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⑰

기사입력 2020.06.1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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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dical Education after COVID-19 pa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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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상 윤 한의학 박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 교실 

     

    적당히 내리쬐는 햇살, 시원한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무심코 숨을 들이마시며 상쾌한 공기를 느끼는 순간 아차 싶어지는 요즘이다. 마스크를 깜빡했기 때문이다. 외출하는 기분 좋은 발걸음에 제동이 걸린다. 이젠 마스크 없이는 대중교통 이용도 못한다고 하니 난감해진다. 

    다시 집으로 가서 마스크를 쓰고 나오든가 근처 약국을 찾아 새 거 하나를 사야 한다. 어느 쪽이든 귀찮은 것은 마찬가지다. 아, 더워지는 날씨에 답답한 마스크를 언제까지 써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 사람을 만나기도, 운동하기도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일상의 피로는 증가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없어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숨 쉬는 즐거움, 마스크 없는 들숨 날숨이 그리워진다. 

      개인적으로 그리워지는 게 또 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 집 근처 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신나게 웃어대면, 그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같이 즐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예전에 저랬을까 싶은 생각과 함께 그 청량한 청춘이 부럽기까지 했지만, 학생들을 본 지도 오래되었다. 

      모든 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 이후 문명사적으로 기록될 만하다는 이 세계적 대유행 사태(pandemic)는 사회 경제적으로 이미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불어 닥치는 그 변화의 바람 안에 예외 없이 교육의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교육은 피할 수 없는 대세”


      기본적 설비와 매뉴얼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비대면 온라인 교육 방식으로의 전면적 전환은 교수자, 학습자 모두에게 많은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었으며, 각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1학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까지 아직도 우왕좌왕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곳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비대면 온라인 교육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코로나 사태의 종식이 예전의 일상 그대로 복귀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인데, 교육 방식 역시 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이전의 강의식 교육으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많은 전공 중에 의학은 과연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질지 또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학문의 특성상 의학은 임상 술기 교육이나 병원 실습과 같은 대면을 전제로 한 교육이 여전히 중요한데, 완전한 비대면 온라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현재는 각 학교에서 강의를 1학기로 몰아 온라인으로 재생할 수 있게 하면서 실습을 2학기로 미루는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거리두기 규정을 지키며 제한적으로 환자 대면이나 학생 간 토론활동 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2학기에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에서 안전한 상황이 올지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교 측도 학생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아직은 임시방편 격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올해가 지나면서 이러한 교육의 장단점이 드러나며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 


    의대생 교육, 심리적 문제 극복 상담 프로그램 필요


      최근 발간된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책에서는 온라인 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그동안 진입 장벽이 높았던 의료 분야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인한 전문 교육의 확대는 부족한 공중 보건 의료 인력의 수급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각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아직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의료인의 배출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이기는 하다. 

      의학 교육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교육 방식의 변화만을 주목하지는 않는다. 올해 3월과 5월에 발표된 ‘COVID-19와 관련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극복을 위한 사회적 처방 제도’ 와 ‘The Psychological Impact of COVID-19 on Chinese Individuals’ 라는 논문을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개인은 더욱 불안감을 느끼며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때문에 심리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크게 불안, 우울, 고독, 스트레스와 공포, 흥분의 5가지로 임상 증상이 표현될 수 있는데, 학업 부담이 많은 의과대학 학생들은 이러한 심리적 문제에 더욱 취약하리라 생각한다. 거리두기와 비대면 상황 하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없어지기 때문에 대면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학생들 간의 활동이나 교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업이나 의료에 대한 자신감 하락이나 여러 심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는 등 대학의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의료인으로서의 본질 잃게 해서는 안될 것”


      2009년에 Annals of the Academy of Medicine, Singapore(AAMS)에 게재된 ‘The Challenges of “Continuing Medical Education” in a Pandemic Era’ 라는 논문에서는, 이미 환자를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의 의학 교육에 대해 다양한 수업 자료와 동영상, 시뮬레이터 등을 통해 최대한 대면 교육과 동등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교육 현장은 전염병의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듯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교육의 혁신을 강요받은 기분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교육방식의 변화와 혁신이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교육에 있어 진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비대면 교육의 일상이 개인주의화되고 개별화되어, 항상 환자와 함께 해야 하는 의료인으로서의 본질을 잃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수자와 학습자, 학교 구성원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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