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방법론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최신 연구방법까지 ‘한 자리에’
연구 활동시 절대 잃어선 안되는 초심 새롭게 다지게 된 유익한 시간
침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학회인 ‘Society for Acupuncture Research(이하 SAR)’의 2024년 국제 학술회의가 홍콩에서 개최됐다. 이번 학회는 홍콩이공대학의 중의학 혁신 연구센터(Research Centre for Chinese Medicine Innovation·RCMI)와의 협업 하에 이뤄졌으며, 다국적 연구진들이 학회장을 가득 채워 사흘 내내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학회의 부제가 “Bridging the Two Worlds: Engaging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in Modern Health Care”였던 만큼, 침의 작용 연구에 다양한 과학적 연구론을 접목시키는 과정에 대한 다양한 발표가 진행됐다. 특히 연구방법론에 대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최신의 연구방법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 학생의 입장으로서 큰 도움이 됐다.
급성 통증, 침술 활용 가능성 ‘제시’
첫날은 연구 워크샵 세션으로 문을 열었으며, 필자가 참석한 “Clinical & Translational Research: Trial Design Practical Approaches” 세션에서는 임상 중개연구의 기본적인 설계 방법인 PICO(Patient/Intervention/Comparator/Outcome) 항목을 세분화한 11개의 카테고리에 대해 참여자들끼리 조별 과제를 진행했다. 처음 접해본 자율적인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지만 진행자와 참여자 간의 소통이 적극적으로 진행돼 집중력이 훨씬 높아지는 기회였다.
이후 본 학회의 공동대표인 Richard Harris와 Jun J. Mao가 SAR의 주력 주제인 precision medicine 및 개인 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의 다양한 관점과 TARA(Topological Atlas & Repository for Acupoint Research) project에 대한 Keynote Presentation을 진행, 침에 대한 기초연구와 임상연구 간의 연계 및 생의학 분야로의 확장에 대한 기대감을 안겼다. 이후에는 근거중심의학 발전을 위한 임상시험 방법론과 실제 임상 데이터 간의 연계에 대한 Main Symposium이 진행됐는데, 실제 임상 데이터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과 급성 통증에의 침술 활용 가능성에 대한 발표 내용이 기억에 가장 오래 남았다.
둘째날에는 신진 연구원들이 중심을 이룬 구두 발표에 주로 참석했다. 필자도 신진 연구진에 속하는 만큼,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 연구들을 청취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필자는 ‘임상연구’와 ‘교육 및 기타’ 세션의 일부에 참석했다.
첫 번째 세션은 다양한 질환과 침 치료 적용에 대한 발표들로 구성됐는데, 암을 포함한 환자 대상 연구뿐만 아니라 노인 인구의 가족 간병인이 겪는 스트레스, 피로, 불면, 우울의 증상군에 대한 경혈 마사지(acupressure)의 효과에 대한 RCT 연구 또한 상당히 인상깊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기능적 근적외선분광법(fNIRS)을 이용한 침의 보사법에 따른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 변화 관찰 연구와, 항암치료 이후 유발된 유방암 환자들의 불면증 관리를 위한 침 치료 효과 예측에 대한 기계학습 연구의 경우 필자가 소속된 연구실에서 진행 중인 연구와 관련성이 있어 집중해 청취하게 됐다. 아직은 나의 연구와 타 연구팀의 방법론을 비교하고 참조하는 수준이지만, 향후 더욱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비교 및 고찰을 하는 단계까지 성장하기를 바라게 됐다.
침의 진통효과, 다양한 메커니즘 설명
셋째날 첫 강의는 침의 진통효과에 대한 심포지엄으로, 통증의 다양한 매커니즘 이론에 대한 설명과 관련 연구에서 설정 가능한 다양한 변수에 대한 내용이 위주가 되어 침의 진통 효과 연구에 대한 설계 과정을 다시 톺아볼 수 있었다. 이날 점심시간에는 Mentoring Round Table 행사가 진행됐는데, 다양한 주제가 준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원의 편차가 지나치게 커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고 보았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 주제의 테이블에는 멘토와 멘티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반면, 임상 세부주제 및 기초연구와 관련된 테이블은 남은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레드오션과 블루오션의 극명한 차이를 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후에는 “Reviews, Observational and Qualitative Studies” 세션 내 다양한 주제의 구두 발표를 청취했는데, 다양한 연구 설계 방식을 전통의학의 효과 규명에 적용한 연구들을 통해 향후 개인 연구 진행에 대한 동력을 얻게 됐다. 이어서 AI를 활용한 전통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주제로 마지막 Main Symposium이 진행되었는데, AI 시대의 의료 데이터 관리 방법 및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현재 동일선상의 연구를 진행하는 만큼 앞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을 새겨넣으며 전체 일정을 마무리했다.
“기계학습에 대한 다양한 질의받아”
다양한 주제의 심포지엄 청취 이외에도 필자는 주요 연구 주제에 대한 내용 중 일부를 『Key Features for Determining Patterns of Patients with Functional Dyspepsia using Machine Learning』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터 발표를 진행했다. 이는 전향적 관찰 연구의 일부로, 153명의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의 표준 변증 설문지 결과 데이터에 대해 기계학습을 진행해 기존의 변증유형을 결정하는 주요 특성 및 실제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클러스터링 방법에 대한 분석 내용이 주가 되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기계 학습에 대한 내용에 익숙하지 않아 방법론을 위주로 타 연구진들과 소통하기도 했으나, 일부 연구진의 경우 방법론 및 연구 결과 해석에 대해 통찰력 있는 피드백을 전해주어 향후 연구 진행에 참고가 될 만한 내용을 담아갈 수 있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개최되는 학술회의를 참석할 때 마음이 들뜨기만 했는데, 이번 학술회의 이후에는 마음이 매우 무거워졌다. 결과 중심의 학습과 연구의 결과 산출에만 혈안이 되어 기본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반성, 그리고 내 연구 주제에 대해 향후 어떻게 타인과 소통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다시금 생겼다. 향후 연구 활동 시 절대 잃어서는 안되는 초심을 다지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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