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속에서도 사랑하는 아이들이 잘 자라서 너무 기쁘고 감사해요”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는 흔들리고 있는 ‘신체에서 정신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건강을 지키며 특히 정신건강의 예방과 치료, 회복 등 전 과정을 국정 어젠다로 삼아 재설계하는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동의생리학은 인간 생명을 원소가 결합된 유기체의 해부학적 체계로 보지 않고 ‘몸과 마음’의 형신일원적 생명활동현상으로 관찰하고 이를 음양대사로 이끌어내 치유하는 구조역학적 학리이다.
오늘날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이 의료데이터 플랫폼으로 발전하고는 있으나 이는 인간 생명대상의 주체를 물질현상으로 볼 때 가능한 것으로, 그 결과 인간의 ‘마음과 정신’은 생명 깊숙이 유폐됨으로써 LLM은 결국 사전 학습된 기계론적 답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동의생리학리는 신체면(오행)의 발생기능 활동을 ‘생(生)’, 추진기능 활동을 ‘장(長)’, 통합기능 활동을 ‘화(化)’, 억제기능 활동을 ‘수(收)’, 침정기능 활동을 ‘장(藏)’이라 하고, 정신면(오신)의 발생기능 활동을 ‘혼(魂)’, 추진기능 활동을 ‘신(神)’, 통합기능 활동을 ‘의(意)’, 억제기능 활동을 ‘백(魄)’, 침정기능 활동을 ‘지(志)’라고 한다.
한의학은 신체와 정신을 생명력 작용에 따라 관찰·분석하고 그 분석된 개념을 기초로 하여 개체별 생활 및 환경 현상을 연구, ‘몸과 마음’의 이상변이를 정상으로 돌아서도록 하는 질병 치료를 수천 년간 임상에서 실증해 왔다.
아무 외인, 내인이 없는 사람이라도 환경 변화 등 생활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정신질환이 생기는 바, 이를 음양조화로 이끌어 내 개체별 자발적 대사력이 회복되도록 치료하는 것이 정신건강한의학이다.
정신건강한의학이 세계화, 국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동의생리학의 기반에서 오신의 구조역학적 평형을 적용한 한방정신요법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야 정신건강 질병치료와 예방으로 인류의 행복한 삶에 적극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임상사례
60대 초반의 부인이 우수에 찬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와 “대학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향정신약물을 처방받아 3년간 복용하고 있는데도 불면증, 가슴 통증, 두통, 어깨 아픈 것은 여전하다”라며 “우선 두통만이라도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진찰해보니 형신의 정지변동 병증으로 면무택미백(面無澤微白) 맥침세무력(脈沈細無力), 상초불통(上焦不通) 영위불산(營衛不散)했다.
한의사: 언제부터 이런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나요?
환자: 이따금씩 증상이 나타난 것은 수십 년 됐지만, 바윗돌에 짓눌리는 것 같은 가슴통증은 몇 년 전 남편이 중풍 맞고 난 뒤부터 심해졌어요.
한의사: 아니, 무슨 일을 겪으셨나요?
환자: (눈물을 글썽이며) 처음 결혼할 때부터 잘못되었어요. 처녀 시절 동네 여동창을 직장 근처 저의 자취집에서 만나곤 했는데, 어느 날 엉뚱하게 한동네 살던 지금의 남편이 불쑥 찾아왔어요. 그리곤 다짜고짜 일이 벌어져서...순식간에 힘으로 당한 일이라...당시 제가 선보고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일로 깨질 수밖에 없었어요.
한의사: 저런...
환자: 그때 하필 임신이 되는 바람에 시골 친정 동네에 소문날까봐 쉬쉬하며 다 덮고 살았는데. 그 망나니 같은 성격 어디 갈까, 결혼 후에도 남편은 계속 바람, 도박, 폭력에...정말 3종 셋트로도 모자랐어요. 시어머니까지 모질어서 걸핏하면 제 행동이 맘에 안 든다고 당신 아들에게 빗자루 쥐어주며 며느리인 저를 장작 패듯 패게 했어요. 남편과 시모에게 손찌검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치가 떨리고 가슴이 먹먹해져요.
한의사: (공감의 눈빛으로) 저런, 쯧쯧...
환자: 이혼하려고 친정집에 아이들 데리고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때마다 남편은 낫 같은 흉기를 들고 쫓아와서 친정아버지와 식구들을 ‘다 죽인다’라고 협박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시댁으로 돌아오곤 했어요. 남편이 평생 무직자로 지내다 보니 제가 애들 데리고 도시로 나와, 젊을 때 배웠던 재봉기술로 힘들게 돈 벌어 공부시켜 삼남매 모두 시집, 장가까지 다 보냈어요.
한의사: 그런 울화통을 참고 사시느라...고생도 무척 많이 하셨네요.
환자: 그냥 기구한 내 인생을 ‘팔자소관’이려니 하며 체념하고 살았어요. 3년 전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졌을 때만 해도 ‘그래도 내 남편’이라 병원에서 수술시키고 지극정성 회복시켜 놨더니 요즘엔 의처증까지...‘어디 가서 어떤 남자 만나고 왔냐’라며 고래고래 소리소리 지르는 통에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한의사: 삶이 무척 고단하고 힘드시겠어요.
환자: 자식들은 어릴 때부터 저더러 ‘이혼하라’고 야단했는데도, 남편이 자녀들에게 민폐가 안 되도록 지금껏 제가 모든 것을 떠안고 꾹 참으며 같이 살아왔던 거죠.
한의사: 자녀들은 지금 잘 살고 있나요?
환자: (살짝 웃으며) 그럼, 그럼요. 삼남매 모두 반듯하게 자라서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갔고, 결혼도 다 잘 했어요. 그간 기도와 교회봉사, 신앙심으로 버텨냈던 제 인생의 선물이자 귀한 보배들이에요.
한의사:(눈을 맞추며) 지난 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환자분은 부모로서 책임감과 사랑의 힘으로 열심히 자녀들을 잘 키워내 성공시키셨네요. 정말 훌륭한 엄마예요!!
환자: (눈물 맺히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어느새 어른이 된 자식들의 희망찬 미래가 그려지고 나 자신 또한 살아갈 용기도 생기네요.
‘혼신의백지’는 구조역학적 정신생명활동의 원천
복약 6개월 후 내원한 환자는 “이젠 우울증 없이 잠도 푹 자고 몸도 건강해졌어요”라며 “선생님 덕분에 요즘은 즐겁게 교회봉사도 많이 하고 어린 손주들을 돌보며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라고 기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사람은 환경에 따라 형신의 이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황혼기 의처증 남편에게서의 시달림에서 온 무력감, 절망감, 비애감으로 ‘사(思)’와 ‘비(悲)’의 이상변이로 편항(偏亢)된 환자에 대해 필자는 생활 및 환경현상을 고려해 이에 대해 ‘오신을 역학적으로 분석’하며 필자와 매 상담 시마다 계속적인 지지적 정서교감을 통해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심한 반복적 우울증, 불면증, 흉통, 만성 견통’을 앓고 있던 환자에게 필자는 내경에서 ‘우비(憂悲) 칠정’의 정지변동이 정신면과 신체면에 병증으로 나타나 ‘상초불통, 소기, 기도불리위태식상폐(氣道不利爲太息傷肺)’한 것으로 진단하고 ‘과사상비, 폐기허’로 변이증후군을 변증·분석해 이를 오장의 생·장기능과 오신의 혼·신기능을 상생시키는 EFT요법, 지언고론요법, 경자평지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가감익기안신탕으로 침구·방제해 정확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정상과학 시대 정신건강한의학이 새패러다임의 ‘의과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형신일원의 자발적 대사력으로 확실성을 임상에서 견고히 해 나갈 때 비로소 의과학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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