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한의사 되겠다”

기사입력 2022.04.0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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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나 손 내밀고자 노력”
    코로나19 지원 이어 산불피해 복구 성금 전달 등 활발한 기부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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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강원도와 경상북도 일대에 번진 큰 산불로 인해 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한 가운데 이들을 돕기 위해 한의계가 나섰다.

     

    서울시한의사회와 경상북도한의사회는 지난달 10일 울진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약 2000만원 상당의 쌍화탕을 전달했고, 강원도한의사회와 한풍제약은 지난달 14일 동해·삼척 지역 재해민들을 위해 한의약품 1000포를 기부했으며, 자생의료재단은 지난달 8일 산불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5000만원을 쾌척한 바 있다.

     

    이외에도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의사 회원들의 따뜻한 손길도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대구에서 ‘성서조약국’으로 알려진 보생조한의원의 조덕래·조현정 부녀 한의사는 지난달 11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산불피해 복구 및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성금 300만 원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이번 산불피해 지원뿐만 아니라 2020년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의료진을 돕기 위해 1000만원 상당의 의료방역물품과 간식을 지원한 바 있으며, 지역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하는 등 나눔과 선행을 실천해왔다.

     

    이와 관련 조현정 원장은 “범국가적 재난으로 모두가 힘들어 할 때면 수시로 지역사회 기부를 실천해왔다”며 “이번 대형산불로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을 잃으신 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전했다.

     

    조 원장으로부터 기부의 시작과 실천 방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할아버지때부터 우리 집안은 매년 정기적으로 지역사회에 기부를 해왔다.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수림원을 설립하고, 사회에 기부하신 일들이나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수여 등 나눔을 이어왔다. 어릴 적부터 기부를 지켜보며 자랐고, 자연스레 지역민들에게 받아온 사랑에 보답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깨우치게 됐다.


    Q. 기부를 시작하기 전, 참고하는 부분이 있는가?

    일단 금전적인 간접 지원보다는 힘드신 분들을 직접 찾아 뵙고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려고 한다. 즉, 의료지원이 가능한지를 먼저 체크한다. 이는 한의의료 봉사활동과 달서구한의사회에서 진행 중인 한약지원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체득한 나만의 기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대한한의사협회에서 진행한 ‘코로나19 한의진료센터’에 참여했으며,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위한 진료 및 한약 기부에도 동참하고 있다.


    Q. 본인에게 ‘기부’는 어떤 의미인가?

    의료인 그리고 한의사로서 나를 믿고 찾아주시는 분들께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기부라고 생각한다. 기부를 통해 내가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기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한의사로서 책임을 다하며,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는 기회가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고 돌려드리고자 노력할 따름이다. 이것이 기부라고 생각한다. 기부를 통해 힘을 얻은 분들이 직접 찾아와 좋은 이야기를 해줄 때면 많이 쑥스럽다. 한편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 이러한 응원들은 꾸준히 봉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지역민들을 향한 올곧은 마음이 단단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Q. 3대째 명맥을 이어 한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조부와 아버지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며 고마움을 갖고 있다. 우리가 대를 잇는 것처럼 환자들도 대를 이어 한의원을 찾아주고 있고, 가끔 한의사의 길을 선택함에 있어 조부와 아버지의 영향이 컸는지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분들은 내가 한의사가 되라 강요하시기 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학창시절에는 과학자를 꿈꾸며 생물학을 전공했으나, 학자가 갖춰야 할 기질 중 호기심이 나에게는 부족했던 것 같다.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어깨너머로 보고 배웠던 한의학이 친근하게 다가왔고, 한의대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Q. 조부와 아버지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들었다.

    조부께서는 내가 한의사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 이에 직접적인 가르침은 받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오셨던 조부의 삶을 되짚어보면서 앞으로 내 삶의 ‘방향’과 ‘기조’를 다지곤 했다.

     

    누구보다 일찍 한의원에 출근해 차트를 보고, 휴일도 없이 환자를 진료하는 조부의 생전 모습들은 정말 큰 가르침으로 기억된다.

     

    아버지께서는 한의사로서 ‘책임’과 ‘꾸준함’을 항상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환자를 낫게 하는 치료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한의사 본인의 건강을 챙기지 못한 것 또한 무책임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한 진료실을 비우지 않는 것과 환자와의 시간 약속은 꼭 지키는 것이 마땅함을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꾸준히 배우는 자세로 정진해 보다 나은 의술을 펼칠 것을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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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든든한 선배이자 가족이 동료일 때 나타나는 장단점은?

    흥생한의원, 성서조약국, 보생조한의원으로 이어지는 정통성과 역사, 축적된 노하우들을 전수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해도 환자가 의심하고 처방대로 행하지 않는다면 치료가 힘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진료를 하기에 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조부와 아버지께서 수십 년간 쌓아온 명성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중압감이 다소 있다. 이에 끊임없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한다. 


    Q. 어떤 한의사로 기억되고 싶은가?

    환자들이 찾아오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안한 한의사로 기억되고 싶다. 그들의 병을 치유해주고 마음을 위로해주고자 한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환자들과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생각하겠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나 손을 내밀고자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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