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좋은 한약 생산만이 살 길이다”

기사입력 2005.05.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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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서울의 경동한약시장을 지나는 사람이면 ‘저것이 한약인가, 이렇게 처리하고 보관하고 가공하는 약으로 과연 내 병을 고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이상할 정도이다.

    정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한약규격집을 발행했고, 그 규격기준에 의거해 한약을 재배하거나 수입시에 개개 약물의 검사기준에 따라 안전성·유효성을 판단하고 시중에 유통시키므로 최종 소비자가 안전하게 이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바램일 뿐 현실은 너무도 거리가 멀어 규격품이래야 겨우 비닐 봉투만 씌워서 유통되는 것을 보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이러한 허점을 잘 아는 의사들은 최근 들어 부쩍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크게 대두시켜서 사회문제로 이슈화하고 있는 사실을 협회 실무진 몇 사람을 제외하고 일반 회원들은 전혀 모르고 지낸다.

    세상은 점점 더 극악해 가는데 어떤 악심(惡心)먹은 환자가 한약을 복용하다가 먹던 약에서 농약 중금속 용출되었다는 검사 결과를 들고나올 때 꼼짝없이 보상해 주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비록 농약이나 중금속 성분이 일반 농산물 중에 혼재해 있는 것을 우리가 나날이 먹고사는데 어찌 한약 속에서 나왔단 말이냐고 반문해 보았자 변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 중국에서 한약의 GAP-SOP, GPP, GLP, GMP 시스템을 구축해 전국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을 우리 정부에서는 뒤늦게 이 제도를 본떠 몇 가지 품목에 한해 GAP 재배한약을 늘려가는 중에 있다.
    지난 4월 무공해로 재배해 안전하게 약재를 공급한다는 중국 감숙성을 동호인과 함께 조사하고 돌아왔다. 여기서 우리가 뒤져 있다고 생각했던 중국의 약재들이 그 광활한 대지에서 생산되고 소위 GAP-SOP, GPP, GMP 씨스템 위에서 저장 세척 건조 포장단위가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들이 무공해로 중금속 제거한 약재를 공급하고, 동시에 유효성에 최대 관심을 기울이고 한약의 유효성분들에 대한 지표성분들을 모두 조사해 연구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흔히 후진국이라고 등한시했던 중국이 최근 들어 급성장하면서 중약 중의학을 국가 정책산업으로 밀고 나가 세계화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한 구석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근래에 와서 유난히도 한약의 유해성은 강하게 강조하면서 올바른 정책하나 내 놓는 것 없이 서로 입장 탓만 일삼고 있는 것을 실감하면서 개탄을 금치 못 하는 바이다.

    이런 난제를 개혁키 위해서는 우선 복지부 안에 한방정책국을 설립하고 식약청 안에 한약국을 두어서 시판 한약의 안전성·안정성·유효성을 업그레이드 시켜서 한약의 품질 향상으로 국민들이 안전하게 마음 놓고 치료 약물로서의 한약을 복용케 해야 신뢰와 공급이 원활하게 유지될 것이라 본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한약의 유통체계 관리를 더 이상 존속케 해서는 한의업계는 자연적으로 수년 내 자멸하고 말 것이라 생각된다. 명의가 아무리 체질을 잘 감별해 진단을 하고, 좋은 처방이 구성되었다고 한들 약이 오염되었다면 그 결과가 염려될 뿐이다. 한의사가 치료하는 근원적 치료는 침(針) 아니면 약(藥)인데 약이 신뢰를 상실한다면 진땀나는 일이 아니겠는가.

    현금의 우리 농민들은 국산 한약이라고 해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약효의 신토불이 사상으로 한 몫을 먹고 들어가고, 하나는 항상 중국에서 수입되는 한약이나 농산물만 농약이 검출되거나 중금속의 잔류성이 발표되었기 때문에 국산 한약은 안전한 것으로 착각하는데 이것은 자체 모순이다. 이런 감춰진 사실들이 드러나 국민의 신망을 잃어버리고 난 후 회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매번 되풀이 돼 공염불이 되더라도 한약 재배인들은 안전성이 그리고 유효성이 탁월한 한약을 공급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농림부에서 이미 시작은 부분적으로 하긴 했으나 GAP-SOP, GPP, 보험 한약은 GMP 시설 속에서 안전한 약물로 치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격한 통제, 즉 재배 전 단계에서부터 안전성을 측정하고 그 후에 약재를 선별 재배하면서 재배된 약물은 전량 계약 재배하여 농민에 수확을 안전하게 보장해 주어야 한다. 이 제도가 바로 미래 지향적인 GAP 사업이 아니겠는가.

    한약은 모양이 좋고 크며 본데가 있다고 효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값이 비싸다고 효력이 높은 것 또한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한약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우리 업계는 스스로 그리고 급격히 붕괴될 것이라는 염려 속에 안타깝고 가슴 아파서 몇 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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