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증학회에 다녀와서…

기사입력 2024.08.2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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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0년간 통증 연구 발자취 ‘한 눈에’
    ‘통증’이란 현상 이해 및 통증 조절 위한 노력 과정 되돌아봐
    부분의 전체로서, 전체의 부분으로서 인간을 바라봤던 한의학 관점 떠올리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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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다은 경희대학교 기초한의과학과 박사과정


    국제통증연구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IASP)에서 주관하는 국제통증학회(World Congress of Pain)가 5일부터 9일까지 5일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회는 특별히 IASP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진행, IASP의 탄생부터 50년에 이르기까지의 통증 연구의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난 50년간의 통증 연구 역사는 ‘통증이라는 현상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통증이 생기고 만성화되기까지 세포 수준에서부터 중추신경계에 이르는 다양한 관점의 기전들이 연구됐고, 이에 따라 통증의 분류도 nociceptive, neuropathic, 그리고 가장 최근에 분류된 nociplastic 통증으로 세분화되었다. 통증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치료법도 발전해 나갔는데, 초기의 아편류 진통제부터 이번 학회에서 소개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을 활용한 치료법까지 그 치료법도 다양화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학회에서 관심있게 살펴본 강연 중 하나는 권위있는 침 연구자이기도 한 미국 국립보건원의 헬렌 란제빈(Helene Langevin) 박사의 강연으로, 인간을 하나의 네트워크 단위로 통증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란제빈 박사에 따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통증 연구는 거시적으로 통증의 심리사회적 차원과 중추 통증 처리에서 뇌섬엽과 편도체와 같은 뇌 영역의 역할을 밝혀왔고, 미시적으로는 만성 통증에 관여하는 유전적이고 면역적 과정과 특성에 대해 밝혀왔다. 그러나 현재 이 두 극단을 연결하는 중간 단계를 설명하는 부분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통증을 더 잘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단일 장기, 시스템 연구에서 전일적 인간 연구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회 기간 동안 지금까지의 통증 연구를 아우르는 다양한 강연과 발표들을 보고 들으며, 현재 통증 연구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찰할 수 있었다.  


    이전의 통증 연구가 주로 유럽, 북미를 포함한 서방국가들 위주로 이뤄졌다면 이것이 점차 다양한 나라와 인종을 아우르는 다양성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지금까지의 통증 연구는 플라시보 연구를 제외하고는 주로 생물학적 바탕에서 새로운 신경전달물질이나 통증 신호가 전달되는 경로의 발견과 같은 접근을 해왔는데, 이번 학회에서는 주관적인 경험으로써 통증을 이해하고 다학제적이며 전일적으로 접근하는 통증 연구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예를 들어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기대감, 통증 환자들에게 사용하는 단어의 종류,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정보들, 그리고 사회적 요인에 따라 사람들의 통증 경험이 어떻게 왜곡되거나 조절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들이 다양한 연자와 세션을 통해 다뤄졌다. 


    이는 통증 조절이 약이든, 수술이든, 침이든 흔히 치료라고 하는 특정한 절차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부분의 전체로서, 또 전체의 부분으로서 인간을 바라보았던 한의학의 관점을 떠올리며, 지금의 통증 환자들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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