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신체대사 혼란시켜 질병유발”

기사입력 2007.11.0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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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 은 경 / 대한한방비만학회장

    대사기능 변화 유발로 질환 발생
    비만 자체가 염증성 질환으로 진행

    체중 증가에 따라 심장의 중량과 심부하가 증가하기 때문에 다양한 심혈관질환이 발생하는데, 심장의 과부하는 협심증과 심부전을 일으키며, 체중 감소는 심장의 중량을 감소시켜 과부하를 줄여준다.

    또한 지방산의 증가는 간문맥에서 인슐린을 증가시키고, 증가된 인슐린은 간에서 중성지방의 합성을 증가시켜 지방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이는 콜레스테롤 생산을 증가시키게 되어 동맥경화증을 발생시킨다. 지방세포 크기의 증가는 다시 모세혈관망과 혈류량을 증가시켜 결국 울혈성 심부전을 일으키게 된다.

    담관결석 체지방 증가 비례

    특히 복부 비만에서는 작고 치밀한 저밀도 지단백(small dense LDL)이 증가되는데, 콜레스테롤치가 같아도 이런 LDL이 증가하면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다. LDL에는 아포단백 B가 들어있으며, 이러한 아포단백의 증가도 관상동맥의 위험인자이다.

    비만은 잘 알려진대로 관상동맥 질환을 유발하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인자일뿐더러, 이외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신체 대사를 혼란시키며 질병을 유발시키고 있다.

    비만에서 흔히 나타나는 간담도 질환은 담관 결석이다. 체지방 증가에 비례하여, 콜레스테롤 생산이 증가되는데, 체지방이 1kg 증가할 때마다 약 20mg 의 콜레스테롤이 생산된다. 증가된 콜레스테롤은 담즙내로 다량 배설되는데, 담즙 내에서 담즙산 및 인지질에 비해 콜레스테롤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콜레스테롤 담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비만 환자에서 간의 지방 축적으로 인한 지방간도 흔하게 발견되는 질환이다.

    비만은 여러 내분비 호르몬과 관련이 있으며, 또한 심각한 비만은 내분비 장애를 일으키는데, 가장 중요한 변화는 생식기계 변화로 여성에서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무배란 주기가 증가하며, 임신능력이 떨어진다.

    임신 중에도 임신 중독증 발생이 증가하며, 고혈압과 제왕 절개술의 빈도가 높아진다. 비만한 여성에서 나타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은 증가된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만으로 인하여 암 발생률도 증가하고 있는데, 남성에서는 대장암·직장암·전립선암이, 여성에서는 생식기계의 암과 담낭암이 흔하다. 비만한 여성에서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높은 이유는 지방조직에서 에스트로겐의 생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며, 폐경 후 여성에서 지방조직 증가와 관련이 있다. 유방암은 총 체지방보다 복부 지방량과 관련이 높다고 알려졌다.

    퇴행성 관절염도 주원인

    비만은 이러한 대사기능의 변화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지방 축적 자체로 인한 질환도 발생시키는데, 비만과 동반된 퇴행성 관절염이나 수면 무호흡증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질환이 되었다. 체중 증가는 체중부하 관절인 무릎과 발목의 관절 손상을 일으켜 퇴행성 관절염을 발생시킨다. 또한 비만환자에서 체중부하 관절 이외 관절의 퇴행성 관절염은 비만과 근골격계간의 대사성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수면무호흡증의 발병요인 중 비만은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로 작용하며, 여러 방법으로 상기도 크기를 감소시켜 상기도 폐쇄를 일으키게 된다. 인두기도가 정상인에 비해 좁은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기도 저항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상기도 확장근의 활동도를 증가시키는데, 이러한 보상기전에 의한 상기도 호흡근 활동도의 상승은 수면시 소실되어 상기도가 폐쇄되게 된다. 중증비만에서는 복압의 증가로 횡격막을 눌러 잔류 폐용적(residual lung volume)이 감소되는 폐기능의 변화 또한 초래하게 된다.

    최근 비만 자체가 염증성 질환의 일환으로 진행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는데, 체지방률과 체질량지수가 높은 비만인에서는 염증성질환, 체내 조직의 괴사와 같은 질환에서 현저하게 증가하는 C-반응성 단백(CRP)의 증가가 관찰되었다.

    지방조직은 염증을 일으키는 많은 싸이토카인(국소 세포 신호전달 물질의 총칭)들을 분비하는데, 이 염증매개물질들이 혈관 내벽에서 염증을 일으켜 죽상경화증이나 인슐린 저항을 유발하기도 한다.

    한편 염증을 일으키거나 억제하는 물질들은 우리가 먹는 지방산의 종류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소위 오메가-3의 섭취를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만은 상기한 바와 같은 여러 질환을 일으키며, 또한 많은 위험 인자 중의 하나로 한 비만 연구에서 체질량지수 38이상인 사람을 치료하지 않고 2년간 추적한 결과, 15%에서 고혈압이, 당뇨병은 7.8%, 고인슐린혈증은 5.8%, 고중성지방혈증은 27.8%가 새로이 발생했다고 보고되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만성 질환의 치료에서 비만치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관련 질환의 치료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비만의 치료 및 관리에 대한 인식도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비만에 의한 질병으로 소비되는 의료비는 매우 많으며, 전 세계에서 총 건강 관리비의 3~7%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비만증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비만은 수명을 단축시키며, 동반된 질환의 치료에 비용이 많이 들고,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에 비만은 가장 중요한 의학적인 문제이며 사회적인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모든 비만증 환자에서 체중을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비만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치료를 위한 지침도 많아지게 된다.

    비만하기 때문에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식으로 비만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면 비만의 위험성은 간과되기 쉽다. 체중감소를 원하는 사람 중에는 실제로 체중을 줄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체중을 줄여야 할 비만증 환자는 체중 줄이기를 원하지 않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체중을 줄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임상적 현실로 비만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나 왜곡이 생길 수 있으나, 정상체중을 초과하는 비만증 환자는 엄연히 치료받아야 할 대상이다.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한 질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방에서도 증가된 비만환자의 수요에 맞추어 비만치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최근 한의계의 화두중 하나인 마황 사용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겠다. 한방에서 비만치료제로 빈번히 사용되는 마황은 에페드린 알칼로이드가 주요 성분이며, 이는 교감신경 활성을 통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입증되었다.

    그러나 마황 사용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는데, 불안, 과잉행동, 진전, 불면, 심혈관계, 신경계에 대한 자극 증상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심혈관질환, 중추신경계 질환, 신부전, 간염 등의 질환 발생도 보고되고 있다. 에페드린의 안전성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미국에서는 현재 건강식품에 에페드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최종판결이 내려진 상태이다. 한방비만치료의 단미로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마황의 사용에 있어서, 독성에 관한 일부 한의사의 인식이 부족하며, 안전한 사용 용량에 대한 기준 역시 정확히 설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중증 이상반응 발생보고들에서 마황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명백한 근거가 부족하고, 임상 연구에서는 경미한 이상 반응만 발생했을 뿐이라는 안전성을 지지하는 의견도 있지만, 중증이상반응 발생건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단기 복용한 경우에도 증상이 발생한 경우가 있으므로 안전성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는 실정이다. 이런 안전성 논쟁에 있어 마황의 과용을 막고, 약물에 대한 개체 감수성의 차이를 연구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방비만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체중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만으로 인한 대사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한방비만치료는 전인적인 병기의 분석과 자연의학적인 치료법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서양의학에 비교하여 장점이 있다. 비만의 원인은 자기통제와 환경과의 부조화, 유전적인 요인이 상호 작용하는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아야 하며, 심혈관계 질환의 증가 등과 같은 신체적 결과 뿐만 아니라 자존감의 저하, 사회 활동의 어려움,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결과도 초래하므로 비만치료는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정체관에 따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비만은 건강에 커다란 위험이 되지만 비만에 동반된 질환이나 다른 위험 요소를 먼저 치료하느라 비만치료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있다. 비만은 신체 내 대사 불균형을 초래하여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여러 질환을 발생시키는 주요 위험인자로, 비만 자체만으로도 염증성 질환으로 진행하여, 여러 위험인자로 될 수 있다. 합병증 및 질환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만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책이 될 것이다. 질병으로서의 비만을 인지하고, 적절한 치료 및 예방으로 현대의 새로운 위협에 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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