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념·의지·사명감을 인생철학으로
“병이 있으면 반드시 약이 있습니다. 인류와 생태계를 엮어놓은 자연의 완벽한 진리가 본초학의 근간이며 한의학의 뿌리입니다. 운명이라 생각했던 본초학에 사명감을 느끼고 평생을 보냈지만 아직도 해야 할 공부가 너무나 많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식물 연구에 온 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채취와 재배, 실험연구를 넘나들며 본초학의 신화가 된 신민교 교수는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일부러 등산로를 피해 새식물을 찾아 다닌다는 그의 아름다운 행보가 이내 국민들에게 좋은 약재처방으로 귀결된 것은 물론이다. 식물과 대화함으로 인해 활력을 얻는다는 신 교수야말로 한의학의 산 증인이며 수호자다.
◆ 본초학의 선봉자, 2700여명 제자 배출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신민교 교수(65)가 올해 8월을 기점으로 30여년간 혼신의 힘을 쏟아왔던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명예교수로 남게 된다.
지난달 29일 원광대 1학기 퇴임식에서 한의학 발전과 후학 양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근조포상’을 수상한 신민교 교수는 78년부터 원광대와 인연을 맺었다.
재직하는 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약초를 채취, 한의학의 본질인 한약재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으며 원대에 전통한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원광대 전주 한방병원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질병 치료에 근간이 되는 본초자원 개발과 전통 한의학 연구에 기여해 ‘제2회 류의태·허준상’을 수상했으며 ‘임상본초학’ 등 10여권이 넘는 책을 저술하고 11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한의학의 학문 가치 고양에 일조해왔다.
이렇게 신 교수의 남다른 본초학 사랑이 무려 2700여명의 제자를 양성해냈고 이들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참된 한의술로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워낙 점수가 짜고, 낙제도 많이 시켜 학생들에게 호랑이선생님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올해가 정년퇴임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 정도로 교직생활에 푹 빠져있었습니다. 한약분쟁시 한약조제사 시험 출제 거부에 따른 징계를 받고 그에 대한 충격으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됐을 때 제자들의 침진료로 3주만에 회복되기도 했습니다. 그들과 맺은 인연 자체가 제게는 하나의 커다란 보람입니다.”
◆ 죽음도 막지 못한 그의 식물 사랑
농업 중·고교를 다니며 약초 채집과 연구를 거듭하는 등 산교육으로 탄탄한 지식을 키운 신 교수는 경희 한의대 입학 후에도 본초학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졸업 후 본초학과 조교로 역량을 발휘하다가 곧 개원했지만, 원광 한의대 본초학과 교수를 제의받자 적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본초학 연구라는 이유 하나에 먼 길을 떠났다.
홀로 연구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고 낮에는 열띤 강의를 계속하면서 내실과 외연을 다지고 넓혀나가던 도중, 한번은 과로로 인해 응급실을 찾은 적이 있었다.
“하루 18시간 강의 때문이었는지 과로로 쓰러졌었습니다. 당시 생사의 갈림길에서 마주친 것은 옆 침대의 췌장암말기환자였습니다. 병명도 모른 채 복통에 시달리던 그에게 췌장이 안 좋을 것이라는 내 예상이 적중했고, 석달 시한부를 선고받은 그는 내가 준 약초 때문인지 27년을 더 살았습니다. 죽을 고비였지만 그와의 인연 또한 본초학에 대한 내 사명감을 높이는 증폭제였습니다.”
◆ 본초학에 ‘천운’을 받다
신 교수는 백두산 약초 탐방 여행 당시 그가 가는 곳이면 새까맣던 하늘이 열리고 비바람이 멈춰 절경을 볼 수 있었기에 ‘천운을 받은 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늘도 감동할 정도로 뜨거운 그의 열정 덕분에 이 땅에 수많은 제자 한의사들이 올바른 한의학을 뿌리내리고 있을 것이다.
“신념과 의지, 사명감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강인한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십시오. 굵은 모래보다 잔 모래가 단단한 바위를 만들듯이 한의계 또한 개개인의 근면성실이 조화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퇴임 후 전세계 식물을 상대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신민교 교수의 아름다운 행보는 한의계에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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