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에 직역 구분 있을 수 없어”

기사입력 2020.09.03 12:53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방역 최일선에서는 의료인 모두 밤잠 설쳐가며 헌신”
    반 년째 선별진료소 검체채취·역학조사관 수행 중인
    경기도 광주시보건소 소속 안강우 공중보건한의사

    안강우.png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됐다.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코로나19 발생 감시와 신속한 역학조사가 중요한 상황. 

     

    이에 경기도내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중보건한의사 75명 역시도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보건소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안강우 한의사(사진) 또한 그 중 한 사람이다.

     

    코로나로 일손 모자르자 검체채취 업무 자원

     

    그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2월초 광주시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채취 업무에 자원했다.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모든 인력이 업무 과부하로 지친데다 코로나 비상사태에서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에서 안강우 한의사 또한 당연히 일손을 거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안강우 한의사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보건소 역시도 정상운영이 힘들어졌는데, 당시 보건소 측에서는 한의사 활용 방안을 두고 고심하던 시기였다”며 “한의대도 학부 수업과 OSCE(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 실습과정을 통해 다 배웠기 때문에 코로나 검체채취를 하겠다고 저 스스로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자 광주시보건소장도 그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고, 이후 광주시보건소에서는 공중보건한의사들도 선별진료소에서 검체채취를 위한 로테이션 근무를 돌기 시작했다.

     

    안강우2.png

     

    그렇게 안강우 한의사는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보건소내 결핵실내 음압실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들을 상대하며 검체채취를 했고, 보건소 공무원(간호사 및 일반직)들을 대상으로 한 출장 검체 진행 교육도 직접 맡아 진행했다.


    검체채취 업무를 하던 중 안강우 한의사는 지난 3월말 경기도 소속 심층역학조사관으로 임명이 되면서 현재까지도 코로나19 감염원 및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 현장업무에 헌신하고 있다.

     

    중증 증상 보이던 접촉자, 재빨리 병원 이송하기도

     

    그는 반년 가까이 역학조사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코로나 중증으로 치닫는 감염 의심자를 재빨리 이송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한 확진자가 급작스레 코로나 증상을 보이자 도내 병상배정팀에 보고해 코로나 확진 유무와 관계없이 먼저 적절한 처치를 받을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안강우 한의사는 “지난달 25일 심층역학을 진행할 때였는데, 한 확진자의 증상발현일(o/s) 및 현재증상(c/c)을 묻는 과정에서 확진자 가족 중 코로나 증상이 있는 사람을 발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보통 확진자 가족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심층역학조사 이전부터 이미 코로나 선제검사가 진행된 상황이었다.

     

    그는 “그러던 중 당시 출장검체를 갔던 간호사 선생님이 ‘아버님 검체를 진행하는데 많이 아파 보인다’라는 의견을 우리팀에게 전했다”며 “그래서 아들과 확진자이신 어머님께 아버님 상태를 물었는데, 이분들은 의료인이 아니다보니 증상의 정도에 대한 판단을 어려워했다. 단순히 ‘아버지가 아프니까 걱정된다’라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출장검체를 갔다 왔던 간호사의 말을 듣고선 아버님에 대한 코로나 확진 유무 결과가 나오기 전에 빨리 병원 진료부터 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안강우 한의사는 “그 이후 내가 다시 전화를 걸어 아들을 통해 아버님 증상을 체크한 결과 체온은 39도, 의식저하, 전신근육통, 호흡곤란을 확인했다”며 “당장 처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병상배정팀에 내 소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확진자가 아니면 병상을 배정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하자 제가 증상 체크한 것을 직원을 통해 병상배정팀에 보냈다. 그러자 병상배정팀에서도 아버님의 증상을 확인한 뒤 결국 병상을 배정했고 비교적 이른 시일에 이송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 후 이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돼 호흡곤란으로 기도삽관까지 삽입 했고, 곧 코로나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만약 안강우 한의사의 빠른 조치가 없었다면 더욱 큰 화를 보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강우 한의사는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조금이라도 빨리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고 술회했다.

     

    또 한편으로는 “당시 병상배정팀 역시도 코로나 확진자의 폭증으로 인해 하루 종일 엄청난 연락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긴밀한 협조를 통해 치료가 시급한 한 사람에게 빠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강우3.png

     

    “코로나19 방역에 한의사 참여의 길 열려야”

     

    그는 아울러 코로나19 국면에서 한의사들이 역학조사와 검체채취 업무를 진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생활치료시설이나 경기도가 운영하는 가정대기자를 위한 ‘홈케어시스템’등에 한의사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진단은 한의대 교과과정과 졸업 후 충분한 임상을 통해 이론과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병 환자 이송과 전원 여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주체를 의사로만 한정한 ‘감염병의 예방 빛 관리에 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특정 직역의 권한만 강화됐다”며 “감염병 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치 권한을 부여받은 한의사에게도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고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의사와 의사간 직역갈등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적어도 코로나19 최일선을 책임지는 공중보건의료에서 만큼은 서로가 함께 합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강우 한의사는 “현재 직역간의 갈등은 국가적 사태에서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것에 관심을 둘 시간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며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보건소 공무원, 일반 공무원 등 모두 합심해 밤잠을 설쳐가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들 업무가 과중하게 부과되고 있지만 모두가 불평불만 없이 최선을 다해 국가 방역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직원 분들과 의료인 선생님들을 보면 항상 뿌듯함과 존경심이 생긴다”면서 “코로나라는 국가적 사태에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