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여행을 하기 좋은 계절을 맞으면서 귀와 관련된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비행기를 타도 될까요?’다.
중이염을 치료하고 있는 과정 중의 환자들이나 돌발성 난청, 이석증 같은 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귀에 영향을 주는 압력, 소음 등에 조심스러워지고 특히 비행기를 탑승하는 것과 같은 심한 압력 차이는 기압성 중이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번호에서는 기압성 중이염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몇 년 전 27세 남성이 귀가 아프다는 주소증으로 내원했다. 이 환자는 저희 학교 본과 3학년 재학생으로 진료를 보러왔던 날은 동남아에 위치한 나라로 졸업여행을 다녀온 다음날이였다. 고막상태를 확인한 후 통증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병력을 들어봤다.
3주간에 가까운 중간고사를 보면서 잠을 거의 못자고 감기에 걸렸으나 치료를 하지 못한 상태로 코막힘이 심해 코를 세게 풀고 들여마시고를 반복하던 중 시험 끝나는 다음날 비행기를 탔는데, 양쪽 귀로 날카로운 통증이 비행 내내 있었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린 이후에는 통증이 점차 사라져 시험기간 내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했는데 여행에서 스킨스쿠버를 하려다 귀 통증이 다시 극심해져 바로 물에서 나왔고, 이후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부터 몇 시간 동안 극심한 고통으로 집에 돌아온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 잠을 거의 못자고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환자의 양측 귀 상태는 전형적인 기압성 중이염으로, 강한 음압으로 삼출액이 나온 것뿐 아니라 혈액도 나와 혈성고막 즉 혈액이 섞여 빨갛게 보이는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항생제 종류의 약보다는 좁아지고 기능이 떨어진 이관을 복구시켜주고 기존의 비염을 치료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31편 부비동염과 이관협착 참조). 고막에 구멍을 내어주는 고막천자나 환기관을 하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고막천자의 경우 물은 빠지지만 간혹 천공으로 귀가 더 멍멍해지기도 하다.
아직 학생이여서 약은 형개연교탕 보험제제를 투여했고, 일주일간 매일 치료받기로 했다. 비통, 거료, 관료의 코 주위 혈자리와 예풍, 천유, 솔곡 등 귀 주위 혈자리에 자침하고 전침치료를 했으며, 특히 증상이 더 심했던 좌측으로는 천유차리로 뜸과 침 치료를 추가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다른 치료는 모두 동일하게 하고 통증과 출혈이 더 심한 좌측으로 뜸과 침을 추가로 치료했더니 좌측이 더 빠른 속도로 좋아졌다는 점이다.
환자는 내원 2일차인 11월4일 통증은 거의 소실됐고, 3일차인 11월5일에는 양측 삼출액도 빠졌다. 일주일 후인 11월9일에는 이제 모두 좋아졌다면서 상태만 확인하려 내원했다.
강한 압력 차이에 의한 기압성 중이염은 이관폐쇄로 인한 모습으로 대기와 비인강 내 압력이 중이강 내 압력보다 빠르게 높아지는 잠수나 비행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기압성 중이염에 대해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침고사항들이 있다.
첫째 만약 환자가 비행을 하기 전에 기압성 중이염에 대한 예방을 더 했더라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기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비행을 해야만 한다면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은 코가 막히거나 목 뒤가 부어오르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스프레이형 비점막수축제와 형개연교탕·연교패독산 등의 연조제형 보험제제를 가져가 복용하는 것이다. 또한 침을 삼키는 동작을 할 수 있는 껌을 씹어주고 귀마개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비행 전 체력 보강을 위해 충분한 수면이나 체력을 비축하고,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공진단을 복용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둘째, 상태가 심한 환자의 경우 혈성고막 외에 수포가 생기는 고막염과 외이도가 한껏 부어오르는 외이도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셋째, 만약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이후 삼출중이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내원한 25세 여자 환자의 경우 고등학생 때 장거리 비행으로 기압성 중이염이 오고 사성상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중이염 당시 천공으로 귀에서 다량의 피가 나왔다고 한다) 이후 삼출중이염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현재는 고막이 안으로 빨려들어가 귀가 항시 멍하고 이명과 어지러움이 심한 상태였다. 즉 유착성 중이염으로 진행된 것이다.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초기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사례다.
넷째, 혈성고막은 중이강에 혈액이 차는 상태로 진보라색이나 자주색으로도 보이고 중이강 하벽뼈 결손으로 경정맥구가 노출돼 박동성 이명이 심한 청색고막과는 감별돼야 한다.
많이 본 뉴스
- 1 경희한의대 임상술기센터, 학생 임상역량 고도화 주력
- 2 지역 방문진료 강화…보건진료소에 한의과 등 공보의 배치 추진
- 3 무엇을 근거로 괜찮다고 설명할 것인가?
- 4 내과 진료 톺아보기⑭
- 5 안양시, 연예인들과 함께 K-medi ‘홍보 한마당’
- 6 실손보험 청구 앱 ‘실손24’, 시행 4일 만에 22만 명 가입
- 7 부산 한의 치매예방 관리사업 효과, 국제학술지에 게재 ‘눈길’
- 8 예비 한의사를 위한 임상 실습과 노하우 공유
- 9 “지역사회 건강을 위해 행정과 진료의 경계를 넘다”
- 10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 행위, 건강보험 적용 계획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