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인문학’ 등 주제 다뤄
인간 사회의 의료 행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도모하는 의료인문학 강의 교재 ‘통합의료인문학 강의: 의료와 사회’가 발간됐다. 책은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단장 박윤재)이 저술,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이 출판했다.
의료인문학이라는 학문 분과는 1990년대부터 정립되고, 심화돼 왔다. 경제적인 성장과 함께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또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의료적 수요가 격증하는 시대 상황에서 의료 문제는 단순히 질병-치료라는 의학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인간(환자, 의료인)의 마음과 심리의 문제이기도 하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제도나 관습 등과도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점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와 접근이 이뤄지게 됐다. 이에 각 대학을 중심으로 의료인문학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실이 생겼고, 그 필요에 인문학 각 부문이 호응하고 학제 간 연구로 참여하면서 의료사를 중심으로 의료인문학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의료문학, 의철학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고, 그 영역은 인문학을 넘어 사회과학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문학에 대한 관심의 증대가 실질적인 성과의 축적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료인문학은 더 이상 ‘의료 부문’만의 학문적 과제가 아니라 각 인문학 부문에서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또 한편으로는 현대인의 기본 교양 영역으로도 확장되는 추세에 놓여 있다. 이러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광범위한 수준에서 의료인문학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료인문학에 관한 교과서적 수준의 기본 교양서가 필요하게 됐다. 현재 의료인문학의 기초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재는 매우 드물다. 일종의 개설서에 해당하는 책들이 출간됐지만, 개략적인 소개에 머물고 있다.
특히 최근 쌍방향 교육이 강조되는 점을 고려하면 일방적인 소개와 전달보다도 상호 소통과 능동적인 문제 인식과 해결 모색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방향의 수업 교재가 필요하다. 교수는 질문을 던질 수 있고, 학생은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교재를 구성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통합의료인문학 강의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통합의료인문학 강의: 의료와 사회’를 ‘교재 개발’의 경로에 충실히 부응한 연구 검토를 거쳐 출간에 이르게 됐다. 특히 이 책은 첫 번째 책에 이어 의료와 사회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다루며, 의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고민과 문제 해결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학문적 이해를 넘어서 좋은 의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현실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이 책은, 의료 현장에서 교육적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의료인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려 한다.
〈제1강 환자와 의사〉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 변화와 이상적인 의사상을 탐구한다. 의사와 환자 간의 소통과 전인적 이해의 중요성, 의료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다룬다.
〈제2강 의료와 제도〉는 한국과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을 비교하고, 글로벌 시대의 의료 제도의 동향을 살펴본다. 의료제도가 지역 문화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설명하고, 의료 제도와 정치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제3강 한의학의 인문학〉은 한의학의 역사적 발전과 서양의학과의 관계 변화를 조명하고, 한의학의 신체관과 질병관, 치료관을 분석하면서 한의학의 현대적 제도화를 논의한다.
〈제4강 의료와 윤리〉는 생명윤리와 의료윤리의 개념을 정립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윤리적 접근 방식을 검토하면서 생명의료윤리의 중요 사례를 통해 실제 적용과 관련된 윤리적 쟁점들을 탐구한다.
〈제5강 탄생과 죽음〉은 인간의 출산과 죽음의 과정을 문화적 관점에서 비교한다. 삶과 죽음의 서사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죽음의 사회적, 문화적 처리를 다룬다.
〈제6강 노화와 고통〉 노화의 의미와 노년기 삶의 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노년의 삶을 돌보는 실천과 이상적인 노화, 웰다잉에 대한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제7강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의료〉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의료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의 미래를 탐색하고, 포스트휴먼 시대의 의료 윤리와 인간 능력 강화를 논의한다.
이 시리즈는 의료와 사회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교수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할 지식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이 서로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화두인 셈이다. 이러한 교육적 접근은 의료인문학의 실천적 적용을 가능하게 하며, 의료 현장에서 더 나은 의사결정과 윤리적 실천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 밖에 세부적으로 교재의 성격에 걸맞게 각 절 첫머리에 학습 대상을 개략적으로 소개해 교육과 학습의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또 각 절마다 ‘학습 활동’을 적시해 학생이 그 방향을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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