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이원화 대만…실손보험 보장 등 유연정책 펼쳐”

기사입력 2024.08.30 13:34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K-medi 세계화’ 토론회서 ‘경쟁국 대만 사례와 한국의 현실’ 다뤄
    대만, ‘이중 면허(중의·양의)’ 취득 가능 및 치료영역 보험 활성화

    K메디 세션1 사진1.jpg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서명옥(국민의힘)·이인영(더불어민주당)·황운하(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의원이 29일 국회도서관에서 공동 개최한 ‘K-medi의 세계화를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 토론회 첫 번째 세션(경쟁국 대만 사례와 한국의 현실)에서는 의료이원화 국가로, 우리나라와 가장 유사한 체제라고 볼 수 있는 대만의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한의약 현황 및 제도를 진단했다.

     

    ‘한국과 대만의 전통의학 의료보험 제도’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신민식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에 따르면 대만은 중의학으로 일컬어지는 ‘전통의학(Traditional Medicine)’과 ‘양의학(Western Medicine)’으로 행정·면허·교육 시스템을 분리하는 이원화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만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의사와 양의사의 ‘이중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제공되는 등 유연한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ggg.jpg

    ▲한의사와 대만 중의사 비교

     

    우리나라 한의대의 경우 예과 2년과 본과 4년의 6년 과정인 11개 한의과대학과 4년의 한의전문대학원 과정이 있는 부산대학교가 있으며, 대만은 중의학과가 있는 중국의약대학과 장경대학 등은 7년제이고, 중의학전문대학원이 있는 ‘중국의약대학’, ‘이서우대학’, ‘츠지대학’은 5년제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한의와 양의 면허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학과가 없는 반면 중국의약대학 및 장경대학에서는 중의와 양의 면허를 동시에 취득할 수 있는 복수전공 과정이 개설돼 있으며, 이는 성적이 우수한 정원에게 과정의 기회가 주어져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의와 개업 형태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년의 전문의 과정 존재 △전문의가 아니라도 한의사면허로 개원이 가능한 반면 대만은 △전문의 제도가 없고 △정부 지정 병원에서 2년간 ‘책임 의사 훈련제도’를 훈련받아야 개원을 할 수 있다.

     

    실손.jpg

     ▲한국과 대만의 실손보험 비교

     

    이와 함께 양국의 의료보험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의료보험법(1963년 제정) 적용 △요양기관 당연 지정제(의무적 참여) △행위별 수가제행위별 수가제 △첩약·약침 보험 미적용(현재 첩약건보 시범사업 진행 중), 침·뜸·부항·사혈·추나(20회까지) 보험이 적용되고 있으며, 대만의 경우에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1995년 제정) 적용 △요양기관 계약제(자율적 참여) △행위별 수가제, 성과 보상제, 포괄 수가제, 인두제, 일당 정액제 등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 신민식 교수는 “특히 대만의 중의 실손보험은 급여·비급여 상관없이 항염증제, 진통제, 기타 상처 치료제 등 치료 영역인 경우에는 실손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비수술 통원 치료에 대한 혜택·보상으로 중의병원보다는 중의원이 증가추세에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실손보험에서 한의 비급여 분야인 첩약과 약침이 보장되고, 첩약 건보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전환 시 6개 질환에서 국민의 생활 질환이 추가·확대된다면 우리나라의 한의약 제도를 통한 국민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K-medi 세계화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KakaoTalk_20240830_133123436.png

    ▲좌측부터 신민식·김상훈·정창현·김남권 교수

     

    또한 ‘한의학 의료서비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탐색적 연구’ 발표에 나선 김상훈 인하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 2월 5일부터 29일까지 관련 산업 현황 및 의료서비스에 대한 한의사의 인식을 살펴보고자 종사 분야별(한방병원, 요양병원, 대학병원, 한의원) 한의사 26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비대면)를 실시하고, 각 의견들을 분석했다.

     

    한의사들의 ‘한의계의 현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종사 분야에 관계없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제한적 치료 범위(한의진료 접근성 저하) △의료기기 사용 제한(과학기술의 한의계 미반영) △한의학 이미지 저하(양방계의 폄훼) △보험 관련 제도(실손보험 한의 비급여 미보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으며, ‘한의학의 우수성(장점)에 대한 인식’에서는 공통적으로 △개인 맞춤형 진료(체질 및 변증 진단)를 가장 많이 꼽은 가운데 △일차치료 담당(생활 증상 및 만성질환) △자생력 증강(부작용 없는 안전 의료) △비수술·비약물 요법(한의학적 대안적 접근) 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어 ‘한의학 발전을 위한 개선방안’에서는 △과학화를 위한 정부의 임상 연구 투자 △한의-양의 협진을 위한 정부의 노력 △검사기기의 활용(X-ray·초음파·혈액·소변·독감 검사 건보 적용) △한의학 교육의 질적 제고 △한약 제제 산업의 활성화(제약 형태)가 언급됐으며, ‘한의학 진흥을 위한 정부의 역할’에선 △한의약 연구 R&D 지원 △건강보험 및 실손보험 확대 △한의사의 권리 보장(감염병 신고 및 신속항원검사 활용) △한의사의 일차의료 강화(응급의약품 및 전문약 사용) △한약재의 공공영역 내로 편입(생산·유통·관리)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제 한의사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진료실에서 혈액검사와 초음파를 통해 환자들을 진료하고, 감기·독감 의심환자가 오면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암 등록, R&D 등 보건분야 정부 신규사업 추진 시 한의사와 한의학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필수적으로 고려하고, 한의학의 장점과 국민의 수요를 결합한 다양한 시범사업과 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akaoTalk_20240830_162230083.jpg

     

    이어 남창희 인하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서 정창현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전 한국한의약진흥원장)는 “한의학이 임상 현장에서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화·표준화·정보화를 통해 많은 성과들을 이뤄냈음에도 불구, 정부의 보건의료 시범사업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국가의 철학과 실천 의지의 부재 때문”이라며 “이에 반해 같은 이원화된 의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은 ‘헌법’과 ‘중의법’에 중의학 육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대만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청관 1호’ 등을 보험약에 포함시켜 치료나 예방에 큰 효과를 거둔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교수는 초고령사회와 저출산 시대에 한의학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방안으로 △한의 비급여 항목 실손보험 보장 확대 △실손보험-건보 연계 강화를, 한의학 세계화를 위한 행정 시스템이 개편 방안으로는 △한약재 보험 제도의 전면적인 확대 개편 △한약 기반 신약에 대한 규제도 완화 및 한의사 사용 허가 △한의약정책관실을 총리실 직속 또는 복지부 산하 외청으로 독립·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김남권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평원 데이터를 살펴보면 환자들이 하나의 질병에 대해 양방의원과 한의원을 함께 방문한 사례가 많은데 이는 결국 국가가 시스템을 만들기도 전에 스스로 한의·양의 협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시행되고있는 ‘의·한 협진 4단계 시범사업’에서의 모델 자체가 통합 의료로 가는 초석이 될 수 있으며, 이에 한의의료기관도 지역·밀착의료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질환 관리를 위해 15년간 실손보험에서 제한돼 온 한의 비급여 보장과 함께 한약 성분 유래 건강기능식품의 경우에는 질환자들의 접근성 강화를 위해 한약제제로 개발하든지, 아니면 기존 한약으로 대체해 급여화를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뉴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