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지로 딸들을 보호하고 지켜야겠어요!”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지난 3년간 겪었던 코로나 팬데믹의 교훈은 무엇보다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행복을 향한 삶의 기대마저 흔들어 놓아 이를 새로이 구축하는 총체적 역량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더욱이 온 세상을 바꿔놓고 있는 챗GPT의 시대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많은 정보의 구축들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다행히 한의학은 ‘몸과 마음’의 형신을 일원론적 존재로 보고 인간개체를 생명현상으로 연구하고 다루는 방법을 동의생리학적 구조역학으로 해석하고, 이를 수천 년간 임상으로 실증해왔기에 이미 과학성을 내재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신건강 한의학리는 우주대사와의 천인상응을 통해 실증된 의학으로 형신의 기층부에서 혼(발생력)·신(추진력)·의(통합력)·백(억제력)·지(침정력)를 구조역학적으로 분석, 자발적 자기대사로 이끌어 인류의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해 왔다.
실증을 구하는 이러한 전일적 한의학리에 의한 관찰·분석은 어느 시대에나 불변의 안정된 정상과학(Normal Science)으로써 동양의학의 패러다임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
즉, 축적된 콘텐츠 정보들을 개별맞춤식으로 적용해 왔던 한의학적 임상자원은 정상과학으로 미래에도 의과학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임상사례
30대 중반 부인이 초조한 기색으로 진찰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증상을 호소했다. “대학병원에서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수 년 동안 항정신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호흡곤란, 가슴통증, 벌렁거림, 어지러움, 두통은 여전하며,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잠을 설치기 일쑤고 우울증까지 심해져 고통스럽다.” 이에 망문문절 진찰을 하고 나서 물었다.
한의사: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나요?
환 자: 음, (잠시 생각하는 듯)좀 오래됐는데, 시댁에서 시어머니에게 맞고 나서부터 생겼어요.
한의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환 자: 시아버님 생신에 남편이 마침 해외출장 중이었어요. 그런데도 당시 5살 큰 딸애와 백일도 안 된 둘째를 들쳐 업고 시댁에 갔어요.
한의사: 저런, 쯧쯧. 산후조리 중인데도 며느리 도리를 다 하기 위해 두 애들을 데리고 가셨군요.
환 자: 네, 맞아요. 아버님 생신날 아침에 미역국 해드리려고 전날 다 준비해놨는데 갑자기 둘째딸이 밤새 칭얼거리며 열나고 토하더니, 새벽이 돼서야 겨우 가라앉았어요. 저는 여차하면 응급실가려고까지 했고요.
한의사: 아휴. 큰 일 날 뻔 했네요.
환 자: 시부모님도 애가 아픈 거 아셨어요. 깜빡 잠들었다 깨보니 아침이라 서둘러 부엌으로 나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숟가락이 날라 왔어요. 먼저 일어나 식사 준비하시던 시어머니가 ‘시아버지 생신상도 안 차린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시고...
한의사: 아니, 산모한테? 다친 데는 없었나요?
환 자: (눈물이 맺히며) 팔에 숟가락을 세게 맞았는데, 나중에 보니 새까맣게 멍들었더라고요.
한의사: 어머나, 황당하고 너무 놀랐겠어요.
환 자: 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울컥해요. 첫째가 ‘우리 엄마 때리지 마세요’라고 울고불고 하고, 시아버지도 말리고 했어요. 순간 멍해졌는데, 손님으로 북적거렸던 종갓집인 친정에서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던 일이었죠.
한의사: 억울하고 화가 많이 났을 텐데, 어떻게 되었나요?
환 자: 남편이 ‘산모한테 뭐하는 거냐’고 화를 냈고, 친정에서도 아시고 항의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시어머니가 사과하셨어요. 남편도 저와 친정 부모님께 사과했으나, 그래도 제 맘속엔 응어리가 맺혀있어요. 더구나 문제는 그 사건 이후로도 손녀들 보고 싶다고 걸핏하면 연락하시기 때문에 자주 내려가요. 저희도 스케줄이 있는데...
한의사: (눈을 맞추며) 환자분에게는 ‘시부모님께 순종하는 것’과 ‘내 아이들을 지키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요?
환 자: 당연히 저희 애들이죠. 제가 정말 존경하는 친정엄마는 시부모님도 잘 봉양하셨고 저희 남매도 사랑과 존중으로 키우셨어요. 저도 엄마처럼 시부모님께 효도하려했고요.
한의사: (고개를 끄덕이며) 친정엄마가 훌륭하시네요.
환 자: (잠시 생각하며) 네, 저는 조부모님과 부모님에게 ‘내리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어요. 그런데 큰애가 그 때 일로 너무 놀라 한참 동안 경기했거든요. 너무 속상했고, 이제부터는 제 의지로 딸들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지켜야겠어요. 선생님과 상담하니 마음이 정리가 되고 편안해지네요.
복약 2달 후 초등학생 두 딸과 내원한 환자는 “온가족이 놀이공원도 가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고 있다”면서 “요즘은 꿀잠을 잔다”고 기뻐했다.
혼·신·의·백·지는 개별맞춤식 생명대사의 방정식
필자는 ‘시어머니 냉대’의 트라우마로 어려움을 겪어 왔던 환자에게 칠정상으로 인한 화병으로 분석, 경계정충, 심담허겁, 폐기허, 신경쇠약, 우울증으로 진단하여 이를 안정시키는 이정변기요법, 정서상승요법, 지언고론요법, 오지상승위치 및 침구시침과 안신시키는 가감보폐탕을 방제, 자발적 자기대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즉 ‘시부모님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디스트레스와 ‘자녀를 보호하고 잘 키워야한다’는 유스트레스 사이에서 정서적 혼란이 왔던 신경쇠약 환자에게 의백기능을 강화하여 상생의 ‘헬퍼스-하이’로 치유시킬 수 있었다.
정신건강 한의학은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질병의 예방치료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일이 가장 큰 역량이다. 팬데믹 와중에 한의계 최초로 설립된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전통의학 국제표준규범 등 K-한의학 구축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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