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장마당에서 사요”…北은 지금 의약품 공급난

기사입력 2019.07.2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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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너진 보건의료체계로 인해 주사 알콜솜까지 재활용
    원료의약품 수입 못해 고려의학 발달하기도
    北 감염성 질환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84.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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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집자 주] 남북 평화체계 구축 과정에서 남북한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의 연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남북한 보건복지제도 및 협력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1990년대 북한의 사회주의체제 붕괴로 인한 현 보건의료 실상과 남북한 건강 수준격차, 고려의학에 대한 현주소까지 서술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보건의료시스템을 회복을 위한 남북한 보건의료의 발전적 교류·협력 및 과제에 대해서도 서술했다.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며 북한 보건의료체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야 이게 2도씨부터 6도씨까지인데 저 약이, 백신이. 이게 지금 30도 넘는 이 온도에서 방치해뒀는데 저게 지금 효과 있나?”

    (G씨/남/2016년 탈북/위생의사)

     

    “‘의약품관리소 ㅈ약국’ 딱 이렇게 돼 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의 인식이 저기에서 나오는 약은 다 국가 약이고 좋겠구나 해서 거기 가서 사먹었어요. 그런데 보니까 다 장마당 물품인거예요”

    (F씨/여/2016년 탈북/산부인과 의사)

     

    “엉덩이 주사 놓고도 그 솜을 우리가 모으는 통이 있거든요. 그거를 재생해서 삶아요. 삶고 클로렉시딘이라는 소독약에 재웠다가 그 다음에 세척해서 말린다음 탈피해요. 손으로. 이렇게 다 탈피를 해서 다시 부드러운 솜으로 만들어요”

    (E씨/여/2016년 탈북/내과의사)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남북한 보건복지제도 및 협력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와 북한식 계획경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보건의료 또한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무상치료제, 예방의학제도, 의사담당구역제도라는 형식적 요소는 보편적으로 잘 갖췄음에도 장기화된 경제침체 탓에 모든 부분에서 물자가 부족하게 된 탓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북한 의료기관의 양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질적 공식 의료기관의 설비는 낙후됐고, 의약품을 비롯한 물품의 공급은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이때부터 장마당과 같은 시장에 의존하게 됐다.


    이에 대해 WHO는 “2000~2009년 기간 동안 북한의 평균 병상수는 인구 만 명당 132개로 이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라며 “시설의 양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중에서도 특히 의료시설과 의약품, 의료기기 등 보건의료제품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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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채널Y 장마당 관련보도 화면캡쳐>

     

    이 연구보고서 작성을 위해 수행한 탈북의사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병원 내 의약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개인이 의약품을 장마당에서 구입해서 복용하고 있어 무상치료는 일부 계층에 국한된 것으로 전락했다.


    한 탈북의사는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생산되는 고가약도 전국 각지 병원에 다 공급하지만 간부들 쓰고 나면 노동자가 쓸 약이 없다”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 이후 고려의학 발달

    북한 보건의료체계는 이로 인해 한의학에 이론적 기반을 둔 고려의학이 발달하게 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인민보건법에 따르면 제16조 ‘고려치료’에서는 “국가는 우리 민족의 우수한 치료방법인 고려치료방법을 발전시키며 고려의료망을 늘이고 의료기관들에서 현대의학적진단에 기초한 고려치료방법을 널리 받아들이도록 한다”고 규정한다.


    제30조 ‘고려의학과 민간료법의 연구’에서는 “보건기관과 의학과학연구기관은 고려의학을 과학화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강화하여 고려의학과 민간료법을 리론적으로 체계화하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도 규정했다.


    이에 북한의 의료교육체계는 양의학과 동(한)의학을 모두 배우도록 되어 있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침술, 뜸, 부항 등 한의학적 방법들이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990년대 중반 이후 의약품 배급이 줄어들면서 동의학을 응용한 치료방법들과 한약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은 외부로부터 의약품 원료를 수입하는데 한계가 있어 국내에서 채취할 수 있는 약초 등을 활용한 의약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탈북간호사는 “약과 의약품은 부족하고 약초는 여기 저기 다 있다보니 고려의학을 병합하라는 방침이 있다”면서 “병합하는 게 진짜 도움이 된다. 북한에는 위가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와서 침 치료도 받는다. 아이들 감기, 소화불량도 침이나 부항으로 치료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탈북의사는 “일반의사가 고려의학을 못 하면 의사 자격이 없다고 한다”며 “70%의 환자는 침과 뜸을 놓고, 30%는 신약(양약)을 쓰라고 교육하고 있다. 환자병역소에 동의약 처방이 안 들어가는 병역소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부족으로 남북의료 격차 심화

    보건의료체계의 시장화와 고려의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약품은 부족해 남북의료 격차를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내 의약품 생산공장은 △순천제약공장 △평양제약공장 △평스합영공장 △함흥제약공장 △나남제약공장 등 10여 곳으로 3~4종의 항생제와 설파제 등 20여종의 합성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의약품 원료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생산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2016년 인구 10만 명당 북한의 사망률은 821.6명으로 남한(341.2명)보다 약 2.5배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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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북한의 감염성 질환의 사망률은 84.3명에 달했는데 그 중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45.9명으로 가장 높았다. 신행아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사망 역시 15.2명으로 남한(2.7명)에 비해 5.6배나 높았다.


    감염성 및 기생충성 질환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결핵 발생률의 경우 북한은 인구 10만 명 당 513명(2017년 기준)을 기록해 남한(70명)보다 7.3배 높았다.


    결핵환자도 또한 3만 6044명에 달하는 데다 결핵 치료율도 77%에 불과해 북한의 결핵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63명을 기록했다. 이는 남한의 4.9명에 비해 무려 12.8배에 달하는 수치.


    따라서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열악한 게 북한 주민의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의약품 판매의 통제 및 생산을 포함한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먼저 의약품 생산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우선 필수의약품을 중심으로 제네릭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금이 결합된 형태의 의약품 생산 합작회사를 설립해 의약품을 공급하는 정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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