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MSTA 이승언 단장
[한의신문=주혜지 기자] 중증 외상, 자연 재난, 분쟁 등의 인도적 위기는 예상치 못하게 닥쳐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에 장기적‧총체적 영향을 미친다. 대구한의대학교 포항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와 부산대학교 한방병원 침구의학과는 이런 상황 속에서 활동한 의료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외상, 재난, 인도적 위기와 건강: 한의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총 네 차례에 걸쳐 온라인(ZOOM)을 통해 진행됐다. 마지막 네 번째 세미나의 연자는 이승언 단장(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KOMSTA)으로 ‘중저소득국가 한의 의료봉사’를 설명하고 그동안 KOMSTA가 걸어온 길을 소개했다.
KOMSTA는 1993년 네팔 의료봉사를 시작으로 한의사들이 만든 단체로 1998년 보건복지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정식 등록하고, 매년 4~5차례 해외의료봉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4년 1월 기준 KOMSTA는 170차의 공식봉사를 통해 2581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했는데, 보건복지부 인증을 거친 공식절차 외 자체 해외봉사활동까지 포함하면 약 230회의 파견이 있었다.
특히 1997년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양국 협의 하에 대한한의사협회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우친선한방병원’이 설립됐으며, 2001년에는 카라칼팍스탄‧누크스‧카자흐스탄‧캄보디아‧몽골 등 여러 지역에 한방병원이 개소됐다.
이승언 단장은 “이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KOICA를 통한 해외원조 부분이 활발하지 않을 시기였다”며 “우리 한의사들의 사회적 지위나 활동 능력이 매우 강한 시기에 활동을 하면서, 저개발국가에 조금 더 운영하기가 쉽고 비용이 덜 들어가는 한의약을 바탕으로 한 한방병원이 많이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변화하는 KOMSTA
이후 2009년에는 우리나라가 OECD DAC 공여국 국가에 가입하며 국가의 공적개발원조 변천 속에서 KOMSTA의 활동의 폭 또한 변화했다.
국제개발협력 기본법(2010년)을 바탕으로 이제는 5년마다 기본 계획을 세워 정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어, 해외원조 역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 내에서 진행되기 시작했다. UN총회에서 정한 ODA(공적개발원조) 기준에 부합을 해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해외봉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이승언 단장은 KOMSTA 역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업의 활동 영역을 넓히기보다는 내실화를 다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승언 단장은 “여러 사안들 중에서도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 분야에 집중해 청년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KOMSTA는 이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참여하기 위해 다른 NGO단체들과의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그중 KOFIH는 공식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북한과 관련된 보건의료지원이 명시된 유일한 단체로, 함께 한의학의 역할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또한 매년 KOICA로부터 예산을 교부받고, 매년 5~60명의 봉사단원을 파견하고 있는 상태다. 2017년부터는 3개월 혹은 5개월의 중기 한의사 파견을 시범삼아 운영했으며, 코로나 시기에는 비대면 온라인 봉사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세계 변화 속 전통의약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환경 또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0년에 채택된 ‘나고야의정서’를 꼽을 수 있다.
나고야의정서의 ‘유전자원 또는 전통지식에 대한 접근 및 이의 이용으로 발생하는 이익 공유에 관한 법률’이 발효된 이후 대부분의 저개발 국가가 자원을 이용한 의료약품 산업을 발달시키고 전통의약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전통의약과 약초 사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승언 단장은 “우즈베키스탄에는 현재 송영일 한의사가 파견돼 있는데, 많은 현지 의사들이 침 치료를 배우길 원한다”며 “그중에는 ‘아리랑병원’을 오픈하고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이어 “한의학이 중의학이나 일본캄포의학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현지 의사도 있다”며 “한국의 한의사는 오수혈 경락에 있는 침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중의학과 다른 부분을 충분히 보여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KOMSTA는 다양한 형태의 해외 파견 봉사팀을 구축하려는 시도 중이다. 특정 질환 진료 봉사팀, 단기 진료 봉사팀 등 작년부터 시범적으로 파견했다.
이승언 단장은 “KOMSTA 봉사단은 항상 봉사 선서를 시작으로 아침을 맞이한다”며 “우리 단원들이 한의사의 명예를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제대로 된 봉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침 치료 배우고 싶어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국가별 다빈도 질환, KOMSTA 봉사활동 단원 선정, 치료 시 고려사항, 재난 상황 봉사 지원, 한의약의 강점, 국내 의료봉사 등 질문이 이어졌다.
이승언 단장은 “해외 봉사할 때 꼭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며 “가령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그 나라 사람들의 고유의 식문화에 대한 부분은 노터치하는 과정에서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캄보디아 같은 불교 국가의 경우에도, 스님에게 백회혈 자침을 할 때는 사전에 미리 안내드리고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씀드려야 한다”며 “각 나라의 문화는 꼭 미리 숙지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외 의료봉사에 있어 한의사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에는 “환자들이 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의료인을 만난다’라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기인한 기대 심리와 플라시보 효과가 가미돼 침 효과가 무지 강력하게 나타난다”고 답했다.
이승언 단장이 첫 KOMSTA 봉사를 간 2012년 동티모르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진료를 받으러 왔던 환자가 2~3회 치료를 받으며 걸어서 들어오는 일이 다반사일 정도였다.
이 단장은 “최근 우즈베키스탄과 스리랑카 봉사에서는 서양의학을 전공한 현지 의료인들이 ‘침 치료’를 배우려고 하는 열정들이 끊임없다”며 “일주일간의 짧은 봉사 기간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건강이 회복될 수 있고, 어떤 곳에서는 의료 시스템을 새롭게 갖출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들고 온다는 측면에서 서양의학의 봉사와는 다른 차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의학적 치료 자체가 중저개발국가에 있어서는 매우 안정적이고, 그들의 경제 수준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의료체계”라며 “그들로부터 이런 부분을 확대해 나가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김상호 대구한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침구과이신 김건형 교수님과는 전문 스콥이 다른데, 이렇게 공통 분모가 생겨 한의사들끼리 교류하는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든다”며 “비록 일주일에 한 번씩 작은 시간, 많지 않은 인원이었지만 이런 씨앗이 뿌려지고 후속적으로 네트워킹이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건형 부산대학교 침구의학과 교수는 “이번 세미나를 기획하며 외상, 재난, 인도적 위기에 있어 한의학의 역할이 무엇인가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현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께 이야기를 들을 후속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특히 KOMSTA의 경우는 한의학의 유일한 해외의료봉사단체로 더 많은 관심과 네트워크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