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박지훈 의무이사, 이현준 부회장, 하상철 명예회장으로 구성된 ‘우리팀’이 최근 슬로바키아를 방문해 현지 배구선수 및 격투기 선수, 아이스하키 선수 등을 한의치료로 돌보고 귀국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코로나가 연일 극성이고, 장마의 끝자락이던 7월 24일. 대한스포츠한의학회는 슬로바키아의 선수들을 치료하기위해 IOC sports physician diploma 소지자인 박지훈 의무이사, 이현준 부회장, 하상철 명예회장(이하 우리 팀으로 칭함) 3인으로 팀을 구성하여 2주간의 파견을 보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의 재유행에도 선수들의 치료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한 결단을 내린 스포츠한의학회는 지난 6월 세계태권도대회(무주)에서도 세계각국 선수들의 치료로 각 국의 선수단으로부터 찬사를 받은데 이어, 스포츠한의학이 필요한 나라에 한의사를 파견한다는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슬로바키아를 선택하여 우리 팀을 파견하게 되었다.
시작
외국인 선수로 한국 프로 배구에서 3회에 걸쳐 선수 생활을 하고 코치로도 한국 팀을 맡았던 슬로바키아출신 Martin Nemec과 배구위원들이 함께 식사하던 중 2018년 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로 활약했던 이야기가 단초가 되어 슬로바키아의 여러 종목의 선수들을 치료하는 플랜이 시작되었다.
스포츠한의학회도 해외진출에 관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이 부분이 상호간 코드가 맞았다.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관의 Michal Bauden 통상담당자와 함께 유럽스포츠 매니지먼트사들과의 연계 작업과 함께 진행이 되어 1. 슬로바키아의 대표선수급선수들 위주로 각종 종목별 모든 선수들, 2. 슬로바키아와 인접해 있는 체코, 폴란드남부, 헝가리 쪽의 프로팀 선수들을 치료한다는 계획이었다. 진료소는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를 중심으로 하되 여러 도시들에 산재해 있는 팀을 방문해서 치료를 하는 계획을 세웠다.
과정
우리 팀은 슬로바키아 현지와 주한 슬로바키아 직원과의 긴밀한 연락을 통해 치료할 팀이나 선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며, 가능한 많은 선수들을 치료하는 계획을 짜기 시작하였다. 이때가 2020년 1월 초였다. 이 계획이 실현 단계로 넘어가려는 순간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 사태가 1월 말부터 시작되어 당분간 보류가되는 아픔도 있었다. 예방접종과 각 국에서 코로나를 대처하는 방역대책들이 정립이 된 2022년 3월 초순에 다시 이 계획을 진행하기로 하고 2년전 세웠던 계획을 새롭게 수정하고 보강했다. 2년전과 달리 현지쪽에서는 슬로바키아의 인접 국가의 프로팀들이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서 외부인의 치료에 그리 달갑지 않아하는 표시를 해왔다.
한국에서도 프로팀들이나 진천의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치료를 위해 출입을 할 때 외부인을 전면 통제하거나 PCR test 음성결과를 제출하고 출입을 해야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그들이 자기 팀 선수들을 보호하려는 결정을 존중할 수 밖에 없어서 결국은 슬로바키아 내의 여러 팀만 치료하는 것으로 진료 방향을 바꿨다.
준비
우리 팀의 주된 치료 타겟이 스포츠 상해 질환이라서 추나 요법, 테이핑 요법, 침 치료를 위주로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약침은 그 국가에서 허락을 받아야하는 문제가 있어 자칫 이 프로젝트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그 밖에 혹시 모를 내과적 문제의 선수도 있을 수 있어서 몇 종류의 한의보험제제 약품도 준비했였다(참고로 외국인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한약의 어떤 형태이든 약을 복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우리 팀은 하루에 40여명의 선수를 치료한다고 계획하고, 진료에 필요한 여러가지 물품을 준비하던 중 슬로바키아가 유럽에서 코로나 예방 접종율이 저조하다는 정보를 접하고, 혹시 모를 감염을 대비해서 환자용 마스크까지 추가적으로 준비했다. 2년전과 달리 치료 대상의 범위가 줄어서 준비물도 대폭 감소했지만 추가적으로 슬로바키아 중부 지방의 대학병원인 Martin University Hospital에서 우리 학회 소개와 침 치료의 새로운 방향에 관한 발표를 갖기로 했다.
현지 도착
7월 24일 일요일. 드디어 모든 물품을 들고 오스트리아 Vienna행 비행기에 올랐다.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한국에서 직행이 없을 뿐만 아니라 Vienna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Vienna 공항을 이용하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원래 11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 경로가 우쿠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으로 항로를 변경하는 등으로 1시간 더 걸리는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으나 무사히 Vienna 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치료
아무리 계획을 잘 해도 현장에서는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 팀이 선택한 기간은 여름 휴가 기간을 이용해서 각 자의 클리닉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4월에 완성된 계획안과 현지에서의 슬로바키아 선수들이나 구단의 스케줄이 약간의 변경 상황이 발생했다.
치료를 받기 원했던 구단이나 팀들이 휴가기간을 변경하거나 각 선수들의 해외전지훈련 등이 발생하여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처음 치료는 Drazdiak Beach Volley Club이었다. 20개정도의 비치발리볼 코트를 보유한 클럽 팀의 클럽하우스에서 아마추어선수들 위주로 치료가 시작됐다. 진료가 끝날 때 쯤에는 현재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프로배구선수로 뛰고 있는 선수, 슬로바키아 대표선수 출신으로 다른 도시 팀 코치를 하고 있는 환자도 치료를 받고 매우 만족했을 뿐만 아니라 처음 한의치료를 받았지만 놀라운 효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음날부터는 Oktagon MMA 체육관에서 선수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옥타곤의 뜻은 링의 모양이 8각형 모양의 링안에서 겨루는 종합격투기를 의미하고 있다. 다양한 격투기 기술을 사용하는 종목으로 선수들이나 이를 배우려는 일반인들에게는 부상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 실제 다수의 유럽 챔피언을 길러낸 이 체육관에서의 진료는 많은 선수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격투기 특성상 상대방을 두렵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몸에 문신을 많이 한 선수들이 많았다는 특성이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격투기 선수들의 치료는 날짜를 넘겨서 이어졌다. 소문을 듣고 요청이 더 들어왔다. 새벽 6시 호텔을 출발하여 2시간여 떨어진 Bansca라는 도시의 Bansca Dracula gym 에서 치료가 시작됐다.
체육관에서의 치료를 마치고 격투기 선수들의 합숙훈련장이 있는Moštenica 소도시로 다시 이동하여 치료하기도 했다. 합숙 장소는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리조트였는데 챔피언 벨트를 몇 개 갖고 있는 선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모여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수련을 하는 선수들이 남녀 합쳐서 대략 50여명 정도였는데 체육관 안은 냉방시설이 잘 가동됐으나 그들이 뿜어내는 거친 숨으로 열기가 가득했다.
마틴 대학병원에서의 간담회
우리 팀은 슬로바키아의 중부 지방에 위치한 마틴시 대학병원(우리나라로는 광역 담당 병원으로 슬로바키아의 중부지역을 담당하는 최종 진료기관)을 찾아가 우리 학회가 이룬 업적과 추구하는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향후 슬로바키아와 협력할 수 있는 부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침 10시경 병원 입구에 도착하니 DR. Dalibor Murgas 가 마중을 나왔다. 이 병원의 medical director를 담당하고 있는 소아과 의사였는데 6월 한국에서 열린 Medical AI system에 관한 Conference로 서울에 다녀왔다고 말하면서 국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병원 이곳 저곳을 안내해 주면서 마틴 병원이 혈관조영진단학 분야에서 상위에 속해 있으며 소아과에서는 기형을 갖고 태어난 어린이와 470그램의 미숙아를 Incubator를 통해서 잘 키우고 있는 상황들을 자랑했다. 병원 순례를 마치고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침술을 사용하고 있는 개원의 등10여명의 의사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을 통해 알게 된 침술 및 의료 현황은 자국내에서는 의사만 시술 가능하다는 것과 전국민 의료보험이 되고 특수 장비 검사 및 치료를 제외하고는 본인부담금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회 소개가 끝나고 침 치료에 관해 개원의로 침술을 하고 있는 의사가 질문을 해왔다. 체코에서 중국식 침술을 배워 사용하는 의사로서 무엇이 다른지 궁금했다고 한다. 스포츠한의학회에서 추구하는 침 치료 방법은 기존의 중국 전통의 방식과는 다르며, 신속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한 후에 본인이 직접 체험을 원해서 Malalignment를 기반으로 하는 침술에 대해 아주 잠시 demonstration을 하니 체험을 한 본인도 놀랐지만 정형외과 과장이 갑자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설명을 하자 정형외과 과장이 유튜브를 통해서 강의를 오픈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했다. 이에 즉답은 하지 않고 조만간 좋은 결과를 도출해 보자는 답만 내놓고 발길을 돌렸다.
놀라운 효과에 감탄, 기억나는 환자들
Vk Pirane Brusno 배구팀의 Victoria Krajcinova 선수는 금년 2월에 경기 중 전방십자인대파열의 부상을 입고 6월에 수술을 하고 brace를 착용하고 있었다. Brace를 제거하고는 통증으로 걷기도 불편하였으나 치료 후 걷는데 자신감을 갖게 되어 다음날 수술을 한 의사한테 검진을 받고 SNS를 통해 의사가 호전된 상태를 체크하고는 이것은 Magic에 가깝다고 표현하며 한의치료에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슬로바키아에서의 마지막 스케줄은 Banská 도시에 있는 HC 05 Banská Bystrica 아이스하키팀의 진료였다. 감독이 대표로 먼저 진료를 받겠다고 했다. 선수 생활 때부터 여러 번의 어깨 수술을 하여 어깨의 외전과 외회전에 문제가 있다해서 치료한 후 본인이 스스로 놀라면서 한의치료에 머뭇거리는 선수들을 향해 “한 명도 빠지지 말고 다 치료해”라는 멘트를 날릴 때는 우리 팀의 주가가 많이 올라갔다고 확신했다.
마지막 난관
한국으로의 귀국 비행기를 타기위해서는 신속 항원 검사나 PCR test의 음성판정을 받아야 한다.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 착용을 하는 바람에 우리 팀도 이에 맞춰서 준비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진료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했다. 이런 상황에 10일 정도 노출이 되었었기 때문에 테스트 결과에 걱정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혹 감염 양성이 되면 Vienna에서 음성이 나올 때까지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다행이 팀원 모두 음성으로 나와서 무사히 귀국 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에필로그
스포츠를 좋아하는 동호인 뿐만 아니라 프로페셔널 선수들 모두 부상이라는 원치 않는 악세서리를 달고 있기에 이를 해결해 주는 스포츠 관련 질환 의사가 필요하다. 슬로바키아뿐만 아니라 몇몇 나라의 경우 선수들의 불만 그대로 표현을 빌리자면 “의사들이 그저 약을 몇 개 던져주고 만다”는데 있다. 당장 연습이나 시합 경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약을 복용하면서 쉬라고 하는 현실 괴리적 말만 하니 선수들로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한의치료를 통해 빠른 효과를 보게 된 프로선수들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은 자신들의 SNS를 통해 한의치료에 매료됐음을 전파했다.
이제 관건은 얼마나 많은 지원과 이를 수행할 한의사의 역량이 수반 되느냐가 이 프로젝트를 좀더 향상시키는 과제로 남았다. 현지 슬로바키아 대사관쪽과 연계 작업도 잘 하였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판단됐다.
우리 팀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해준 스포츠한의학회와 직장을 사직하고 참여하여 현지 코디처럼 일 처리를 해준 이현준 원장,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매사에 임하고 선수들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선수들을 감동시켜준 박지훈 원장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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