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금동인으로 복원한 내의원 표준경혈3

기사입력 2024.03.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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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조선의 침구 경혈은 어떤 모습일까?
    'WHO/WPRO 표준경혈위치'와 왜식倭式 침구경혈의 문제점

    박영환 원장(시중한의원).jpg

     

    박영환 시중한의원장(서울시 종로구)

     

    조선통신사를 통해 침구학이 일본에 전달됐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또 당시 일본에서는 <동의보감>과 <침구경험방>이 널리 유통됐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만든 일본식 경혈도와 동인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당시 일본인들은 동인이나 경혈도를 제작 할 때 자의적으로 해석한 내용을 덧붙였고, 관학(官學) 주도의 공인된 검증절차 없이 출판하고 제작했다. 그 결과 각양각색의 경혈도와 동인이 일본에서 제작됐다. 

    20세기에 이르러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수많은 동인과 서양식 경혈도가 만들어지고 세상에 유통돼 현재는 어떤 것이 정확한 경혈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일찍이 알고 있었던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WHO/WPRO 표준경혈위치>를 발행하여 세 나라의 경혈을 한가지로 통합하고 교육과 임상의 표준 경혈로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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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WHO/WPRO 표준경혈위치>는 ‘왜식 침구경혈’을 우리나라에서 다시 정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18세기 내의원 경혈과는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 

     

    현재 <WHO/WPRO 표준경혈위치>는 오로지 서양해부학으로만 혈위(穴位)를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침구의서의 원문을 비교해 본다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혈이 많다는 것을 누구든지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현재도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는 문제이고 왜식 경혈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오류이기도 하다.

     

    왜식 침구경혈과 내의원 침구경혈과의 근본적인 차이점 중에 하나가 바로 절량법(折量法)이다. 절량법은 침구의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 이론으로 일본에서 제작한 경혈도와 동인은 절량법을 정확히 모르고 제작했기 때문에 경혈의 위치가 대부분 어긋나 있다.

     

    한 가지 예로 족태양방광경맥의 제 1선은 독맥에서 1.5寸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는데 절량법에 따르면 이는 척추뼈 가시돌기(Spinous process)의 폭을 제외한 거리다. 따라서 척추뼈 가시돌기의 폭 1寸을 더하면 족태양방광경맥의 제 1선은 서로 4寸 떨어진 곳에 있게 된다. 

     

    또한 족태양방광경맥의 제 2선은 독맥에서 3寸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척추뼈 가시돌기의 폭 1寸을 제외한 것이므로 가시돌기의 폭 1寸을 더하면 서로 7寸 떨어진 곳에 있게 된다. 

     

    이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제 2행은 척추를 끼고 각 1.5촌인데 척추의 폭 1촌을 제한 것을 함께 계산하면 모두 4촌정도 된다. 제 3행은 척추를 끼고 각 3촌인데 척추의 폭 1촌을 제한 것을 함께 계산하면 모두 7촌정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어 침금동인의 기록과 서로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WHO/WPRO 표준경혈위치>에서는 제 2행 사이의 거리를 3촌으로 하고 제 3행 사이의 거리를 6촌으로 정했는데 이는 무라카미 소센(村上宗占) 등이 주장하는 왜식 골도법에 근거한 것으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혈학의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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