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49)

기사입력 2023.04.13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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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醫寶鑑』의 滋陰論
    “『東醫寶鑑』 滋陰論의 의사학적 맥락을 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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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滋陰은 育陰, 養陰, 補陰, 益陰이라고도 하는데, 陰虛證을 治療하는 方法이다. 陰虛證이란 陰陽 가운데 陰이 부족해 나타나는 乾咳, 咳血, 潮熱, 盜汗, 口乾, 咽燥, 腰痠遺精, 頭暈目眩, 手足心煩熱 등을 말한다. 이러한 陰虛證을 滋陰시켜 치료하는 방법은 朱震亨(1281~1358)에 의해 창시되었다. 


    朱震亨은 30세에 『素問』을 읽기 시작했는데, 후에 陳師文(宋代의 의학자, 『校正太平惠民和劑局方』을 만들었다) 등이 교정한 方書들을 읽었고, 36세에는 許文懿(朱子의 四傳弟子)에게서 理學을 배웠다. 44세에는 羅知悌(1243~1327)에게 간청해 의학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羅知悌는 劉完素(1120~1200)를 私淑하고 李杲(1180~1251), 張從正(1156~1228)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었다. 羅知悌는 朱丹溪에게 “醫學之要, 必本於素問難經, 而濕熱相火爲病最多”라고 하였다. 이처럼 朱震亨과 劉完素는 간접적인 師承關係에 있었으므로 朱震亨은 劉完素의 火熱이 질병을 발생시킨다는 의학사상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다. 


    朱震亨의 학술사상의 요지는 “陽常有餘, 陰常不足”이다. 그는 『黃帝內經』에 근거하여 ‘相火의 有常’은 생리적인 작용이며 이것은 인체가 끊임없이 생명활동을 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인간은 이 火의 작용이 아니면 생명활동을 할 수 없다(人非此火不能生)”라고 말하였다. ‘相火의 有變’은 병리적인 작용으로 “相火妄動(상화가 함부로 날뜀)”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色慾에 자극을 받아 망동(有餘)하기 쉽다는 뜻이며, 이러한 망동된 相火의 작용이 지나치면 陰精을 소모시켜 질병을 발생시킨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養生에 있어서 相火가 妄動하는 상황을 피해야 하며 음식과 색욕을 절제하여 ‘陰分’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상에 있어서도 그는 滋陰降火하는 약재를 쓸 것을 주장했고, 이 때문에 그를 ‘養陰派’ 또는 ‘滋陰派’라는 부르는 것이다.  


    『東醫寶鑑』에서도 朱震亨의 滋陰論을 계승하여 陰虛證을 치료하기 어려운 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먼저 『東醫寶鑑·雜病·火』에서 “陰虛火動者難治”라는 제하에 陰虛證의 치료가 어려움을 설하고 있다.

    “근세에 陰虛火動의 질환을 열 가운데 하나도 치료하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무릇 그 시작에는 음식은 예전과 같고 起居도 평상시와 같지만, 오직 가래 기침을 한두번 하는 것뿐이기에 스스로 병이 없다고 말하고 병을 숨기고 의사를 꺼려하니, 몸이 죽어가지만 깨닫지 못한다. 점점 커져서 침상에 눕게 됨에 이르러서는 단단한 어름이 이미 이르게(履霜堅氷至) 되어서 가히 다시 구제할 수 없게 된다.”


    陰虛火動이란 문자 그대로 陰이 虛해져 火가 動하는 것을 말하니, 즉 陰虛로 인해 나타나는 제반 熱證을 말한다. 이 증상은 飮食, 起居 등은 병이 생기기 전과 같고 다만 가래 기침만 한두번할 뿐이기에 병이 없다고 느끼지만, 이것은 병이 깊이 든 것이다. 이 병을 가벼이 여기고 치료에 소홀히 하면 병이 나타날 때 걷잡을 수 없게 되니, 이것은 『周易·乾』의 “履霜堅氷至”의 말처럼 침상에 눕게 됨에 이르러서 단단한 얼음이 이미 이르게 된 것과 같아 구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東醫寶鑑·雜病·積聚』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陰虛의 補하기 어려움, 오래된 積의 제거하기 어려움”이라고 陰虛를 難治로 꼽고 있는 것이다. 


    『東醫寶鑑』에서는 인체가 地水火風의 四大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이 가운데 水에 해당되는 것은 精血津液으로 인체의 陰的 요소들이다. 이것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물질이기에 없어서는 안 된다. 『東醫寶鑑·雜病·虛勞』의 “人身陽有餘陰不足”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天은 陽으로 地의 밖을 운행하고, 地는 陰으로 가운데에 거하니, 天의 大氣가 이것을 들어준다. 日은 차있는 것으로 양에 속하여 月의 밖을 운행하고, 月은 결손되는 것으로 陰에 속하여 日의 빛을 품부 받아야 빛을 낸다. 사람은 天地의 기를 받아서 태어나는데, 天의 陽氣는 氣가 되고, 地의 陰氣는 血이 된다. 그러므로 陽은 항상 남음이 있고, 陰은 항상 부족하며, 氣는 항상 남음이 있고, 血은 항상 부족하다.”, “사람의 일신은 陽은 항상 남음이 있고, 陰은 항상 부족하며, 氣는 항상 남음이 있고, 血은 항상 부족하다. 그러므로 滋陰하고 補血하는 약을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빠뜨려서는 안된다.”


     

    “사람의 몸은 陽은 항상 남음이 있고, 陰은 항상 부족하다(人身陽有餘陰不足)”는 논리의 기초는 자연계 자체의 속성으로서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滋陰시키는 약을 항상 빠뜨리지 말고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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