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HF U-18 세게선수권 대회 우승을 하고나서 / 유니드 한의원 이환성 원장

기사입력 2005.04.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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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12일부터 20일까지 9일간 에스토니아 코흐트라 예르베에서 개최된 IIHF U-18 세계 선수권대회의 팀닥터로 2004년 12월 위촉을 받은 이후 선수단과 상견례를 하고 2005년 1월부터 합숙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2주에 1번씩 확인했다. 대회전까지 선수들의 몸 관리는 팀닥터로서 당연한 의무겠지만 우리팀은 1.5군을 8명 정도 여유 있게 뽑은 상태이므로 선수단 구성에도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그러한 관리를 통해 우리는 20명의 선수들과 코칭 스텝 6명 도합 26명의 선수단으로 3월12일 개최국 에스토니아로 향했다.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팀닥터인 나는 아이스하키 선수를 위한 스트레칭 자료와 경기 전 선수들의 심리적 상태를 극대화하기 위한 자료를 준비하여 대회일정에 맞추는 프로그램을 짜서 구급약 및 의료장비 완비와 더불어 나름대로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동행했다.

    우승을 목표로 참가한 이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 에스토니아, 네덜란드, 스페인, 세르비아 몬테그로(구 유고), 남아프리카 등 6개국이 디비전2, A조에 소속되어 리그전을 치르게 되었다. 대회 첫날 남아프리카와의 첫 시합. 가장 약한 팀이라는 안도감에서인지 선수들은 의외로 16시간이라는 여정에도 불구하고 몸의 피로와 근육의 긴장이 생각보다 덜했다. 결과는 22:0 이라는 경이적인 스코어 차이로 압승을 거두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선수들의 피로도 훨씬 덜하고 회복 또한 상당히 빠르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충만하다는 것이다. 대회 둘째 날도 비교적 손쉬운 상대인 스페인을 만나 8:1로 무난히 승리하여 2승을 확보했다.

    하지만 시합이 진행되면서 네덜란드와 에스토니아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 코칭스텝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자랑스런 대한 건아들은 네덜란드와 에스토니아를 각각 11:3과 7:2라는 스코어로 이겨 5전 전승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디비전 1로 당당히 입성하게 됐다.
    11일간의 일정이 이렇게 짧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매일 매일이 다음 게임에 대한 긴장과 그날 게임의 흥분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팀닥터의 선수들 경기력 향상을 위한 육체적·정신적 노력은 끝이 없어 보였다. 조금씩 부족함이 눈에 띄고 채워주지 못하는 미안함이 선수들을 대할 때 부끄럽고 안스러운 마음이 가시지가 않는다. 이런 반면 우승이라는 결과가 생김으로 인해 나도 한 몫은 했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에 지금까지의 고생 아닌 고생이 자랑스럽다.

    우승 후 가진 자축연설에서 우리 팀닥터는 다른 팀과는 달리 큰 부상없이 전 선수가 고른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관리를 잘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감독의 말에는 비인기 종목에서는 체계적인 선수들의 몸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또한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많은 분야의 전문가의 참여가 절실한 때이며 특히 선수들의 건강을 돌보며 경기력 향상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팀닥터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듯 했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고 임하면서 팀 닥터로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은 첫째, 단순히 치료의 업무가 전부가 되던 팀닥터의 업무 범위를 보다 세밀하고 체계화시켜야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육체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정신적 부분까지 겸한 관리가 요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의료인이라는 마인드에서 벗어나서 대회를 임하는 같은 경기인이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십 수년 같이 생활해 오던 선·후배 사이의 운동선수들의 마인드를 의료인이 같이 공유하고 나눌 수 있어야 경기를 위한 힘이 한 곳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운동인으로서의 의식 또한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회에 참석한 다른 누구보다 부지런 해야하고 선수들의 건강을 위해 물 한모금까지 관찰할 수 있는 꼼꼼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항시 코칭 스텝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많은 스포츠 중 매스컴에 각광을 받지 못하는 비인기 종목 중에서 의료인을 필요로 하는 종목과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체육인이 많다는 사실을 자주 접하지만 우리 한의사들의 봉사적 참여가 아쉬워 항상 문턱에서 주저앉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이러한 보고서를 기회로 다시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일년 중 한번쯤은 진료실을 벗어나서 봉사할 수 기회를 만들어 다른 삶을 한 번 접해 보라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새로운 의식이 생김을 느낄 것이고 한의사로서의 삶에 있어 신선함이 한번씩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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