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재와 일상의 음식 이용한 치유에 초점
동·서양 의철학의 핵심 요소를 통합해 섭식 행위를 두루 소개한 《음식과 치유》 개정 3판이 간행됐다. 1993년 초판이 출간된 후 전 세계 7개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1996년, 2002년에 두 차례 개정되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건강·의학 분야 스테디셀러에 오르는 등 영양학 분야의 필독서가 됐다.
저자인 폴 피치포드는 미국의 영양학자로,이번 개정 3판을 통해 채식 중심의 ‘홀푸드’(whole food), 통합 영양학 등 ‘음식 치유의 세계’라는 제목의 섹션을 별도로 추가해 식이요법으로 만성질환 등을 개선하는 법을 요약해 전달하고자 했다.
이 책은 동양의학, 인도 전통 의술인 아유르베다 의학 등에서 인체와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을 대중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을 영양학적 분석을 통해 치료 대상으로 삼는다.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식단’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다.
목차를 보면 △진단과 치료의 근원 △영양학의 기초 △오행과 장부 △질병과 식이요법 △식물성 식품의 조리법과 효능 등 5부로 구성돼 있다. 124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 걸쳐 동양의학과 현대영양학의 관점을 교차하며 만성 퇴행성 질환 등 생활습관이 불러온 질병을 음식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1부인 ‘진단과 치료의 근원’ 챕터에서부터 열, 냉, 습, 허 등 동양의학에서 다루는 용어들의 정의가 나온다. 먼저 ‘음’과 ‘양’, ‘상보’와 ‘상변’, ‘기’ 등 동양의학의 개념을 설명한 후 ‘덥히는 음식’과 ‘식히는 음식’을 권한다. 덥히는 음식을 먹으면 신체 깊숙한 곳에 있는 에너지와 혈액이 몸의 위쪽과 바깥쪽으로 밀려난다. 고추를 먹으면 몸에서 잠시 열이 나지만 이후 열이 식으며 몸이 식는 이치다. 반대로 식히는 음식은 몸의 에너지, 체액 등을 몸 안쪽과 아래쪽으로 향하게 한다.
이 같은 음식의 성질에 더해 조리법까지 조절하면 음식의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열은 영양소를 이용하기 쉽도록 음식물의 구조를 파괴하지만, 낮은 불로 익히면 영양 소실은 적어지고 남은 영양소의 흡수율은 높아진다. 열·한의 양상과 그 원인, 치료법과 식이요법까지 담아 효용을 높였다.
그런가 하면 열, 체액 등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각각 나타나는 ‘실증’과 ‘허증’을 설명하기 위해 <내경>의 한 대목을 언급하고, ‘표증’과 ‘이증’ 치료를 구분해 증상을 해결해야 하는 질환과 근본부터 해결해야 하는 질환을 구분해 치료할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2부 ‘영양학의 기초’에서는 물, 기름, 지방, 소금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에 영양학적으로 접근하며 음식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다른 사람을 짜증나게 할 정도로 자신의 식단을 강요하면 나쁜 인간관계가 형성돼 나쁜 음식보다 더 해롭다고 귀띔한 점도 흥미롭다.
3부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동양의학에서 한 발 나아가 ‘오행과 장부’ 개념을 제시한다. 계절의 순환에 따라 인간의 장부에 이로운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이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행은 내부의 장부, 정서, 인체 부위, 환경 등을 ‘상생’과 ‘상극’의 순환을 통해 서로를 돕거나 통제하는 다섯 가지 범주에 연결한다.
인체의 통합된 전체를 찾아내기 위한 진단 단계를 밟기 위해서다. 저자는 음식 치유를 위해 오행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계절 순응 △장부의 조화와 질환 △상생 순환과 상극 순환 등을 순서대로 설명한다.
4부 ‘질병과 식이요법’ 순서에서는 다시 현대영양학으로 돌아와 혈당 불균형, 저혈당, 위궤양을 완화할 수 있는 먹거리에 대해 소개한다. 변비를 치료하기 위한 음식을 단순히 제시하기보다 그 원인을 다양하게 진단하고 장운동, 자극 원화, 장 생태계 보강 등 다양한 해법에 맞는 음식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5부 ‘식물성 식품의 조리법과 효능’ 챕터에서는 콩, 채소, 해초 등 식물성 식품의 조리법과 효능을 설명한다. 조리법 찾기, 찾아보기 등 색인 기능을 추가해 특정 성분이나 재료에 대한 내용을 독자가 찾기 쉽게 배치한 점도 눈에 띈다.
현대 의학은 루이 파스퇴르가 각종 병원체를 발견하고 로베르트 코흐가 세균병인설을 확립하며 감염성 질환을 정복해 왔다. 그러나 만성 퇴행성 질환 등 생활습관이 불러온 질병까지 정복하지는 못 했다. 현대인은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화학물질로 이뤄진 가공식품을 섭취한 결과 암,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 아토피 등 면역계 질환에 시달리게 됐다. 몸, 마음 등 인체를 서로 연결된 존재로 보고 인체 시스템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하는 동양의학에 눈길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저자는 30년 동안 서구의 현대 영양학과 아시아 전통 의학을 접목해 건강과 영양학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립했다. 아시아 전통 의학의 이론에 바탕을 두면서도 효능이 있는 약재에만 집중하지 않았던 그는 미국 다수 대학, 동양의학 대학 등에서 수많은 치유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확산했다. 현재 캘리포니아 하트우드 연구소에서 ‘아시아의 의술과 통합 영양 프로그램 ’을 이끌고 있다.
역자로 참여한 이희건 씨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철학을 위한 물리학》, 《내 아이의 스무 살, 학교는 준비해주지 않는다》 등을 번역했고, 《교양으로 읽는 용선생 세계사》의 대표 필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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