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이제는 정착돼야 ②

기사입력 2019.11.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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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명의료 국민 인식, 단 20%에 그쳐”

    70세 이후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죽음이 가시화되는 시기를 우리는 ‘건강수명’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은 2016년 기준 각각 82.1세, 73.2세를 기록했다. 즉, 우리가 죽음을 구체적으로 자각하게 되는 시간은 9년인 셈이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 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그간 부족했던 실정이다. 이에 <한의신문>은 대한한의사협회와 웰다잉시민운동 간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맞아 삶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하는 문화 정착과 한의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웰다잉 문화 정착 안돼 존엄사 대부분 가족이 선택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도 전국민 1%에 그쳐    

    죽음은 ‘삶의 완성’이라는 인식 확산…생애주기별 ‘죽음교육’ 필요


    지난 13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건보공단 영등포남부지사를 찾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해 화제가 됐다. 

    그는 작성 동기에 대해 “오래 전부터 생을 마무리할 때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데 연명의료를 계속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죽는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이 대부분 임종 직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그 때는 본인이 의식이 없거나 의사표현을 못할 수도 있으므로,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미리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매월 3만명 등록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약 2년 가까이 되면서 ‘웰다잉(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중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조건과 절차를 말한다. 이에 따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과 같은 행위를 중단하게 된다. 

    단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아야만 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라면 건강한 사람도 미리 작성해 둘 수 있다. 

    지난해 2월 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첫 시행된 이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하는 인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월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추계를 살펴본 결과 월 평균 3만명 정도가 등록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로는 2019년 12월엔 43만명이 등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오는 2028년 3월에는 총인구의 약 10%인 400만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등록한 사람 역시 지난해 9월 8909명에서 올해 9월에는 2만9746명으로 증가했다.


    연령층↑·학력수준↓ “사전연명의료, 잘 몰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신청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전반적인 인지수준은 높지 않다. 특히 연령과 학력수준에 따른 인지수준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만 40세 이상 79세 이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웰다잉에 대한 전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70대 고령층의 경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5.2%에 불과했다. 반면 ‘모른다’고 답한 사람은 65%에 달했다. 이는 40대 44%에 비해 약 21%가 높은 수치다.  

    학력별로는 더욱 심각한 차이가 나타났다. 초졸 이하의 경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인지 여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8.1%였다. ‘모른다’고 응답하거나 ‘들어는 봤지만 잘 알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은 91.1%였다.

    반면 전문대졸 이상의 경우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3.3%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이에 대해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4명 중 3명이 연명치료에 반대하지만 응답자 20%만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식 부족 탓…대국민 홍보 강화 필요성 절실 

    이로 인해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행 방법은 환자가족 전원 합의로 인한 결정 방법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현황과 실태’에 따르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 방법의 비중은 ‘환자가족 전원 합의를 통한 이행’이 35.9%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을 통한 이행(31.8%)’,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한 이행(31.5%)’, ‘사전연명의료의향서(0.8%)’ 순이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리는 주  결정자는 ‘당사자’가 아닌 ‘가족’이라는 것. 실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3만6224명 중 약 67%는 가족에 의해서 연명의료 중단을 내리고 중단이 이행된 경우도 12.7%에 그치고 있다.

    그런 만큼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환자가족이 아닌 본인 스스로가 사전에 결정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보험연구원 이상우 수석연구원은 “현재까지는 연명의료 중단이 가족을 중심으로 결정되고 있다”며 “향후 연명의료 중단을 본인이 건강한 상태에서 사전에 결정할 수 있는 서면작성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이 제고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광의의 웰다잉’ 문화 확산돼야 

    웰다잉 인식의 확산과 바람직한 웰다잉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도 대국민 홍보를 통한 웰다잉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재 국민의 46.2%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의향이 있음에도, 2019년 12월 의향서 등록 예상 추계는 약 43만명으로 전체 국민의 약 1%에 그치고 있는 실정. 

    따라서 죽음을 ‘회피의 대상’이 아닌 ‘삶의 완성’이라는 인식 개선과 더불어 웰다잉 돌봄을 개인과 가족 차원이 아닌 ‘국가와 사회적 차원’으로써 바라보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영호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완화의료가 좁은 개념으로서 협의의 웰다잉이라면, 후견 약정이나 유서작성 운동, 장기기증, 유산기부, 인생 노트 작성, 생전장례식 등 넓은 개념으로서 ‘광의의 웰다잉’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웰다잉 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교육을 전 연령기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초중고 및 대학 교과과정에 죽음교육을 포함시켜 생애주기에 따른 교육 수준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득형 각당복지재단 회장은 “교육을 통해 죽음을 성찰하면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삶을 보다 풍성하게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배울 수 있고, 또 슬픔, 비탄, 애도의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별 중에 있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슬픔치유’도 교육의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도 “오피니언 리더의 참여를 통한 공유와 전 국민 대상 인식 개선 캠페인, 각종 사회복지관이나 학교 등 지역사회 차원에서 죽음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 및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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