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협 박정용 법제이사
우리 한의계 내부에서도 진단기기나 치료기기의 사용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양진한치에 대한 거부감으로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복수면허자들도 또한 마찬가지로 양진한치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이에 대해서 더 강하게 비판하면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양진한치라는 말보다 근거중심의학으로의 편입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망문문절의 사진을 하는 것은 바깥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고 인체 내부의 상황을 유추하기 위한 학문적 체계에 바탕을 둡니다.
그러나 현대의 과학은 굳이 사진을 하지 않아도 인체 내부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있습니다. 내시경 CT, MRI, 초음파, 내시경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체내부에 대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 한의학이 이런 좋은 정보들을 외면해야 할까요? 한의학적인 이론이 없이 서양의학의 이론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양방진단기기의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직 법적으로는 그렇기에 한방적인 이론을 준비해야만 우리가 마음대로 써도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의료기기들이 처음 개발이 될 때는 다 이론적인 준비가 없이 사용되었습니다. 많이 쓰다 보니까 그 이론들이 정밀하여 지고, 체계적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한의사들은 먼저 근거중심의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에서 밝혀 놓은 진단법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의 병명분류법이 우리나라에서 진단서 발급의 근거가 되는 것이고, 법적으로 환자냐 아니냐를 가리는 기준이며, 세계 의학계에서 인정하는 분류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보고 있는 환자가 전 세계 누가 보아도 환자라고 인정할 만한 기준으로 환자라는 것과, 치료 후에는 그 질병이 치료되어 더 이상은 그 질병의 환자가 아니라는 근거를 내 놓아야 한의학의 안전성과 우수성, 유효성이 증명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환자에 대한 진단을 내리고 나서는, 우리는 다시 한번 변증을 해서, 그 변증에 따라 한방적인 치료원리로 한방적인 치료법을 사용해서 치료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진단과 치료의 근거들을 데이터로 축적해 나가다 보면, 당장은 서양의학의 진단과 분류법을 가져다 쓰겠지만, 변증과 체질에 따라 진단법에 변화를 주거나 세분화 시켜 나가면서 한의학만의 노하우도 쌓여 나가게 될 것이고, 그것이 학문적 타당성을 갖추게 되면 전세계적으로 한의학적 질병분류 체계도 조금씩 수용이 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쓰는 방법으로 그들이 환자라고 하는 사람들을 그들이 환자가 아니라고 할 때까지 치료해서 우리를 증명하는 근거로 내세우기 위한 방법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우리는 양진한치가 아닌 근거중심의학으로의 편입을 위해서 진단권 즉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보요구권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야 한의학의 객관화·표준화·세계화를 이루어 나가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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