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동국대 연극 동아리, “못 해도 좋으니 나가지만 마라”
연극·개원·결혼 등 인생의 대소사 공유하며 출구 없는 매력 자랑
오는 11월 연극 ‘쉬어매드니스’ 한의원 버전 기획
[한의신문=주혜지 기자] 한의계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아리)란에서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동아리를 소개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동아리 활동의 추억을 되새기고, 그 열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면 어떠실까요? 소개하고 싶은 동아리가 있다면 아래 이메일로 연락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4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동아리가 있다. 매년 열리는 신입생 환영회에는 스무 살부터 예순 살의 청년들이 모여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1982년 시작된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연극동아리 ‘애오라지’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애오라지 신입생 환영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동국대학교 근처 식당에서 진행됐다. 3기 한기선·5기 김태열 대선배부터 44기 예과 1학년 학생들까지 약 40명이 모여 동아리를 향한 애정을 보여줬다.
편하게 호칭을 부르는 선후배들을 보며 당황한 기자에게 33기 박단비 원장이 친절히 설명을 해줬다. “애오라지에서는 나이 차를 막론하고 편하게 오빠, 언니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한동안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 나가던 중,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연극을 직접 무대에 올려보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42기 한민성 회장은 “코로나 이후로는 연극을 진행하지 않고, 다 같이 연극을 보러 가거나 졸업하신 선배들을 만나는 등 활동을 해오고 있다. 제가 애오라지에 들어올 때는 선배가 4명, 신입생은 저를 포함해 2명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직접 연극을 해볼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몇 년 동안 못 해온 연극을 올해부터 다시 되살리는 게 목표”라며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연극을 올려 애오라지의 이름이 계속 이어지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애오라지에서 준비 중인 올해의 연극은 ‘쉬어매드니스’로, 관객들이 극에 직접 참여해 범인을 찾아내는 이머시브 형태의 추리극이다. 원작에서는 배경이 미용실이지만, 대본 각색을 통해 한의원에서 사건이 일어날 전망이다. 재학생들은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며 “11월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며 저마다 각오를 다졌다.
세대를 잇는 지원
연극 활동 외에도 이 동아리에는 특별한 모임이 있다. 바로 ‘애오라지 후원회’.
현재 애후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13기 조재용 원장은 “연극을 공연하는 동아리의 특성상 선배들의 조언과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학생 때 고생해 보니 졸업한 선배들이 먼저 손을 내밀면 고마울 것 같아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한 후배들에게 부담을 안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성취를 물어보자 “후배들이 연극을 통해서나 졸업 후 임상에서도 성장해 가는 걸 보는 것이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답했다.
졸업 후 십여 년 만에 동아리를 찾은 선배들도 있었다. 22기 김민환 원장은 “여전히 자리 지켜주고 계시는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며 “제가 1학년 때 명숙이 누나가 해주신 말씀이 생각난다. ‘못 해도 좋으니 나가지만 마라’, 그래서 아직까지 있게 됐다. 앞으로 이렇게 서로 얼굴 자주 보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16기 최명숙 원장도 “예전에 학교 다닐 때 함께 놀던 친구들이 결혼해서 부모도 되는 모습을 보니 너무 흐뭇하다”며 “오늘 이 자리에 후배들도 많이 들어왔는데, 못 해도 되니까 끝까지 남아서 즐거운 것도 많이 경험하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애오라지는 개원·결혼 등과 같은 인생의 대소사를 공유하며 출구 없는 매력을 자랑했다.
의술과 예술의 만남
진료를 볼 때도 연극동아리 경력이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21기 이승환 원장은 “아무래도 환자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발성이나 대사의 높낮이, 속도 조절을 통해 설득력을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하지만 무엇보다 아낌없이 도움 주시는 선배들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따로 도움을 청해도 되니 그 점이 가장 임상에서 도움이 됐다”며 “그래서 애오라지 후배들이 찾아오면 또 내리사랑으로 열심히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1기 김동완 원장도 “학교 다닐 때는 연습하느라 시간도 많이 뺏기고, 연극이 장기가 되나 싶기도 했다”며 “나중에 개원을 해보니 도움이 되더라”라고 밝혔다.
대학교 시절부터 연극동아리에서 단련한 실력으로 5년 동안 MBC 라디오 동의보감을 운영한 김 원장은 “애오라지에서 연극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조재용 후원회장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졸업하고도 거의 매년 후배들과 인연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덧 25년이 되어가네요. 애오라지라는 인연으로 만나서 학생 때 추억을 되새기며, 졸업 후에도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모임이 있는 것만으로도 복 받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애오라지 선후배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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