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와 한의대 정원축소

기사입력 2024.06.0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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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기고문은 한의신문의 논조와는 무관한 필자 개인의 의견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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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대 정원축소를 묻자, 한의사의 90% 이상이 축소를 원했다. 모든 한의사협회장 후보들이 한의대 정원축소를 공약했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한의대 정원을 의대 정원으로 전환하는 것을 돕고자 나섰다.

     

    비상식적 의대 정원 확대 강행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한의대 정원축소 주장이 시의 부적절해진 상황이 돼버렸다. 큰 판이 벌어졌는데 그 판에 참여가 어려운 패를 쥔 셈이다. 국가 대계가 정해지는 판에서 철저히 소외된다는 것의 결말을 예상해 본다. 등골이 오싹해진다.

     

    데이터 상으로 한의사 과잉이 예상된다. 한방의료기관의 폐원율은 의료계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의사협회 회원이라는 이익단체의 구성원들에게 잠재적 경쟁상대의 수적 감축을 문의한 결과 데이터가 가리키는 일방적 방향도 꺼림칙하지만, 정원축소라는 압도적 결론으로 밴드웨건까지 돼버려 반론마저 없어진 것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익단체는 원래 이래야 하고 이래도 된다는 당위뿐이다. 토론이 없다 보니 최소 10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문제를, 단시간에 삶의 무게에 지쳐있는 포퓰리즘의 수혜자들에게 토론 없이 조건반사식의 답을 유도한 방향으로, 3년짜리 임기의 선출직이 움직여지는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선출직이 압도적 회원의 의지에 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문 내용 또한 학생들에게 ‘시험 범위를 줄여줄까요? 늘려줄까요?’를 묻는 수준과 뭐가 다른가 싶다. 학생들에게 물어 다수결로 시험범위를 줄여주는 교육자라면 도덕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백번 양보해 단기적 당대의 이익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양의와 한의의 인력불균형의 심화로 후대의 피해가 예상되기에 대안을 가지고 협상의 판에는 끼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한의대 정원축소 문제’에 대한 토론은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의 성화와 거리를 둘 수 있으면서 3년 이상의 미래 전략을 준비하는 비선출직 한의계 지도층의 몫일 것이다. 토론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시골 한의사로서 할 수 있는 건 신문에 의문과 대안 제시를 해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 반대의견에 대해 사려 깊은 경청보다 조건반사적 혐오로 대응하는 소수의 키보드워리어들에게 대동 세상을 바라는 우리의 미래가 위협받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말이다.

     

    첫 번째 의문은 ‘양의사의 정원이 확대되었을 때 지금보다도 더 불균형한 인적 규모를 감당할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지’이다.

     

    지금도 쪽수에서 밀리는데 선거철 표수로 밀림이 더 심화할게 불을 보듯 뻔 한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냐 말이다. 그 답이 없다면 포퓰리즘, 자기편 표만 보는 인기 영합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우리들의 리더가 포퓰리즘뿐이라면 그건 우리들의 비극이다.

     

    두 번째 의문은 ‘양방이익집단이 갑작스러운 정원 확대에 온갖 비난과 시련을 겪고 있는데 한방이익집단이 정원축소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전략적인가’이다.

     

    적대적 공존도 공존이다. 불난 집에 불(정원 확대) 끄는 것을 돕기는커녕 불구경만하는 것도 서운할 텐데, 불도 안 꺼진 상황인데 우리 집 숙원(정원축소)을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이 소방관(행정부)과 불난 집(양의계)에 어떤 호응을 얻을 수 있겠냐 말이다. 적어도 불은 끄면서 고통을 분담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때 우리 원하는 바에 대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실기했을 경우 ‘적대적 공존’의 그다음은 ‘적대적 일원화’라 생각한다. 비열하게 과학적 도구를 못 쓰게 만들어 놓고는 시간이 흘러 압도적 다수가 되었을 때 비과학적이라며 없애려 들려 할 때 그들의 죄의식을 면해주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의문은 ‘늘어가는 한방의료기관의 폐원이 새로 개원하는 동료 한의사들만의 문제인가’이다.

     

    한방의료기관의 포화를 주장하는 조사 결과가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없는 상태를 전제로 했다면 일단 공무원을 설득하는 논리로는 유용했을 수 있지만 동료를 적으로 돌리는 양날의 검이 되는 논리라 생각한다. 동료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 의권 확대의 전제일 텐데 동료를 적으로 규정하고 상생과 협력의 씨를 말리는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강요하는 데이터들이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고 갈라 치는 술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나의 과대망상이길 바랄 뿐이다.

     

    폭발적 인구 증가에 대응해서 산아제한이라는 인구론적 상식에 기반한 한의대 정원 축소 근거도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중국이나 이집트에 필요했던 산아제한 정책은 국가 단위의 장기 전략으로 어느 기간은 타당하다 생각하지만(이마저도 행정부의 힘 조절이 민첩하지 못해 중국은 이미 저출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경우는 양방과 한방이 있는 경쟁 사회다. 상대는 정책적으로 늘려지는데 우리는 정원축소를 감행한다는 것은 흡사 국내 검색시장이 포화 됐다고 물량적 투자 규모를 줄이다가 결국 구글에 검색점유율을 헌납하고 있는 네이버가 되는 패착과 같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대안으로써 첫 번째 국립한의대를 통한 한의대 증원이다.

     

    양의사 정원 확대가 기정사실이 돼버린 상황에서 한의사 정원 확대를 주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가 행정수반의 강한 의지로 이익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원 확대라는 좀처럼 쉽게 열리지 않는 문을 열었을 때 우리 또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들어주지 않았던 주장을 해야 한다. 의권 확장의 교두보가 될 만한 국립한의대 같은 숙원사업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의료인력 부족을 대비하는 ‘국가 미래 전략’에 어떻게든 들어가야 한다. 한의사의 권익 신장과 안정적인 데이터 양산을 위해서는 국립한의대 같은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 사립대에 맡겨두니 수익 안 나는 부속한방병원 폐원만은 막아 달라 사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그 속에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연구 발전이 쉽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양방의 시련에 대해서 의료인으로서 아무 대가 없이도 옳은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의료의 질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교육의 질 하락에 대한 우려만이라도 의료인으로서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조를 통해 얻을 것이 있으면 비공식 협상에 나서야 한다. 불난 집에 땔감 던지기보다는 훨씬 미래 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한의계의 폐원에 대해서 내부에서 원흉을 찾기보다는 양방의 의료시장 점유율 확대와 행정의 대형의료기관 지향성(의료 수가와 관리 측면)에 대해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는 입’을 줄이는 노력은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고 ‘먹을거리’를 늘리는 노력의 결과를 바탕으로 회원들의 대동단결을 지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부의 잠재적 적을 전제한 정원축소 포퓰리즘의 장기화는 한의계 팀케미컬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지도자들은 해줘야 한다. 가능한 팀 분위기를 살리는 정책을 지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가로 의료의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우리의 요구사항을 얹어 주장해야 한다.

     

    우리는 전국 12개 한의대에서 735명 정도 되는 정원도 축소하자는 마당인데, 전국 37개 약학대학에서 매년 2천여 명이 응시해서 1,800명 가까이 신규 약사를 배출하면서도 최근 전북대 제주대 약대에 30명씩 증원을 수용한 약사회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입학생으로 하여금 연구소와 봉직 약사 그리고 행정부 진출을 장려하면서 졸업 후 5년간 개국을 금지한 제주약대의 경우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국가거점국립대학”에 국립한의대를 신설하되 5년 개원금지를 시켜서 사실상 입학 후 11년 후로 개원을 늦춰 이익단체 회원들을 달래면서 30명 정도를 증원하는 방안은 3년 주기 선출직회장단이 하기 쉽지 않은 미래 전략이지만 혹시라도 마음을 먹었을 때 회원들이 미래를 위해 믿고 응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요컨대 이미 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북대 제주대 약대 신설을 합의해서 연구소나 대학원, 관계 진출을 장려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약사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정의보다 수적 우위가 지배하는 야만적 다수결의 폭력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말이다.

     

    인구절벽과 전 사회에 걸친 AI 급습에 대한 대책 마련이 각계각층의 화두가 됐다. 이런 불확실 속에서는 최대한 공적 체계에 파고들수록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래바람 부는 황야나 마찬가지인 사적 자본과의 경쟁 속에서 각자도생하고자 산아제한으로 제 식구를 줄이는 선택은 당대 소수의 생존 기한은 늘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 극소수로 줄어들다 직종의 존폐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는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시점의 국립한의대 카드가 좋은 포석이 될 수 있다. 11년 후에 30명 정도 늘어나는 동료들도 수용 못 하는 이익단체에 국립대라는 공신력 향상이 허락될 리 만무하다.

     

    뉴스도 줄고 벌어졌던 협상판이 서서히 닫혀가는 것 같다. 우리의 미래라는 성장판이 닫히지 않도록 실기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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