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기, ‘격변하는 패러다임’ 몰이해에서 온다

기사입력 2007.11.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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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계 판도 새로 읽어 브랜드 구축에 나서자

    “지금 한의학이 지녀야 할 것은 열정과 경쟁력입니다. 한의계에 열정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배출될 때 한의학의 미래는 밝습니다.”

    현재 한의학의 위기의식을 ‘격변하는 패러다임 ’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데서 찾는다는 제인한방병원 김길우 병원장. 그는 급변하는 세상에 성공한 한의학 모델은 없고, 문화적 충돌이 심각함에도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위기’가 온다고 진단했다.

    김 병원장에 따르면 소비자 입장서 볼 때 현대 사회는 고급화된 정보와 장비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열려있다. 현대 의료소비자는 의료의 전문적 정보 부족이거나 고가의 의료 장비를 갖추지 못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양의계는 고급 의료정보를 독점하고, 규모도 고급화·대형화함으로써 의료 기술 문화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양의약 시스템은 수술장비나 진단장비 등을 선점함으로써 고급화된 정보 점유와 대형화로 장벽을 높여가는데 반해 현재 한의학 시스템의 장점은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한의학의 위기는 의료의 본질적인 점입니다. 갈 길은 멀지만 한의학 판을 다시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금 의약분업을 하자면 펄펄 뛸게 뻔하지만 학문적·도구적 측면에서 미리 검토해볼 만합니다.”

    20년 가까이 제형 변화를 연구하고 있는 그로서는 현 한의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제형 변화가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과거 제형 변화를 반대하던 당시 상황과 달리 현재는 경쟁적으로 제형 변화로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병원장은 한의약은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에 신경을 계속 써야 하지만 제형변화서 한약의 품질, 대중성 확보, 약효의 보편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필요하다면 중국의 것이라도 빨리 받아들여 영역의 확대와 산업화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때를 놓치면 외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위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한의학적 방법은 옛날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 발전적 전통과 수구적 정통은 엄연히 다르고 한의사들도 이를 혼돈하고 있다며 ‘전통 한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통방식대로 제형을 위한 제형이 될 경우 자칫 한의학의 마지막 ‘블루오션’이 물거품이 된다며 경계도 늦추지 않았다. 한의계는 과거 패러다임으로 현재의 판을 끌고가서는 안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반적인 제형 변화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이미 양방은 몇 년간 꾸준히 판을 바꾸어 대응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한의학에는 브랜드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작은 브랜드부터 차근히 쌓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진세노이드 제법연구 등도 그 하나입니다. ‘신토불이’는 이제 먹히지 않습니다.”

    한의학에 투자를 하고, 전반적인 한의학 브랜드를 고착시켜야 한다는 그는 한의학 신뢰가 아직 남아있을 때 협회 차원의 조직적이고 철저한 한의학 브랜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양의학이 지금까지 붕괴되지 않았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한의학의 블루오션은 분명히 있습니다. 양방으로 낫지 않는 각종 환자들이 대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료만 있고 정보는 없는 한의학이 안타깝다는 그는 오늘날 한의사들은 오지 않는 환자 때문에 고민하지만 이를 ‘한의학의 위기’라 진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의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양방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응해야 하는데 자료는 있지만 정보가 없어 싸우지 못하는 게 오히려 ‘위기’라고 진단한다.

    “진정한 한의학의 위기는 한의학적 기술이 진보되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일은 정보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보 필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의학이 살아날 길은 없습니다.”

    평소 사람이 가장 큰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김 병원장. 그는 한방병원 수련의도 3일간의 합숙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병원 수련의를 위해 5명의 하버드의대 교수를 초청하여 강의를 듣고 이어 내년에도 수련의들을 하버드에 보내 병원을 하버드 레벨에 옵저베이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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