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주의 의무, 양방 아닌 ‘한의’ 기준으로 판단 추세

[한의신문=윤영혜 기자]한의 의료 분쟁과 관련 최근의 판례 동향은 ‘한의학’적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의사의 주의 의무는 양방 임상의학의 수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닌, 한의서에 기술된 지식이나 한의사들의 보편적 진료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7일 대한의료법학회 주최로 대법원 16층 회의실에서 열린 ‘현대의학과 한방의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숭덕 대한의료법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사회 내 여러 분쟁들이 있지만 주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며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날 ‘한방의료에서 한의사의 주의의무 및 판결 동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영호 부장판사는 “한의사들은 양방의료를 좀 아는 반면 양의사나 법관은 한의학에 문외한일 수밖에 없어 이전에는 양의학적 기준에서 한의 분쟁 소송을 판결하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는 각 면허를 기준으로 법원에서 어느 정도는 원칙을 확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의 의료 분쟁 사안은 “한의사의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명시적 판례가 나오면서 법조계도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가 돼 있다는 설명이다.
◇전원조치, ‘상급’ 의료기관 이전이 포인트
박 판사는 한의사의 주의 의무와 관련해 “예전에는 ‘전원 의무’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요즘은 한의사 자체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판단하는 추세”라며 “한의학 서적에 나와 있는데도 해당 조치를 안 하는 경우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지난 2002년 폐렴을 디스크로 오진해 양방협진 또는 양방 의료기관으로 전원하지 않아 패혈증으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과실을 인정한 사례가 있는데, '양방'으로 전원을 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치료를 해도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방병원 등의 ‘상급 의료기관’으로 전원할 의무가 있다는 것. 양방의 경우도 환자 상황이 악화될 경우 1차 의료기관이라면 2차, 2차라면 3차 등 더 나은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한·양방 구분의 문제나 불균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환자에게 황달 증세가 나타났다면 한의원에는 현재 간 검사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양방으로 전원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증세가 개선이 안 되는데도 같은 치료를 반복한다면 잘못이라는 것이다.
또 한의사가 양방으로 전원시 설명 의무가 있느냐와 관련해서는 “2011년 판례 중 한약 투약 시 한약 자체의 부작용을 설명할 의무는 있으나 양방 약품을 함께 복용하고 있을 때 한약과의 상호 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며 “면허 범위 밖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며 양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한·양방 협진과 관련해서는 "환자가 애초에 한·양방 양쪽 치료를 받을 목적으로 협진 병원에 온 만큼 한방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협진 차원에서 전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 기준을 반영한 가장 최신의 판결로는 대법원이 지난 2016년 목 디스크로 한의 치료를 받았으나 추종인대골화증으로 결국 양의에서 수술 받은 사례를 꼽았다. 원고가 한의사로부터 턱관절 확인 및 추나요법과 뼈 교정 및 해머링 요법 등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저린 증상과 절뚝거리는 증상이 심해졌음에도 특별한 지시사항없이 치료를 계속해 결국 척수손상이 심하게 발생, 응급수술에 이른 사례다. 이 경우 재판부는 환자에 대한 ‘전원’이 아닌 ‘예후관찰 자체’에서 한의사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봤다.
◇침 시술 뒤 감염, ‘시간 근접성’이 관건
침 시술 뒤 양방 병원으로 옮겨 검사해보니 황색 포도상구균 검출된 경우 침 때문인지, 양방 병원에서 감염이 됐는지는 확실치 않더라도 ‘침 시술 직후’라는 점에 판결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 근접성’이 포인트라는 얘기다.
박 판사는 “양방의 경우도 황색 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될 경우 똑같이 시간 근접성에 의해 과실로 인정된다”며 “한·양방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침을 너무 깊이 자입해 피해자의 흉막을 관통, 기흉을 발생시킨 혐의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형사책임을 인정한 사례에서 재판부가 판결 시 ‘이화여대 의대 목동병원 의료진의 ‘침술요법 후 발생한 기흉 2례’가 참고한 것과 관련해 “한의서에 침 시술 시 흉막을 관통해 기흉이 생길 정도까지 깊게 찌르지는 말라는 어느 정도 기술이 돼 있을 것으로 본다 해도 이는 명백히 피고 측 변호사의 잘못”이라며 “한의사의 주요 의무는 한의학적 기준으로 해야지 그 주장을 안 하니까 엉뚱하게 양방 이대 목동병원에서 침을 어느 정도 깊이로 해야 한다고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의학적 지식이 없는 양방 측에서 침 자입의 깊이를 정하도록 놔두지 말라는 것이다.
◇“한의학 근거, 임상진료지침 참고해 달라”
이어진 토론에서 박용신 서울시한의사회 부회장은 “한·양방 치료를 가르는 구분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통해 이뤄졌다”며 “한의학적 근거는 전통 서적에서 찾지 말고 현대 한의대 교과서, 복지부와 한의학회, 한의대 교수들이 진행하고 있는 한의임상진료지침 및 한의 표준 행위 분류들을 바탕으로 한의학적 기준을 판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70년대 초반만 해도 한의사가 주사기나 청진기를 쓰려면 상당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한의사의 진료영역이 변하면서 조금씩 영역이 넓혀지는 추세”라며 “한의약 육성법 2조 1항에 있는 ‘과학적으로 운영, 개발한 한방행위’란 문구가 현대 한의학의 내용을 좀 더 담아낼 수 있는 조항이라 보고 법적 판단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에 허용한 안압측정기 등 현대 의료기기 5종 판결이 잘못됐으며 똑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판사로서 판결을 내려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이에 좌장은 “오늘 자리는 헌재의 판결이 옳으냐를 재론하는 자리가 아니고 한의사의 주의 의무가 주제”라며 “현안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법원 판결이 갑갑하고 잘못돼 보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들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이해시켜서 내용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판사는 헌재 판결과 관련해 “한방병원에는 이미 혈압측정기, 분석기 등의 장비를 갖고 있다”며 “문제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지, 혈압 재는 것 자체를 진단의 영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박 판사는 “의사들 역시 의료 시술을 할 때 환자의 케이스마다 다른 치료를 하지 일반화할 순 없지 않느냐”며 “사안에 대해 어떤 의료행위가 맞는지에 대한 기준은 각각의 협회가 정하는 것이고 그 보편적 기준에 맞게 의료인이 진료를 했는지 감정하는 것이 판사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한의신문=윤영혜 기자]한의 의료 분쟁과 관련 최근의 판례 동향은 ‘한의학’적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의사의 주의 의무는 양방 임상의학의 수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게 아닌, 한의서에 기술된 지식이나 한의사들의 보편적 진료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 17일 대한의료법학회 주최로 대법원 16층 회의실에서 열린 ‘현대의학과 한방의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숭덕 대한의료법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사회 내 여러 분쟁들이 있지만 주제는 보는 사람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도 있다”며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의 문제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날 ‘한방의료에서 한의사의 주의의무 및 판결 동향’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박영호 부장판사는 “한의사들은 양방의료를 좀 아는 반면 양의사나 법관은 한의학에 문외한일 수밖에 없어 이전에는 양의학적 기준에서 한의 분쟁 소송을 판결하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는 각 면허를 기준으로 법원에서 어느 정도는 원칙을 확립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의 의료 분쟁 사안은 “한의사의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명시적 판례가 나오면서 법조계도 어느 정도 입장이 정리가 돼 있다는 설명이다.
◇전원조치, ‘상급’ 의료기관 이전이 포인트
박 판사는 한의사의 주의 의무와 관련해 “예전에는 ‘전원 의무’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요즘은 한의사 자체의 주의 정도를 표준으로 판단하는 추세”라며 “한의학 서적에 나와 있는데도 해당 조치를 안 하는 경우들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지난 2002년 폐렴을 디스크로 오진해 양방협진 또는 양방 의료기관으로 전원하지 않아 패혈증으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과실을 인정한 사례가 있는데, '양방'으로 전원을 하지 않아서라기보다는 치료를 해도 환자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방병원 등의 ‘상급 의료기관’으로 전원할 의무가 있다는 것. 양방의 경우도 환자 상황이 악화될 경우 1차 의료기관이라면 2차, 2차라면 3차 등 더 나은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 의무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한·양방 구분의 문제나 불균형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환자에게 황달 증세가 나타났다면 한의원에는 현재 간 검사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만큼 양방으로 전원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증세가 개선이 안 되는데도 같은 치료를 반복한다면 잘못이라는 것이다.
또 한의사가 양방으로 전원시 설명 의무가 있느냐와 관련해서는 “2011년 판례 중 한약 투약 시 한약 자체의 부작용을 설명할 의무는 있으나 양방 약품을 함께 복용하고 있을 때 한약과의 상호 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까지 설명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며 “면허 범위 밖은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며 양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밝혔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한·양방 협진과 관련해서는 "환자가 애초에 한·양방 양쪽 치료를 받을 목적으로 협진 병원에 온 만큼 한방에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협진 차원에서 전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의 기준을 반영한 가장 최신의 판결로는 대법원이 지난 2016년 목 디스크로 한의 치료를 받았으나 추종인대골화증으로 결국 양의에서 수술 받은 사례를 꼽았다. 원고가 한의사로부터 턱관절 확인 및 추나요법과 뼈 교정 및 해머링 요법 등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저린 증상과 절뚝거리는 증상이 심해졌음에도 특별한 지시사항없이 치료를 계속해 결국 척수손상이 심하게 발생, 응급수술에 이른 사례다. 이 경우 재판부는 환자에 대한 ‘전원’이 아닌 ‘예후관찰 자체’에서 한의사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봤다.
◇침 시술 뒤 감염, ‘시간 근접성’이 관건
침 시술 뒤 양방 병원으로 옮겨 검사해보니 황색 포도상구균 검출된 경우 침 때문인지, 양방 병원에서 감염이 됐는지는 확실치 않더라도 ‘침 시술 직후’라는 점에 판결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시간 근접성’이 포인트라는 얘기다.
박 판사는 “양방의 경우도 황색 포도상구균 등이 검출될 경우 똑같이 시간 근접성에 의해 과실로 인정된다”며 “한·양방에 따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침을 너무 깊이 자입해 피해자의 흉막을 관통, 기흉을 발생시킨 혐의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형사책임을 인정한 사례에서 재판부가 판결 시 ‘이화여대 의대 목동병원 의료진의 ‘침술요법 후 발생한 기흉 2례’가 참고한 것과 관련해 “한의서에 침 시술 시 흉막을 관통해 기흉이 생길 정도까지 깊게 찌르지는 말라는 어느 정도 기술이 돼 있을 것으로 본다 해도 이는 명백히 피고 측 변호사의 잘못”이라며 “한의사의 주요 의무는 한의학적 기준으로 해야지 그 주장을 안 하니까 엉뚱하게 양방 이대 목동병원에서 침을 어느 정도 깊이로 해야 한다고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의학적 지식이 없는 양방 측에서 침 자입의 깊이를 정하도록 놔두지 말라는 것이다.
◇“한의학 근거, 임상진료지침 참고해 달라”
이어진 토론에서 박용신 서울시한의사회 부회장은 “한·양방 치료를 가르는 구분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통해 이뤄졌다”며 “한의학적 근거는 전통 서적에서 찾지 말고 현대 한의대 교과서, 복지부와 한의학회, 한의대 교수들이 진행하고 있는 한의임상진료지침 및 한의 표준 행위 분류들을 바탕으로 한의학적 기준을 판단해 줄 것"을 제안했다.
이어 박 부회장은 “70년대 초반만 해도 한의사가 주사기나 청진기를 쓰려면 상당한 반발에 부딪혔지만 한의사의 진료영역이 변하면서 조금씩 영역이 넓혀지는 추세”라며 “한의약 육성법 2조 1항에 있는 ‘과학적으로 운영, 개발한 한방행위’란 문구가 현대 한의학의 내용을 좀 더 담아낼 수 있는 조항이라 보고 법적 판단에 반영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에 허용한 안압측정기 등 현대 의료기기 5종 판결이 잘못됐으며 똑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판사로서 판결을 내려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다. 이에 좌장은 “오늘 자리는 헌재의 판결이 옳으냐를 재론하는 자리가 아니고 한의사의 주의 의무가 주제”라며 “현안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법원 판결이 갑갑하고 잘못돼 보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들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이해시켜서 내용을 고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호 판사는 헌재 판결과 관련해 “한방병원에는 이미 혈압측정기, 분석기 등의 장비를 갖고 있다”며 “문제는 어떻게 사용하느냐지, 혈압 재는 것 자체를 진단의 영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박 판사는 “의사들 역시 의료 시술을 할 때 환자의 케이스마다 다른 치료를 하지 일반화할 순 없지 않느냐”며 “사안에 대해 어떤 의료행위가 맞는지에 대한 기준은 각각의 협회가 정하는 것이고 그 보편적 기준에 맞게 의료인이 진료를 했는지 감정하는 것이 판사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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