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회 아시아 배구 선수권대회’팀닥터로 참석
한국과의 시차 2시간의 아열대 기후 인도네시아.
배구 국가대표 선수단의 팀닥터로 최근 제14회 아시아 배구 선수권대회가 열린 그 곳을 다녀왔다.
팀닥터로서 여느 때와 달리 부담이 큰 경기였다. 아시아팀들간의 순위 매김은 물론 2007년 11월 대륙별 월드컵 대회 진출권과 2008년 5월에 개최되는 올림픽 예선 출전권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대표팀은 세계 선수권대회, 월드리그, 세계 유스대회, 아시아 유스대회,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등 파김치가 되는 일정을 모두 소화하느라 만성 피로에 쌓여 있는 상태였다. 팀닥터로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선수들이 특별한 부상이 아니라 컨디션 저조에 따른 경기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때 도핑에 대한 두려움, 약물이나 건강식품에 대한 거부감 등은 적극적인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팀닥터에게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장벽이었다. 평소에는 즐겨 먹던 음식도 비중이 큰 시합이면 거부할 정도로 선수들은 극도로 예민해진다.
시합을 앞두고는 활동범위 또한 현저히 줄이고 정신적 안정과 체력 회복에 최우선 과제를 두고 기계 같은 생활만 일삼는다. 매스컴 속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래서 팀닥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그리운 사람 곁을 떠나 승부의 세계에서 보내는 대표 선수로서의 10개월과 소속팀에서 보내는 2개월간의 국내 리그 등 빼곡한 생활 속에서 자칫 경기력 저하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 건강 관리의 포인트는 컨디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기후에 대한 적응 요령 및 음식 주의 사항, 필요한 영양분 섭취에 대한 조언, 청결 유지, 만성 피로에 도움이 되는 한약물, 체력 관리 및 유지를 위한 섭생 방법 등을 지시한 후 세밀하게 선수들의 컨디션을 살폈다.
단백질, 지방, 섬유질의 섭취에 대해 강조하고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칭을 통한 유산소운동 등을 강조하고 한약을 복용시키다보니 서서히 선수들의 체력과 피로도가 조금씩 호전됨을 느꼈다.
9월3일 중동강호 이란과의 첫 게임. 지난해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이겼던 팀이라 다소 부담스러운 경기였지만 선수들의 투혼으로 3:0 승리를 거뒀다.
두 번째 경기는 올해부터 아시아리그에 합류한 장신 군단 호주와의 대결이었다. 2:3의 역전패. 큰 손실이었다. 저녁 8시30분에 시작된 경기가 밤 11시 30분까지 이어져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다.
일본과의 세 번째 경기는 최악이었다. 한·일간의 자존심 싸움을 하기에도 버거울 정도였다. 감독이 용단을 내렸다. 훗날의 승리를 다짐하고 주전 선수들을 대거 교체했다. 결국 적절한 체력안배 덕분에 다른 경기들은 모두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5승 2패로 일본과 동률. 그러나 득실에서 뒤져 최종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대회 출전 자격과 올림픽 예선 티켓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고생에 따른 보람이 없다면 그 감동은 미약할 것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왜 팀닥터가 명예로울까’하는 의문이 해소됨을 느꼈다. 또 팀닥터는 체력이 받쳐줘야 할 뿐만 아니라 세심한 관찰력과 끈끈한 팀웍이 필요하다는 것도 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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