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배부르면 후배의 앞날이야, 한의학의 앞날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는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나 몰라라 할 것인가?
우리가 환경을 택할 수는 없지만, 성공적인 삶은 택할 수 있다. 필자는 1984년 한의 본과 4학년 때 “한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연구소가 필요하다”는 기고문을 한의약 전문지에 게재하여 많은 선배들로부터 격려와 칭찬을 받았었고, 35년이 지난 오늘 날까지도 한의학의 과학적인 합리성을 찾아 일관되게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한의학이 2천년 이상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이론과 실체가 아직도 유용하다는 것의 반증이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이름과 ‘다국적 제약회사’ 라는 외세의 힘에 밀려 우리나라에서 퇴로의 길로 밀려 나고 있다.
일본은 약 150여 년 전 메이지 유신 때 한의학을 미신적 요소가 있다고 버렸지만, 현재는 한의사제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의약시장에서 3배 이상의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한의사들은 ‘기미론’이 중요하다며…
10여 년 전 한국한의학연구원장에 재직할 할 때 중국에 출장을 가서 중의약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물어보면 무조건 ‘국가비밀’이라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중국에 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인터넷에 CNKI를 접속하면 현대화된 중의약의 모든 데이터를 무료로 얻을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보다도 특허 건수나 논문 피인용지수가 높아 우리나라의 한의학 수준과는 비교가 안된다.
다단계회사인 A사의 한약추출물인 ‘H’제품이 연간 6천억 원의 매출을 올려 한의원 전 매출의 몇 배가 넘어가고 있건만 한의사들은 ‘기미론’이 중요하다며, 고기는 살코기보단 역시 뼈가 더 영양가 있다고 헛된 망상으로 허풍을 떨고 있다.
단순히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면허증만 믿고 사는 후배들은 앞으로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규정 하나에 자칫하다간 한의약의 전통은 곧장 박물관에 묻혀 버릴 수 있는 거센 바람 앞의 호롱불 신세다.
필자가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시절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 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시작 할 때만해도 <동의보감>이 그렇게 훌륭한 것인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의서를 이젠 더 이상 의학적 에비던스가 되지 못한다고 평가 절하되는 요즈음이다. 우리가 독하게 마음먹고 한의학을 재창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이제는 죽음이라는 공포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제도권’이라는 정부의 정책을 우습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구한말 의사라는 명칭도 양의사들에게 넘겨주고 ‘의생’으로 전락한 바 있다. 한국 한의사의 지위는 매우 훌륭한 엘리트가 한의과대학에 들어와 가장 체계적인 의학수업을 받고도 민속치료사 또는 무당 정도의 놀림을 받는가하면 제대로된 ‘Doctor’로 인정도 못 받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빌딩 한 채 있다고 자부심을 가질 것인가?
후배들은 ‘허준’ 드라마 보고 한의대에 들어 왔으니 굶어 죽어도 나와는 상관없고, 나만 배부르면 후배의 앞날이야, 한의학의 앞날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는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나 몰라라 할 것인가?
첩약보험 급여화 정부안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에 정부에서 모처럼 한의약을 이용해 국민건강에 도움을 주겠다고 천억 원 상당의 첩약보험 급여화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만약 한의사들이 그 정도의 펀드를 만들려면 현재의 사고방식으로는 몇 백 년이 지나도 꿈도 못 꿀 것이다.
만약 한의약이 고사된다면, 학문의 정통성이고, 의약분업의 가능성이고는 다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젊은 한의사들의 생계가 나아지고,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록 선배들한테 다소 손해가 있을지라도 양보해야 한다. 우리의 위대한 한의학을 살릴 수 있다면, 국민 건강에 합리적인 케어로 이바지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첩약보험과 관련한 정부의 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의계가 힘을 모아 진정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날 의성 허준께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백성들을 돌보고자 전쟁 통에도 끊임없이 연구하며, 한의학을 발전시킨 유업을 받들어 한의학을 통합의학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물론전 세계에 우리 전통의학의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양방 의학을 통합한 새로운 ‘통합의학’으로 발전시켜 전 세계 인류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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