 대해 좀 더 넓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참여하게 됐습니다.
중국약과대학 하계 연수 프로그램은 2주간 진행됐는데 이론 수업과 실습 수업으로 구성되었고, 이론 수업 시간에는 처음에 기대했던 본초와 방제뿐만 아니라 약리학, 제약공학, 병리학, 면역학, 기초 한의학 이론까지 다양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그 중 본과 1학년 1학기 때 배웠던 병리학과 면역학 내용이 나오기도 해서 복습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실습 수업 시간에는 난징 지앙닝 병원(Nanging Jiangning Hospital)의 교수님들께서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중의학 술기에 대해 강의해주셨습니다. 교수님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직접 술기를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매우 유용한 수업이었으며, 특히 다양한 국적을 가진 학생들의 침과 뜸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계 속의 한의학을 몸소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특별했던 점은 견학이었습니다. 강의실에서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본초 박물관 및 정원, 제약 회사, 그리고 중국 병원까지 다양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특히 중국 약과대학 교내에 있는 거대 규모의 본초 정원이 인상 깊었는데, 연구를 위해 관리하고 있는 본초 정원에서 재배 중인 본초의 종류도 다양하고 그 양도 매우 많아보였습니다. 견학 후 중국약과대학에서의 본초 연구 규모가 궁금해서 함께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약과대학 연구생에게 물어보니 정확한 규모는 알지 못하지만 매년 상당한 수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외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아 치료’였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성인 위주의 치료만 생각했고 소아 치료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실습 수업을 통해서 ‘소아 추나’와 ‘삼복첩’에 대해 배우면서 소아의 한의학적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아 추나는 성인 추나와는 다르게 일종의 마사지에 가까운데 이를 통해 소아의 감기, 기침, 소화 문제까지 치료가 가능해 중국에서는 많이 쓰이고 있는 치료법입니다. 또한 중국에서 ‘san fu tie’라고 불리는 삼복첩은 여름에 초복, 중복, 말복 시기에 한약을 직접 신체에 붙이는 치료법으로 겨울철의 소아 감기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등이나 허리 통증 완화에도 효과가 있어 중국에서는 소아와 성인 모두에게 잘 쓰이는 치료법이라고 합니다. ‘소아 추나’와 ‘삼복첩’처럼 소아도 편안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른 한의학적 치료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져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중국약과대학 하계 연수 프로그램은 한의학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자 어떤 한의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값진 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신 유준상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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