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는 너무 답답하다”

기사입력 2007.11.23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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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의사는 분명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 도무지 한의원 경영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한의학이 국민들로부터 점점 외면받지 않나 하기 때문이다.

    한의사 모임은 예전 같이 활기를 찾기 어렵고 자조 섞인 한숨소리만 들려온다. 먼저 민생고가 해결 돼야 주변이 보이기 때문이다. 중앙회에서는 새로운 동력을 찾기 위한 한 가지 방편으로 직선제 대안론을 들고 나왔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아 보인다.

    의료비 소득공제 신고를 준비하면서 씁쓸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한의사의 직능은 환자를 성실히 진료하고, 그곳에 에너지를 집중해야 함에도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사생활 보호 장치를 획기적으로 마련했다 해도 환자로부터 알게 된 일부사항을 고스란히 넘겨줘야 한다.

    최근 광진구한의사회에서는 관내 회원들의 진료시간 실태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약 절반의 한의원이 야간 및 일요진료를 하고 있었다. 광진구 전체 97개 한의원 중에서 야간진료 39개소, 일요진료 8개소 등 모두 47개 한의원이 시간외 근무를 하고 있었다.

    97곳 한의원 중 47곳 야간·일요진료

    10여명의 고령 한의사를 뺀다면 2/3가량의 한의사가 밤늦게 까지 또는 일요일도 반납한 채 진료현장에서 뛰고 있는 현실이다.
    한의사의 민생이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어떤 원장이 주5일 근무가 대세인 요즘 진료실에 앉아 있겠는가?

    한의사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도 받지 않는 전문 직업인으로 오로지 한 개인이 병들지 않으면서 성실히 환자를 진료해야만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 노후 또한 스스로 준비해야 하며, 국민연금 외에 어떤 인센티브도 없다. 한의사는 아프면 더 더욱 서럽다. 환자 떨어질까 봐 장기간 휴가도 낼 수 없다. 그 모든 책임은 본인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의사는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며 황량한 벌판에 선 초라한 모습이다. 우리와 비교 가능한 타 직종에 비해 결코 적은 시간에 많은 수익을 내는 직업군이 아니며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는 3D업종에 해당한다.

    死卽生 生卽死 각오로 위기 극복

    그러나 불행하게도 국민들이 바라보는 한의사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더 많은 봉사와 희생을 요구하며 한의사는 아직까지 기득권·특권층이라고 여긴다. 그러한 시각은 온전히 입법하는 사람의 생각에 투영되어 정부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바뀔 것 같지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가. 어떤 집안이나 단체, 국가도 다 위기는 있기 마련이다. 위기에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고 한다.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당장 회무를 운영하는 집행진은‘死卽生 生卽死’의 각오로 앞에서 끌고 뒤에서 힘을 모아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위기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며 우리는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다. 그리하여 다시금 한의학의 르네상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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