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사회, 의협의 각종 의견 대변해 와…입장 반복일 뿐”
[한의신문=강준혁 기자] 세계의사회가 양의계의 의견을 대변해 한국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를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사회는 양의계를 대변해 한의계의 정당한 주장들을 비판해 온 전례도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최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루자인 알코드마니 세계의사회장의 영상메시지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루자인 회장은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을 포함한 우리 동료들은 민주적 법규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권리를 평화롭게 행사하고 있다”며 “개인적 사유의 사직을 저지하고 학교 입학 조건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 인권 침해이고, 대한민국에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의협의 주장과 동일하다.
◇세계의사회, “의협 지지한다”는 입장 반복
이처럼 국내 현안에 세계의사회가 가담해 주요 현안에 반대하거나 양의계의 이권을 수호하는 행태는 계속 있어왔다.
앞서 의협은 한의협의 변경된 영문명칭이 의협 영문명칭과 흡사해 국민에게 혼동을 주고 해외 학계에도 혼선을 줄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들며 2013년 5월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영문명칭사용금지’ 등 소송을 냈다. 하지만 1·2·3심 재판부는 ‘한의협이 의협을 사칭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도 세계의사회는 의협의 입장을 대변하며 “한의협 명칭의 명확성을 위한 의협의 관여에 대해 지지한다”면서 “한국 또는 해외에 있는 환자와 일반인들이 올바르고 진실한 정보를 알고, 안내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의협에 성원을 보낸다”고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사례는 2015년에도 이어졌다. 2015년 의협은 정부가 한의사의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하자 세계의사회의 입장을 빌려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세계의사회 자비에 도 회장·무케시 하이커왈 이사회 의장 이름의 서신을 통해 “(한국 정부의 정책은) 전문 의료인에게 최상의 진료를 받고자 하는 현대 지식 사회의 요구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면서 “한의학과 현대의학은 바탕이 전혀 다르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의사회는 또 보도자료를 통해서 “의협은 한국 정부의 계획에 대해 의료 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면서 “세계의사회는 의협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두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세계의사회는 항상 “의협을 지지한다”, “의협에 성원을 보낸다” 등 의협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점이다.
또한 세계의사회는 2021년 수술실 CCTV 설치, 2023년 간호법 제정 문제에 대해서도 의협과 의견을 같이 해왔다.
◇정부 “세계의사회, 의협 일방적 견해 대변”
세계의사회에서는 핵심관계자로 의협 측 인사가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의사회 홈페이지에서 리더그룹으로 의장인 알코드마니(쿠웨이트), 야쇼크 필립(말레이시아) 등 11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중 한 명이 박정율 의협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임기 2년의 의장으로 당선됐다.
이와 함께 이번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한 세계의사회의 입장문 발표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해당 주장을 반박기도 했다.
세계의사회는 1일 입장문을 통해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시행된 일방적인 결정으로 의료계가 혼란에 빠졌다”면서 “전공의의 개인 사직을 막고 학교 입학 조건을 제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잠재적인 인권 침해로 간주돼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세계의사회 입장문은 의협의 일방적 견해를 대변한 것”이라면서 “명확한 근거 없이 시행된 정부의 일반적인 결정이라는 인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는 의료계 등과 130회 이상 충분히 소통하면서 장기의료수급 전망과 의과대학 수요에 기반해 증원 규모를 산출했다”고 강조했다.
한의계 관계자는 “세계의사회가 의협의 의견을 대변하는 사례는 과거부터 있어 왔다”면서 “이는 의협이 본인들의 주장을 마치 국외에서도 호응하는 듯한 인식을 주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계의사회의 주장은 그저 의협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반복해 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5일 40개 대학이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대정원 증원 신청을 한 결과 총 340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각 대학이 내년도 증원 가능하다고 회신한 증원 최대 규모를 상회하는 수치다. 정부는 각 학교가 제출한 증원 신청 및 의대 운영계획 등을 토대로 대학별 증원 규모를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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