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출신 의료인 외에도 가치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들의 참여 ‘환영’
박지나 삼천리의료봉사단장(서울시한의사회 학술부회장)
[편집자주] 최근 북한에 고향을 두고 현재 대한민국에서 의료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의사가 주축이 된 ‘삼천리의료봉사단’이 설립됐다. 본란에서는 박지나 단장(서울특별시한의사회 부회장)으로부터 봉사단 설립 계기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삼천리의료봉사단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북한 출신 의료인으로서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영역에서 인정받기 위해 10여 년의 세월이 흘렸다. 그동안 서로 만날 때마다 ‘이제는 우리가 사회에 무엇인가 공헌할 때가 됐다’는 공감대는 있어왔지만, 막상 정식 단체로 출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정부에서 7월14일을 국가기념일인 ‘북한 이탈주민의 날’로 지정하고, 올해 처음으로 관련 행사를 진행하면서 북한 출신 의료인들의 의료 지원 요청이 있었고, 이를 계기로 ‘삼천리의료봉사단’을 정식으로 발족하게 됐다.
북한 출신 의료인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해서 행사 참여를 독려하고, 의료물품도 직접 구매하는 등 준비하기까지 힘들기도 했지만, 그동안 생각만 해왔던 것을 직접 실천하게 돼 뿌듯한 마음도 있다.”
Q. ‘삼천리의료봉사단’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삼천리’라고 이름 붙인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지금은 ‘통일과 의료봉사’라는 가치에 공감하는 북한 출신 의료인이 모여 출범한 단체지만, 앞으로는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단체로의 성장을 기대하면서 이름 지은 것이다. 또한 통일 후에도 한반도 삼천리 안에 있는 모두가 참여하는 의료봉사단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1월 북한이 ‘애국가’에서 ‘삼천리’라는 가사를 삭제하면서까지 반통일·반민족적인 정책행보를 공식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만이라도 한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하나된 삼천리 한반도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삼천리’라는 단체명을 정하게 됐다.”
Q. 삼천리의료봉사단의 강점이 있다면?
“삼천리의료봉사단은 남·북한의 의료체계를 모두 경험한 의사, 한의사들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외과전문의, 내과전문의, 한의학박사,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 석사 등 훌륭한 의료진들이 함께 하고 있다.
또한 탈북민들과 만나보면 생사를 넘나들면서 몇 달에 걸친 탈북과정으로 인해 정신적인 장애들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문제로까지 연계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삼천리의료봉사단 단원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겪어봤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그들의 건강상태를 가장 잘 돌볼 수 있는 의료인이라고 확신한다. 탈북민들이 이 사회에 잘 정착하기 위해선 건강 문제가 가장 기본조건인 만큼 앞으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삼천리의료봉사단 출범 이후 지난달 14일 ‘북한 이탈주민의 날’에서의 의료 지원과 함께 지난 4일에도 탈북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앞으로 여력이 닿는 한 전국 3만4000여 명의 탈북주민들의 건강을 보살핀다는 것이 가장 첫 번째 계획이다. 또한 이후에는 사회에서 소외된 의료취약계층으로도 봉사 범위를 확대해 의료인으로서의 맡은 바 사회적 책무를 다해 나갈 생각이다.
이와 함께 의료봉사 외에도 학술적인 사업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의료이원화 체계를 채택하고 있어, 한·양방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의료봉사를 통해 두 의학이 협업을 통한 차별적인 통합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해 두 의학이 화합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더불어 통일 이후를 대비해 남·북한 의료를 모두 경험한 이력을 바탕으로 의학대학 교육 내용 편제에 있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코자 학술대회 개최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삼천리의료봉사단은 탈북민의 건강지킴이 역할은 물론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봉사, 의료현장에서 동서의학의 융합과 남·북한 의학의 통합을 이뤄가는데 필요한 역할을 해나가는 단체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Q. 서울시한의사회 학술부회장으로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한의사회 학술부회장을 맡으면서 가장 큰 목표가 모든 한의사 회원이 명의가 되고, 환자로부터 존경받는 의료인으로의 성장을 돕는데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매년 보수교육이나 임상특강 등을 준비하면서 이러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회원들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지금 이 순간도 고민과 더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금 환자들은 한의의료기관에 방문하기 전 인터넷 등을 통해 자신의 병명은 무엇이고, 어떤 치료를 해야하는지 등 사전정보를 숙지한 채 방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터넷 건강지식들은 양의학에 초점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의사 회원들 역시 충분한 양의학적 지식을 숙지하고 있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 한의과대학에서도 양의학적 커리큘럼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는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저 역시 진료를 직접 하고 있기 때문에 일선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회원들의 임상 역량 강화가 한의계가 발전하는 길이고, 한의의료기관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일념으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해 나갈 것이다.”
Q.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은?
“삼천리의료봉사단은 단순한 의료봉사만이 아니라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의 통합에 필요한 일들을 해보고자 하는 커다란 포부를 안고 출발한 단체다. 처음부터 모든 염원을 이뤄나가기는 힘들겠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밟아나가면서 출범시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다.
또한 한의사인 제가 단장을 맡은 만큼 북한 출신 한의사뿐만 아니라 대한한의사협회, 서울특별시한의사회는 물론 삼천리의료봉사단의 취지에 공감하는 한의사 회원들이 관심과 참여,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삼천리의료봉사단이 첫 발걸음을 뗀 만큼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격려를 부탁드린다.
더불어 삼천리의료봉사단은 한반도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은 물론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교화소 등 반인륜적 시설과 같은 의료사각지대에서 고생했던 분들을 직접 찾아가 의료봉사를 펼칠 그날을 꿈꾸며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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