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관리와 재활을 위한 한의약’ 주제로 한의학 세션 운영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이하 한의협)는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2023부산세계장애인대회’에서 장애인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진료 선택권·접근성 보장 및 장애인 다빈도 질환 치료에 탁월한 한의약 치료의 적극적인 실현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장애인 건강권과 한의약’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홍주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은 모든 인류의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권리지만, 장애인들은 누구나 누려야할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 가운데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과 선택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현재 우리의 장애인 건강관리 시스템은 여러 미흡한 면들로 인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진료 선택권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부 정책과 사업이 추진돼야 하며, 특히 장애인 다빈도 질환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입증한 한의치료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장애인들의 건강권과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한의약 기반의 의료환경이 조성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건강관리와 재활을 위한 한의약’을 주제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의학 세션에서 황병천 한의협 수석부회장은 “인간의 기본권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건강권 문제는 특히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더 큰 관심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2023부산세계장애인대회를 맞아 3만 한의사들은 장애의 예방과 재활, 관리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 건강권과 한의약’ 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에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 장애인들의 건강권 확대와 독립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제반 여건 마련 △장애인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전제조건인 진료 선택권과 접근성 보장을 위해 장애인 관련 건강관리 사업과 세부 정책에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한 △이미 확인된 장애인들의 한의치료에 대한 높은 선호도와 만족도 그리고 장애인 다빈도 질환에 대한 탁월한 한의약 치료 효과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의료인으로서의 책무 수행 헌신 △장애인들에게 최적화된 의료서비스 제공과 장애인들의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한의약이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임상과 학술연구에 가일층 매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장애인 건강관리와 재활을 위한 한의약’을 주제로 진행된 한의학 세션(학술발표)에서는 한국의 한의약 장애인 건강돌봄 프로그램 및 임상연구 방향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 재활사례 및 한의재활 치료를 통한 장애인의 건강관리 등의 주제가 발표됐다.
이날 김동수 동신대 한의대 교수는 ‘한국의 한의약 장애인 건강 돌봄’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장애인들은 높은 만성질환 유병률과 스트레스, 낮은 일상생활 수행능력으로 인해 보건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은 높지만, 충족도는 낮은 상황”이라며 “보건복지부가 올해 장애인 대상 지역사회 돌봄에 한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장애인 안전관리와 상담, 응급상황대처, 평가도구 등의 매뉴얼로 구성된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돌봄 가이드 북’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장애인들은 높은 만성질환 유병률과 스트레스, 낮은 일상생활 수행능력으로 인해 보건서비스의 필요는 높지만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장애인의 의료접근성 확대를 위해서는 방문진료 제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의 최종 목표는 현장 적용 가능한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돌봄 표준 매뉴얼 개발 및 국가 정책과의 연계방안 마련을 통해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돌봄을 활성화해 장애인의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세부목표로는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돌봄 표준매뉴얼 개발(기존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돌봄 매뉴얼 개정·표준 매뉴얼 기반 확산도구 개발)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돌봄 추진방안 마련(관련 국가 정책 및 제도 조사·추진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어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돌봄 가이드 북’에 게재된 업무 프로세스, 환자 교육자료 등 주요 내용을 설명한 김 교수는 “이번 가이드북이 장애인들이 의료기관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장애인의 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한의약 건강돌봄이 보다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개발하게 됐다”며 “우리나라 외에도 전통의약을 활용해 장애인들의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한국의 사례가 보다 확산돼 전 세계 장애인들 및 그들의 치료·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일차의료 의료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Real World Evidence에 기반한 장애인의 한의약을 활용한 건강관리’에 대해 발표한 임정태 원광대 한의대 교수는 장애인의 한의약적 건강관리를 위해 진행된 문헌연구, 임상연구, 역학연구, 질적연구, 정책연구 자료 등을 공유하는 한편 후속연구 방향을 제언했다.
임 교수는 “우선 장애인의 한의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연구와 사업들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일차의료, 공공의료 데이터가 이미 존재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만큼 이같은 데이터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장애인 대상 RCT 연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기존의 연구·사업 데이터를 모아 사업의 효과를 메타분석하고, 단기적으로 끝난 사람들의 후속 경과를 추적하는 등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과의 장애인주치의 시범사업 현황을 보면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속에서 한의과·의과를 구분짓는 것보다는 참여하고자 하는 의료진들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방문진료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의사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일회성이 아닌 장기간 다양한 연구방법론 적용을 통해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있어 어떤 한의중재가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지를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보람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의 한의약 재활 건강관리’ 발표를 통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의원에 내원한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은 2∼5세 소아 환자 19명을 대상으로 탕약(1일 3회, 40ml씩 나누어 복용)과 발달적 놀이치료, 감각 강화치료를 6개월간 시행한 결과, 아동기 자폐증 평정 척도와 자폐증 행동 체크리스트 점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실제 국내 임상현장에서 수행되고 있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한의약 중심 치료 프로그램의 임상 근거를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더”며 “더불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들의 근거 기반 의료선택권 확대를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후속연구를 기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들이 근거에 기반한 의료선택권이 확대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잇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병철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장은 ‘한방재활치료를 통한 장애인의 건강관리’란 주제의 발표에서 “장애인의 건강 관리는 소외되거나 간과되기 쉬운 분야이므로, 의과적 접근과 함께 한의약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라며 “장애인이 주로 호소하는 다빈도 질환의 경우에는 한의약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질환이 많은 만큼 통합의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한의재활치료의 장점으로 △쉬운 접근성(방문진료에 적합) △부작용이 적음 △치료와 양생의 개념이 있어 생활습관의학으로의 접근이 용이 △허약과 보(補)의 개념이 있어 체력 관리에 도움 △도인안교의 개념이 있어 조기법(調氣法)과 호흡재활에 도움 △기공체조요법의 지도 등을 꼽았다.
그는 “한의치료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장애인들에게 한의재활치료의 개념이 부족하고, 한의계 역시 장애진단의 경험이 부족한 것은 향후 지속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며 “장애인들의 건강 증진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근거가 확보된 한의재활치료 분야의 장애인 건강관리 역할 수행과 정부와 기관, 학회 등의 유기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장애인 건강 증진 및 관리에 한의계의 역할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언이 이어졌다.
김동수 교수는 “아직까지 지역사회에서 재가 상태 장애인의 건강 관리에 한의약을 이용하는 측면에 대해 장애인들도, 한의사 회원들에게도 모두 낯선 상태라고 생각되며, 이런 측면에서 서로간 이해를 높이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현재 장애인주치의 제도에 한의과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장애인주치의 제도의 활성화 측면에서도 방문진료에 강점이 있는 한의과의 참여가 조속히 이뤄진다면 정책을 추진하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정태 교수는 “이번 발표를 통해 문헌연구들을 살펴보면 예상 외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각 지역 보건소에서 진행되는 사업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데이터만 잘 모아도 장애인의 한의치료 효과를 연구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발표에서 제안한 것처럼 컨트롤타워를 통해 이 같은 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보람 연구원은 “임상현장에서 보면 자폐스펙트럼 환자나 부모들이 뚜렷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미충족 의료욕구가 많은 상황”이라면서 “한의원 단위에서 수행된 증례연구를 기반으로 실제 한의의료기관에서 수행되고 있는 다양한 한의복합치료에 대한 임상시험 진행 등을 통한 보다 양질의 연구들이 진행돼야 할 것이며, 이에 더해 한의치료에 대한 다양한 홍보 및 정책 추진을 통한 한의치료에 대한 효과를 충분히 인지시켜, 의료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병철 원장은 “실제 장애인 방문진료를 나가보면 장애인들의 치료해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많은 보람이 남는 의미있는 일이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인 측면에서 장애인의 건강 관리에 한의계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들이 미흡한 실정인 것 같다”며 “오늘 진행된 세션 역시 향후 장애인의 건강 관리에 한의약의 참여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며, 한의사 회원들도 더욱 관심을 갖고 다양한 고민을 함께 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한의약 세션 참여를 기획한 허영진 한의협 부회장은 “대한민국 한의사들의 장애인 건강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들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에 세션을 마련해 운영하게 됐다”며 “특히 오늘 발표된 ‘장애인 건강권과 한의약’ 선언문은 짧은 발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도 한의계가 최선을 다해 장애인 건강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 부회장은 또 “아직 장애인주치의 제도에 한의과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의협에서는 정부와 국회, 관계 기관 등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서서히 시행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노력은 협회뿐 아니라 3만 한의사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 준 결과이며, 한의사 장애인주치의 제도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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