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사상체질음성분석기 개발에 성공한 김 달 래 교수

기사입력 2004.04.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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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경·난경에 언급된 오음과 장부간 연관성서 연구 착수
    음성과 체질사이 연관성과 태양인 DB확보에 주력

    “사상의학을 전공하면서 객관화되고 진단 정확률이 높은 체질진단이 가장 큰 난제였습니다. 사상의학은 치료효율이 높고, 섭생법도 구체적이어서 질병예방에도 상당한 가능성은 있지만 임상가들 주관에 따라 각기 다른 체질판정이 이뤄져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인간 음성으로 사상체질을 감별할 수 있는 ‘사상체질음성분석기(PSSC)’를 9년여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한 상지 한의대 김달래 교수는 사상의학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물론 사상의학에 호감을 갖는 사람들조차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상체질진단 기법은 주로 설문지에 의존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신뢰도가 적어 활용은 적은 편이고, 맥진을 통한 체질판정 역시 주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임상가들은 자신의 경험과 선대 연구자들이 발표한 체질특성을 비교하여 해당되는 체질로 판정하는 실정이다.

    김 교수가 이같은 환경에서 고민한 것이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음성 특성에 대한 연구가 상당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게 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음성분석실 홍수기 실장을 찾은 것이 체질판별을 할 수 있는 연구에 매달리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사상체질음성분석기 개발은 내경이나 난경에 여러번 언급된 오음(궁상각치우)과 장부간의 연관성에서 출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적 원리나 진단 치료기법도 충분히 기기화, 수치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진단기기나 기법, 치료기기나 기법을 개발한다면 우리 학문에 도움이 되는 한편으로 스스로도 많은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란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가득 메워왔다.

    하지만 쉬운일은 아니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음성학 전공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음성학이나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음성분석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음성요소들의 특성을 배우는 일이었다.

    발품을 팔며 전공자를 찾아다니길 몇 년. 그러다 보니 음성학에 대한 실력도 전공자 못지 않은 실력있는 전문가(?)로 변모해 있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성주파수는 15~20,000Hz로,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범위는 대개 200~2,500Hz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00Hz의 소리를 감각할 수 있으며, 15,000Hz 이상이면 곤충들의 날개소리 처럼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리게 되고, 전화 회로는 단지 3,200Hz의 대역폭을 가지므로 직접 듣는 목소리에 비해 전화로 듣는 목소리가 나쁜 것은 당연하다는 것.

    특히 음성요소들 중에 공명주파수(Formant Frequency)와 성도(Vocal Cords)의 특징에 따라 영향을 받는 기본주파수(Fundamental Frequency)는 개인의 음성특성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되는데 이런 특성들은 음성분석기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이때 사람의 청각기능보다 음성분석기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사실도 기기 개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수년이 경과되면서 음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언어적 특성이나 음성요소를 이용한 체질판단의 신뢰도가 높아졌죠. 프로그램화에 대한 문제는 전산학을 전공한 전종원 교수를 만나 공동작업을 하면서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김 교수가 1999년경 처음 선보인 음석분석기는 음성특성만으로 체질판별하는 것으로 신뢰도 60%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2004년 2월에 만든 시제품은 그 신뢰도가 70%에 이르렀으며, 4월이 되면서는 74%에 이르게 되었다.

    아직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체질구분에 필요한 새로운 음성요소를 개발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김 교수. 이런 추세라면 머잖아 신뢰도 80%에 이르는 사상체질 음성분석기 개발은 꿈만은 아니라며 웃는다.

    “음성특성을 통해 사상체질을 구분하게 된 것은 상당한 행운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음성은 온도나 습도와 같은 환경적 영향, 피검자(환자)의 정신적 기분이나 검사자(의사)의 주관적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죠.”

    김 교수는 오히려 피검자의 육체적 영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소리는 맥진기나 양도락처럼 온도나 습도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무엇보다 이 기기의 특징은 재현성은 매우 뛰어난 편이며 약간의 변화는 있지만 처음 입력된 음성과 나중에 분석한 자료는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나온다고 설명한다.

    김 교수는 음성분석에 필요한 음성자료는 한의대 학생들과 병원직원, 태양인의 경우에는 환자에게서 얻었다. 오랫동안 음성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한의대 학생들의 음성자료가 훌륭한 모델이 되었고, 어려움이 생기거나 분석기법이 달라지면 즉시 음성자료를 새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기꺼이 협조를 해준 협조자들에게 고마움도 전한다.

    사상체질음성분석기는 지난 2월 말 열렸던 사상체질의학회 이사회에서 시연한 바 있다. 당시 제기된 문제점 보완을 통해 금년 7월 경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시연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또 보다 정확한 사상체질 음성분석기 개발을 위해 연구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버전업과 함께 이제까지 확보된 3000명 정도의 음성자료 이외에도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해서 오진률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일 먼저 객관화된 체질판정이 가능해졌고, 그 사용이 간편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신뢰도 역시 낮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임상에서 사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김 교수는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이나 외국인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어서 사상체질의학의 세계화에도 한 몫을 하리라 기대를 하고 있다.

    “앞으로 기기의 신뢰도를 높이고 사용법을 개선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되리라 생각한다”는 김 교수 “지속적으로 음성요소를 찾아내고 체질과의 연관성과 더 많은 태양인의 Database를 확보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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