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희 원장, 진로 선택·한의약 이야기 담은 ‘인스타툰’ 도서화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최규희 하이키한의원 진료원장이 자신의 진로 선택과 한의약 체험 이야기를 담은 카툰 에세이 ‘하이브리드 이과생’을 발간했다. 이번 도서는 지난해 공모한 ‘2024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을 위한 서적 출판 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돼 ‘도서출판 KMD’를 통해 간행됐다. 본란에서는 저자인 최규희 원장을 만나 소아청소년 한의진료와 작품 활동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한의사이자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15년차 한의사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한의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경희의료원에서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한방내과전문의를 취득했다.
부족한 글은 그림으로, 서투른 그림은 글로 메우는 것이 특기로, 성격상 부끄럼을 많이 타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최굴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 중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한 건 지난해 7월로,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신입작가 공모전에서 당선돼 전시회에 참가했으며, 현재 ‘최굴굴’이라는 캐릭터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Q. ‘하이브리드 이과생’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인스타툰(Instatoon)으로 연재한 ‘하이브리드 이과생’을 카툰 에세이 형식으로 출간한 것이다.
당시 누적 조회수 12만회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특히 ‘영어 60점 맞은 외고생 이야기’와 ‘한의사 취업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다.
이과 성향을 타고난 저는 어릴 적 꿈이 의사였는데 당시 교복이 예쁘다는 이유로 돌연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으며, 이후 수능시험을 보고는 느닷없이 한의대에 들어가 한의사가 됐다.
한의사가 되어서도 이과 성향을 가진 저의 수난은 끝이 없었는데, 이 책은 이러한 좌충우돌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요즘 학생들은 인터넷 용어인 소위 ‘짤’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간결한 문체와 툰 형식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구성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진로 고민이나 자기개발 서적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자칫 훈계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 쉬운데 최대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귀엽고, 깨알 같은 일러스트를 그려 이과의 딱딱한 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Q. 이 책을 간행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한의사인 저의 정체를 숨기고, SNS를 해왔는데 이로 인해 쓸 수 있는 글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어떻게 하면 가장 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하이브리드 이과생’이라는 툰을 생각해냈다.
한의사로 활동하면서 문과적 소양 없이 이과 타입의 캐릭터로만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하이브리드(Hybrid’)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기도 해 지난 2019년 진료실 컴퓨터에 묵혀두었던 글을 꺼내 순서와 틀을 잡아 한 회씩 SNS에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의사임을 드러냈고, 다행히도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연재할 수 있었다.
이 책에도 당시 댓글 및 DM(개인 메시지) 등을 통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참고해 각 챕터마다 재미있는 꼭지들을 만들어 게재했다.
더불어 수능 상위 1% 선배가 알려주는 필승의 공부법을 비롯해 공부멘탈 관리법, 대학생활 꿀팁 등 알차게 채워 넣었다.
▲최규희 원장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그림일기 쓰는 한의사(@choigulgul)'
Q. 한의사이면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SNS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지난 2022년 여름 교통사고로 인한 발목 골절로, 수술을 받게 되면서 근무 일수를 주 2회로 줄이게 됐다.
누워있는 동안, 그리고 일을 쉬는 동안 삶이 무료하게 느껴졌다.
이에 태블릿 PC에 그림을 그리고, 약간의 글을 곁들여 블로그와 골절 카페에 골절 일기를 올렸다.
그땐 지금보다 훨씬 더 못 그렸는데 주변과 온라인상에서 재미있고, 귀엽다는 반응들이 오갔다.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인기가 많을 것 같다고 권유해 무대를 확장하게 됐다. 이제는 거의 한의사가 부업이고, SNS 작가가 본업이 된 기분이다.
▲지난 22년 박승찬 대표원장과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Pediatrics'에 '코로나19의 영향에 따른 한국 소아의 성조숙증 증가 경향'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Q. 소아청소년 한의진료를 담당하고 있다.
근무하는 곳은 성장 전문 한의원으로, 꾸준한 관리를 실시하는 진료과목 특성상 한 친구를 3~5년 정도 보다보니 아이들 하나하나에 애정이 생긴다. 엄마의 마음으로 진료하고 있는데 바르게 잘 커줘서 정말 기특하다.
특히 아이들이 ‘선생님 같은 한의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그럴 때 매우 설렌다. 이번 책 역시 이러한 아이들을 생각하며 썼다.
온라인상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생활습관이 몸에 벤 아이들이 내원하기도 하는데, 상담과 관리를 통해 올바른 성장 지식과 생활습관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아청소년 한의약 진료 분야에 정말 애정이 많은데 이를 전문적으로 펼치기 위해선 문과적 소양을 갖추는 하이브리드 한의사가 되는 것이 필수였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더욱 성장하는 발판이 된 것 같아 진료 분야를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소아청소년 의료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 SNS를 하면서 놀랐던 것은 아이가 감기에 걸려 양방 소아과에 줄을 서서 겨우 진료를 보고, 대기하느라 증상이 더 나빠졌다는 피드(Feed)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에 소아청소년 진료 한의사라는 사명감에 ‘가까운 한의원가서 한방 감기약 처방받으세요’라는 댓글을 남기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한약도 그런 게 있나요?’라는 반응들이 왔다.
다양하고, 효과 좋은 한약이 대중들에게 인식되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이에 대한 적극 홍보가 있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한약을 접해본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한약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앞으로 한의계 및 정부에서도 소아청소년 한의진료에 많은 투자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앞으로 한의약의 대중화를 위한 작품 계획은?
일단 계속 글을 쓰려고 한다. 특별한 환자가 아닌 누구나 일상적으로 꾸준히 한약을 먹고, 아프면 한의원 가서 치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최근 작가 지원 플랫폼인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건강 분야 크리에이터로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제목의 연재를 진행 중이다.
‘한의사인 나도 아프고, 아프면 한약 먹는다’는 내용으로, ‘편식하는 한의사’, ‘눈 나쁜 한의사’, ‘허리 삐끗한 한의사’, ‘역류성 식도염 있는 한의사’ 등 저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년에는 구상해놓은 어린이 그림동화책에 도전할 계획인데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그림실력을 연마해 나가겠다.
더불어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에서 제 작품의 가능성을 봐주신 데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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