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용량,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아
2차·3차의료기관 중심으로 항생제 처방·관리 대첵 강화해야
[한의신문=최성훈 기자]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해 일명 슈퍼박테리아라고 불리는 ‘다제내성균’ 감염 보유자가 관측 이래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특히 면역에 취약한 영·유아(0~9세)와 노인층(60대 이상)이 전체 감염 보유자 중에서 약 80%를 차지하고 있어 항생제 오남용 관리에 있어 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올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CRE)’ 감염 환자는 7275명으로 산술적으로는 1만 2000명~1만 3000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7년 6월부터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을 전수 조사한 이래 나온 감염 환자 수(9727명)와 2018년 감염 환자 수(11954명)를 훨씬 상회할 수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70세 이상 감염 환자 수는 4270명으로 전체 감염 환자 중 약 60%(59.7%)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60대 감염 환자 수는 1329명(18.6%), 10세 미만 감염 환자 수는 119명(1.67%) 등을 기록하고 있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이란 장내 세균감염 시 쓸 수 있는 ‘최후의 항생제’로 불리는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 성별/연령별 통계 표
국내 항생제 사용량, OECD보다 60% 높아
슈퍼박테리아 감염 문제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보건에 대한 10대 위협 중 하나로 정해 경고하고 있다. WHO는 오는 2050년 이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의 주된 감염 원인 중 하나인 과다한 항생제 사용을 막기 위해 국가 주도로 문제제기를 지속 펼치고 있지만, 해결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률은 OECD 26개 국가의 평균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26.9DID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국가의 평균 항생제 사용량은 21.7DID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6년에 들어 국내 항생제 사용량은 34.8DID로 급속 증가한 반면, OECD 평균 항생제 사용량은 21.2DID를 나타냈다.
OECD 평균 항생제 사용량보다 무려 60%나 더 많은 항생제를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는 셈이다.
또 2013년 대비 2016년에 국내 인구수는 1.6%(81만6814명) 증가한 반면, 항생제 소비량은 17.5%(9688만5937DDD)나 증가해 항생제 사용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항생제 과다 투여로 사회적 손실 연 5500억원
항생제가 과다 투여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는 급성기 질환 중심의 2차, 3차 의료기관의 쏠림 현상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의료전문가는 “병원 내에서의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 중증질환 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의 항생제 내성률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5년 국가항균내성정보 연보에 따르면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내 카바페넴 내성(아시네토박터균)은 각각 83.4%와 82.4% 기록했다.
조사를 시작한 2007년(27%, 25%)에 비해 3배 이상 내성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이 같이 높아진 항생제 내성률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4월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제공받은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대한 질병부담연구’에서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연간 55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 중 사회적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질병은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MDRA)’ 폐렴으로 136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이어 ‘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균열증’은 1128억원,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MDRA) 균열증’은 1026억원의 비용이 각각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은 1인당 1억 4130만원의 의료비용이 발생해 환자 1인 당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큰 질병으로 기록됐다.
이에 대해 최도자 의원은 “이들에 대한 의료비·간병비·조기 사망에 따른 생산성 손실을 종합하면 최소 3313억에서 최대 7523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생제 사용, 대형병원 등을 중점 관리해야
그러자 정부도 지난 2016년 8월 항생제 오남용을 장기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 대책은 오는 2020년까지 국내 전체 항생제 사용량을 현재보다 20% 감소시킬 것을 골자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50% 감소 △호흡기계질환 항생제 처방률 20% 감소 △황색포도알균 메티실린 내성률 20% 감소 △수의사 처방용 항생제 품목수 2배(20종→40종) 확대 △닭 대장균 플로르퀴놀론계 내성률 10% 감소를 각각 목표로 내세웠다.
이를 위해 의원급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적정성 평가를 강화했다.
감염병관리실 설치 대상 의료기관도 200병상 이상 중환자실 운영 병원에서 200병상 이상 병원으로 확대하고 표준관리지침, 국내 항생제 내성 진단 가이드라인 등을 보급했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17년 6월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속균종을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기존 표본감시 체계에서 전수감시 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급성기 질환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2차, 3차 의료기관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2차 감염에 취약한 특징이 있는 만큼, 이들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 사용을 보다 주도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의료전문가들은 주문했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연구센터가 최근 전국 8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항생제내성균감시체계’ 조사 결과 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는 환자의 비율은 전체 슈퍼박테리아 감염 환자의 약 30%에 달했다.
슈퍼박테리아의 하나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의 경우 대부분은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등 병원 내에서 감염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용동은 연세대 진단검사의학실 교수는 최근 열린 ‘바이오 이슈 컨퍼런스 슈퍼박테리아’를 통해 “항암제는 내성이 생겨도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만 항생제는 내성이 생기면 사회 공동체에 전파된다”며 “항생제 연구개발과 관리는 공공재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항생제 남용을 막기 위한 노력이 보다 공공성을 띌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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