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방한의학회지에 ‘한의사 예방접종을 위한 한의학 교육 분석’ 연구 게재
[한의신문] 한의사의 예방접종 수행 역량을 검토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한의과대학 교육 및 한의사 보수교육 분석을 통해 향후 예방접종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을 제안한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발간된 ‘대한예방한의학회지’ 제28권 제2호에는 ‘한의사 예방접종을 위한 한의학 교육 분석’이란 제하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논문은 김경한 우석대 한의대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으며, 조수연 아침햇살한의원 진료원장, 정혜인 경희대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대학원생, 심영신 동국대 일산한방병원 한방소아과 전공의, 홍민희 우석대 한의과대학 학부생이 함께 참여했다.
의사들의 예방접종 독점권…의료법 취지와 상반
예방접종은 공중보건정책의 핵심 요소로,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행법상 국가 예방접종사업은 오직 의사만이 참여할 수 있어, 의사들의 예방접종 거부로 인해 수차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법적 제약이 국민건강 보호라는 의료법의 취지와 상반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의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며, 의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했을 때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예방접종 공백을 메우겠다고 선언했으나,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한의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염병의 보고 의무가 있으며, 역학조사 요청 및 역학조사관으로 활동이 가능하고, 또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을 진단 및 검안한 경우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관련 검사를 질병관리청장에게 의뢰할 수 있음에도, 예방접종이 한의사 업무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논란이 있다.
이에 이번 연구에서는 한의사의 예방접종 수행 역량을 검토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한의과대학 교육 및 한의사 보수교육을 분석하는 한편 의과대학 교육, 의사 국가시험 평가목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위탁의료기관 교육과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연구진이 선정한 △예방접종 기초이론(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백신 기초이론) △예방접종 시행 전(접종 시기 및 간격, 특수상황에 따른 접종, 병력 청취, 신체 진찰, 금기증 및 주의사항, 백신의 보관 및 관리) △예방접종 시행 중(백신 접종 시행) △예방접종 시행 후(기록, 안정성(이상반응), 피접종자 관리 및 교육) △기타(관련 정보원, 국가예방접종사업) 등 예방접종 필수지식 12개 항목 중 한의과대학 공통 교과서에는 ‘백신의 보관 및 관리’를 제외한 11개 항목을 다루고 있었다. 또한 대부분의 내용은 한방내과학 및 소아과학 교재에 집중돼 있었으며, ‘백신 접종 시행’과 ‘기록’ 항목에 관한 내용은 다뤄지지 않고 있었다.
연구진들은 “한의과대학의 정규 교육과정 보강을 위해 다뤄지지 않고 있는 내용을 포함한 예방접종 필수지식에 대한 내용에 대한 Clinical PerformanceExamination(CPX)이나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OSCE) 표준문항 개발 등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제언했다.
한의과대학서도 예방접종 관련 교육 이뤄져
또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국가시험 평가목표와 의학교육 학습성과에서 예방접종 관련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내용은 △특수 상황에 따른 접종 △병력 청취(예방접종 적응증 확인) △예방접종의 안정성(이상반응) 등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를 한의과대학 공통교과서와 비교한 결과 의과대학 학습성과 및 국가시험평가에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영역에 대해 한의과대학에서도 일정 부분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국가예방접종 사업 참여 의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예방접종 교육과 한의사 보수교육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한의사 보수교육은 필수과목인 ‘한의의료기관 위생감염 안전관리’를 제외하면 병리학, 소아과, 응급의학 등 각 과목에 따라 강사가 자율적으로 내용이 구성돼 각 강의의 내용이 연계되지 않으며, △백신 기초이론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 특징 △임산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코로나19 백신 종류 및 제조사별 이상반응 등이 산발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향후 한의사가 예방접종을 시행하게 된다면 보수교육의 내용을 보강한 뒤 수강하게 하거나, 질병관리청 위탁의료기관 교육 이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스위스의 경우 약사가 예방접종을 수행하려면 별도 교육을 이수해야 했지만, 최근 약학대학 교과과정에 예방접종 내용이 편입되면서 신규 졸업자에게는 이를 면제하는 등 기존 대학 교육과정을 보충하면서 기존 졸업자들에게는 부가적인 교육을 하는 방안이 존재하는 만큼 국내에 상황에 맞게 수정해 도입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근육주사 및 피하주사…약침 시술과 유사
특히 현재 한의과대학에서는 예방접종 관련 술기 교육이 별도로 진행되지 않지만, 그와 유사한 약침 시술에 대해서는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예방접종을 시행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예방접종의 주사방법은 △근육 △피하 △피내주사 3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근육주사와 피하주사는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지 않아 핵심기본간호술에서 ‘중’ 난이도로 분류되며, 이는 약침 시술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피내주사의 경우 봉약침 시술 전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스킨 테스트’에 활용 중이며,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한의사 보수교육 필수강의에서도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대비해 에피네프린이나 에피펜 사용법에 대해 자세하게 교육하는 등 예방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 중 하나인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대해서도 한의사 대응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이번 연구에서는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EU 국가 다수에서 간호사, 약사, 조산사가 추가 교육을 받은 뒤 백신 처방 및 투여를 관장하고 있는 사례 소개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기존에는 예방접종을 할 수 없거나 제한됐던 이탈리아 및 프랑스 약사, 미국 치과의사 등에게 권한이 확대되고, 근육주사를 할 수 없던 일본 치과의사에게도 술기가 일시적으로 허용되는 사례들을 들면서, 팬데믹 중 의료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이같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한의사를 예방접종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의사의 예방접종 수행…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
한편 연구진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한의과대학 공통 교과서에서 예방접종에 필요한 지식을 다루고 있지만, 직접적인 백신 접종 시행 과정이나 백신 보관 및 관리, 의무기록 작성에 대해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향후 한의사의 예방접종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한의사 보수교육 및 한의과대학 교육 보강을 비롯해 한의사의 질병관리청 위탁의료기관 교육 의무 수강 등을 통해 관련 역량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며, 한의과대학 교육 및 한의사 보수교육을 일부 보완과 함께 CPX, OSCE, 국가시험을 통해 이를 평가 및 점검하고, 교육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접종 인력의 다각화는 국민에게 백신의 공급 및 투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며, 특정 직군의 업무공백으로부터 오는 보건의료체계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해서 권한 분산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안정적인 필수의료 공급과 일부 의사들의 불법 집단행동 대응을 위해 대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의사가 예방접종을 수행한다면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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