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 마련 안 돼 정확한 실태조사 위한 데이터 확보 나서
“코로나 한약 관심 가진 계기는 작년 전화상담센터 근무 때”
본란에서는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과 한약 복용에 대한 조사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윤해창(대구 수성구 해창한의원 원장) 한의사로부터 연구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경미한 이상반응을 관리하기 위해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이 정부 방침으로 정례화 됐지만 한약 복용에 대한 지침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실태 조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대구 수성구에서 해창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윤해창 한의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한약 효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3월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활동하면서부터다. 대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을 당시, 대한한의사협회가 차린 전화상담센터에 지원해 근무했던 것.
“당시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청폐배독탕을 처방하는 것부터 불안, 불면 등 심리적 지지까지 아우르는 지침을 근거로 진료를 할 수 있었다”는 그는 이후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지난 5월 아스트라제네카, 7월 화이자로 교차접종 받은 뒤 1차 때는 짧게 전신 근육통, 길게는 무릎 관절통을 겪어 한약을 복용했고 2차 때는 주사 맞은 부위 근육통으로 침, 부항,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환자들이 예방 접종 후 한의 치료를 언제, 어떻게 받는 것이 좋은지 문의가 들어올 때 주변 한의사들과 의견을 나눠보면 “각기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관련 정보를 탐색하다 아예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고자 직접 실태조사를 시행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대상자는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으로, 한의사도 참여가능하다. 모집과 관련해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사를 받을 때 한의과대학이 소재한 대학 홈페이지를 비롯해 여러 온라인 공간과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를 통한 홍보를 허가받아 진행하고 있다.
◇참가하는 전체 인원을 230명이라고 한 이유는?
전체 인원은 조사 결과를 나누어 항목별로 비교 분석했을 때 유의미한 차이를 검증할 수 있는 최소 인원에서 결측치를 고려해 정한 숫자다. 제한을 둔 것은 아니므로 더 많은 분들의 참여가 있을 경우 확대 가능하다.
◇연구를 설계할 때 염두에 둔 대상자들이 있나?
평소 한의약을 자주 접하는 사람에 꼭 한의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0년 한의의료기관 진료실 인원은 약 1300만 명이다. 물론 한의약을 인근에서 접하고, 관심을 가진 분들이 연구조사에 더 적극 응해줄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다.
많은 한의사들이 현재 코로나19 관련 적극적으로 진료하고 있으며 내원한 환자들에게 예방 접종 후 이상 반응에 대해 어떻게 처치하는 것이 좋을지 문의를 받고 처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저를 포함한 다수의 한의사들이 본인을 비롯한 가족, 환자 등 많은 사람들에게 예방접종 전후 한약 복용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그분들이 연구에 적극 참여해 주신다면 정확한 데이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략적인 현황은?
9월 9일 기준 100여명이 설문에 응답했고 1차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었다는 61명 중 40명이 이에 대해 처치를 했으며 그 중 한약을 복용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23명이다. 아직 전체 목표치의 절반 정도만 모집된 상태라 보다 많은 분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기사를 읽는 분들이라면 https://forms.gle/SXp5fkG7YQPApcEB7 링크로 참여를 부탁드린다.
◇한의계 관계자보다 일반 국민들에게 더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향후 연구 결과의 활용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의사 개개인은 각자의 위치에서 한의약을 기반으로 진료하고 이를 전파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여러 분야 대표 또는 정책 결정자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는데 활용한다면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예상되는 연구 결과, 또는 연구 방향이 있는지?
조사가 시행 중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라 명확히는 언급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에서도 감염병과 관련된 많은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는 만큼 한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의학연구원에서도 ‘신변종 바이러스 감염질환 대응 한의 범용기술 개발’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향후 대규모 바이러스성 질환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으로 한의학, 의료인으로서 한의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철저히 준비하기 위한 방향이 될 것이다.
◇이번 연구가 한의학의 과학화 또는 한의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연구를 준비하면서 이미 공중보건한의사를 대상으로 비슷한 조사가 진행돼 연구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임상과 함께 연구에도 관심을 가진 한의사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학문적 교류도 활발히 일어나길 바란다.
◇예전에도 ‘말기 암 환자에서 한의학적 완화치료법 현황’ 연구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데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한의사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새로운 분야라기보다 항상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과거 한방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자주 만났을 때는 자연스럽게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한의원에서 관해 단계에 이르러 일상으로 복귀한 환자들을 접하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기관을 지정받아 운영하게 됐다.
지금은 누구든지 코로나19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에도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한 예방접종이 시행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 한의학적 치료의 우수성을 직접 확인하기가 쉽지 않았다. 완화의료와 같이 정책에 있어서 의무는 있으나 실질적인 참여에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모아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일을 통해 한의계의 영역 확장 등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남기고 싶은 말.
빠른 시일 내에 대상자 모집이 완료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 개인연구자로 더 큰 규모의 조사나 개입 연구는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돼 추후 관련된 질적 연구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다른 연구자와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새로운 분야의 연구는 늘 필요성을 느끼지만 진입장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학술대회, 교육연수 등이 비대면으로 진행돼 장소의 구애 없이 접근이 가능한 이점도 생겼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학술의 장에서 더 많은 동료들을 만나 교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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