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띠풀이(上)

기사입력 2006.12.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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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은 동양의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를 이용하여 60갑자(甲子)계산법에 의해 60년 만에 한번 돌아오는 정해년 돼지의 해이다. 돼지는 멧돼지과의 육용가축이다. 비대하며 사지가 짧고 주둥이가 삐죽하다. 체질이 강하나 집돼지는 운동이 느리고 미련하게 보인다. 돼지의 품종은 약 90종이며 그 용도·산지·몸의 크기·털색 등으로 분류한다. 만물에는 각각 다소의 덕이 있다. 돼지에게서도 우리는 덕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돼지에 대해 몇가지 생각해 보자.

    1.돼지는 깨끗한 동물이다. 동물학의 권위자 켄트브리트의 기록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돼지는 가축 중에서 가장 깨끗한 편에 속한다. 돼지는 진흙 구덩이에서 뒹굴기를 좋아하는 더러운 동물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다.

    그들이 진흙탕 목욕을 즐기지만 사실은 다른 동물보다 깨끗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그들은 신체 구조 때문에 진흙탕을 피하려하지 않는다. 돼지의 피부에는 땀샘이 별로 없어 몸이 너무 더워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자동온도 조절장치를 갖추지 못한 돼지는 뜨거운 여름날에는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뒹굴어 자기 몸의 열을 내리게 한다. 돼지 주둥이의 생김새 자체가 흙을 들춰 내기에 적당하게 생겼고 돼지가 흙을 파헤치는 본능 또한 가히 놀랄만 하다.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최상급 검은 송로 버섯의 명산지인 프랑스의 페이리고르 지방에서는 옛부터 농부들이 돼지의 예민한 후각을 이용해서 귀중한 버섯을 찾아낸다.

    “따라서 돼지가 자연의 모체인 흙을 좋아하는 점으로 봐서 더러운 돼지라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흙냄새 물씬한 돼지’라고 부르는 편이 훨씬 타당할 것이다”(켄트 브리트)
    2.사람에게 유익한 동물이다. ①식용면에서:돼지는 다른 가축에 비해 지방질이 많고 고기의 풍미는 지방의 품질에 따라 좌우되며 햄·베이컨·소시지 등 저장용 가공품으로 처리된 것을 훈연하면 풍미가 좋은 식품이다.

    돼지고기는 특히 중국 요리에 많이 쓰인다. 사람과 돼지의 관계가 기록에 보이는 것은 중국 은나라 때로 사람은 약 3천년 내리 돼지를 먹는 습관을 익혔다. 한자의 집가(家)에는 움면( ) 밑에 돼지시(豕)가 있으니 돼지(豚)는 옛부터 질긴 연분이다. 중국에는 돼지가 2억마리 이상이다.

    3천년간 돼지를 요리한 중국인의 솜씨는 대단해서 중국요리의 약 8천가지 중 돼지를 쓴 요리는 그 25%는 된다고 한다.
    돼지고기는 까다롭게 미각을 따지는 사람에게도 만족을 주고 식욕도 돋구어 준다. 몸이 튼튼한 사람도 이것을 양껏 먹고 허약한 사람도 그 진하지 않은 국물을 싫어하지 않는다. 영국 문인 찰스 렘은 돼지고기 맛을 “맛 중에도 최고의 맛”이라고 예찬했다.

    과연 많은 동물 중에 가장 맛있는 고기를 제공하는 돼지인 것이다. 송나라 제1의 시인 소동파는 ‘저육송’에서 “황주는 돈육이 기막힌데 / 값은 진흙값과 같으니 / 돈 많은 사람 돌아보지도 않고 / 가난한 사람은 요리할 줄 모른다”고 읊었다. 그래서 그 자신이 돼지고기의 요리법을 폭넓게 개발하여 ‘돈피육’, ‘돈피포’라는 중국요리의 전통을 세우기까지 했다. 이 세상을 우육권, 돈육권, 양육권으로 대별한다면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돈육권에 속한다. 그러기에 귀한 자식놈을 돼지라 애칭하고 돼지꿈은 돈 꿈으로 여기며 돼지띠는 잘 먹고 산다느니 돼지에 대한 플러스 이미지가 형성된 유일한 나라인지도 모른다.

    ② 약용면에서 : 돼지고기를 ‘심장보익제’라고 한다. 돼지의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에게는 돼지와 같은 생명의 기운이 많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돼지에서 파생되는 각종 원료는 돼지 피(血)로 만든 합판용 접착제를 비롯, 500가지 이상에 달하는 제품에 쓰인다. 또한 돼지는 해부학상 인간과 매우 흡사하다. 돼지나 사람이 다 같이 잡식성인데다 소화기관이나 피부, 치아, 혈액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돼지에서 추출된 화학물질이나 내분비물은 인간의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당뇨병에 특효인 인슐린이나 혈액 응고 용해제로 쓰이는 헤파린, 갑상선 기능저하 치료제인 갑상선호르몬, 단절성 관절염이나 백혈병, 류머티즘열과 같은 질병의 치료에 쓰이는 ACTH(돼지의 뇌하수체에서 뽑아내 합성한 호르몬제) 등은 모두 돼지에게서 빼낸다(※돼지의 부산물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돼지가죽, 온갖 가축 중 유독 돈피에만 가죽 안팎으로 털 구멍이 뚫려 있어 다른 여느 가죽보다 특기성이 우수하다).
    박용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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