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꿈꾼다. 여러 직업을 통해 경험과 모험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리라. 이같은 희망들은 전문직종의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직종 이외에 다른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인생역전’을 바라든 지난날 자신의 원했던 길을 다시 걷든 본업 이외의 다른 업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한의계에도 늘고 있다. 최근 외국계 기업에서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성수 원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4년 전 어느날 한의원을 접고 ‘풍운의 꿈’을 안고 훌쩍 영국으로 떠났던 문 원장이 스위스기업인 Korea mBT 부사장으로 변신해서 돌아왔다. 당초 그는 미국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영국에 마련하겠다는 꿈을 안고 떠났던 그가 어느날 갑자기 외국계 기업 임원으로 나타나자 주변사람들로부터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회사일 하면서 주변의 선후배로부터 ‘왜 한의사란 직업을 접고 생소한 일에 뛰어들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 선택한 일을 하는데 ‘왜’라고 물어왔을 때 딱히 꼬집어 말하기란 좀 그렇더라고요.”
그에겐 한의사 길을 접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 데는 말 못할 고민들이 숨어있었다. 문 원장도 여느 한의사들처럼 한의대를 졸업한 후 1996년 시골에서 2년간 개원했다. 하지만 뭔가 가슴 속에는 미진한 것 같아 이것저것 손을 대다 결국 영국으로 건너가 한의원을 개원한다. 하지만 4년 간의 외국생활에서 의료인으로서 감내하기엔 벅찬 많은 것을 던져 주었다. 무엇보다 영국 생활 내내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닌 질문 하나는 ‘의료는 절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사 개인의 역할로 충당될 수 없다’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영국인들이 바라보는 의사라는 직종과 한국에서의 시각 차이는 차라리 충격이었다.
영국이란 나라는 한 의사의 탄생을 위해 국가가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졸업 후에도 인두제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유인하거나, 그들로부터 이익을 얻어야 될 필요를 전혀 느끼게 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같은 생각들은 한의사 생활에 많은 회의를 불러왔다. 또 성격상 4∼5평 정도의 진료실에 갇혀 있다는 것이 미치도록 싫어졌다. 그러던 중 기회는 우연히 왔다. 다소 엉뚱하다 싶게 생소한 길을 걷게 된 것은 벨지움 회사인 Rsscan의 한국 지부 담당자로 있던 Jempi 사장으로부터 mBT 소개를 받으면서였다.
mBT는 Masai Barefoot Technology의 약자. 지금도 맨발로 걷고 있는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족들이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식생활에도 불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럽인의 1/3정도 밖에 안되고 체형 또한 바른 것에 힌트를 얻어 상품화한 제품이다.
칼률러 회장이 mBT를 개발한 것은 학생 때 스키 선수로 활약할 만큼 건강하던 그가 지독한 요통으로 모든 것을 접어야 했던 아픔 때문이었다. 건강상 이유로 한국에서 하던 사업마저 접고 고향인 스위스로 되돌아가 전원생활을 영위하던 그는 ‘왜 사람들이 요통을 가져야만 할까’란 화두를 잡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마사이족이 울퉁불퉁한 자연길을 맨발로 걸어갈 때의 자세와 걸음걸이를 보며 힌트를 얻어 지금의 mBT를 발명하게 된 것이다.
“처음엔 스스로에게 시험해 보고 이후 친인척, 친구들에게 권해보면서 mBT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능성에 더욱 빠져들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mBT를 만나는 순간 솔직히 ‘저것을 한국에 가서 한의학적 치료에 활용 한다면’하는 직업적인 생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mBT는 현재 전 세계 17개국에 지부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도 70여개의 대리점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mBT는 간단하게, 편평하고 단단한 지면을 모래밭이나 흙밭처럼 울퉁불퉁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즘 의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orthotic의 경우 인체의 모션에서 좌우의 비대칭을 잡아주는 것과 다리 전후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문 원장에 따르면 불규칙한 신발 바닥은 일상 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balance근육들을 훈련시킴으로써 부적절한 지면 환경이나 과도한 모션에서도 인체의 손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신발의 내적 환경과 외적환경으로 나누었을 때 외적 환경을 변화시켜 치료에 응용하는 장비이지만 orthotic을 mBT내부에 삽입함으로써 치료효과를 상승시킬 수도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반 신발이기를 거부하는 칼뮬러 회장의 고집과 스위스에선 이미 의료용구로 허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선 의사들에게 공급하지 않으려는 회장을 겨우 설득시켜 의료사업부까지 만들었다”는 문 원장. 그는 자신의 노력들이 “전 한의계의 이익으로 연결돼 돌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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