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시련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 될 것”

기사입력 2019.06.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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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2217-16

    노태진 대한한의사협회 약무이사


    보건의료시스템 안에서 중요한 축 담당할 길 치열하게 고민해야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제제 발전 및 사용 확대 정책 필요
    북한 한약재 재배와 유통, 남한 접경지역 한약재 생산 기대

    대학원 공부하면서 바이오 벤처 연구원으로 잠시 일한 경험이 약무이사 직무를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노태진 이사.
    그는 다양한 천연물 기반 의약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 가운데 생약제제와 한약제제의 경계를 허물고 한의사의 의약품 사용범위를 생약제제, 중성약, 천연물의약품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다수의 한의사가 수용할 수 있는 제제발전과 제제사용 확대 관련 정책이 만들어 지기를 희망했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 커뮤니티케어, 노인·장애인 주치의, 더 나은 한약(생약)제제 사용, 첩약건강보험, 의료기기 사용 등을 통해 한의사는 정부의 보건의료 시스템 안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 노 이사는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토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다음은 노태진 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약무이사로서 그동안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사업과 성과는?
    의료용 대마 사용 확대운동을 추진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의료용 대마가 허용됨에 따라 뇌전증(드라베증후군, 레녹스가스토증후군), 항암환자의 구역 구토, 다발성 경화증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개정 법률에 비해 시행령 시행규칙이 협소하게 제정돼 환자들이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3월12일부터 자가치료용 대마성분 의약품 수입제도가 시행됐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한의의료기관에서 대마성분 의약품의 처방가능성에 대해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전초의 사용 또는 추출물의 사용에 대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토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품종과 추출방법에 따라 비교적 간단하게 THC 즉 마약성분(환각성분)이 거의 없는 CBD 오일을 생산하고 치료에 활용할 수 있지만 마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규제를 쉽게 풀지 못하고 있다. THC 성분 또한 치료에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비교적 안전하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적다고 여겨지는 CBD의 사용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국회토론회를 준비하면서,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강성석 목사로부터 환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조언을 들었고 안동시의 김문년 박사와는 대마산업 활성화 방안과 안전한 관리방법을 정리하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김호준 교수께서는 대마 관련 학술자문을 해주고 계신다. 모두 감사드린다.

    Q. 올해 중점 추진 사업은 무엇인가?
    첩약급여화가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여러 가지 걱정과 우려도 있지만 첩약의 급여화는 여러 가지 시대적 요구를 담아 한의학과 한의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과정이며, 국가보건체계 속에서 첩약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해 중점사업은 아니고 당장은 어렵겠지만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사업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학술적으로 고려의학과의 교류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에 약무 분야에서는 북한 한약재의 재배와 유통, 남한 접경지역의 한약재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Q. 첩약 급여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전한 한약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중요하다.
    한약재의 GMP제도 전면시행에 따른 관리를 강화하고 제도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무작위로 제조업소의 품목 약사감시를 시행 중에 있으며, 수입한약재 통관검사도 한의사 입회 하에 합동감시를 하고 있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함과 동시에 현실에서의 한약재 생산 공급의 어려움과 한계도 파악하려고 한다. 유통의 효율화와 규격 기준의 개선도 함께 추진해서 새로운 규격 기준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처방전 공개와 맞물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일반인의 임의조제다.
    급여되는 처방에 한정해 처방명과 용량을 제외한 약재명만 공개하려고 한다. 정부는 첩약급여와는 관계없이 조제한약 전체의 내역공개를 추진하려고 시도 중이다. 최근 복지부는 자문회의를 통해 한약재 목록, 규격품 여부, 원산지 정보를 우선 공개하는 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반인이 한약재 구입이 가능하고 임의조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첩약의 오남용 우려가 커서 협회는 약재명만 공개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임의조제의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용량은 공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한약의 사용이 더 중요하기에 처방내역 공개는 임의조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용량을 제외한 약재명 공개기준을 지켜 나가겠다.

    Q. 천연물 기반 의약품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고자 하나?
    생약제제와 한약제제의 경계를 허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불어 한의사의 의약품 사용범위를 생약제제, 중성약, 천연물의약품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는 대마에서 추출한 CBD오일도 포함된다. QC관리, 임상시험을 통과한 좋은 천연물의약품을 사용해 다양한 내과적 질환도 한의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제의 발전과 사용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우려가 있어 현재 논의가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회원들의 우려와 걱정을 충분히 고려해 다수의 한의사가 수용할 수 있는 제제발전과 제제사용 확대 관련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Q.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일까?”가 주된 관심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중 건강강의를 하면서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건강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다. 음식, 환경, 스트레스, 노화 등 많은 주제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잠’이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만연해 있는 수면 부족이 인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잠에 치유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잠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Q. 개인적인 인생 목표는 무엇인가?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던 시절 김형태 선생님의 도움으로 진화생물학을 진지하게 공부한 적이 있다. 생태계 내에서 바다, 땅, 공기, 다른 생명들과 함께 건강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한의학은 생태 생리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배웠다. 저의 인생 목표는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명현상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생물학, 수면의 치유효과, 장내 미생물, 운동과 명상 등 주류의학에서 소홀히 하기 쉽지만 건강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Q. 회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과 고통은 어떤 개인이나 단체 또는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생태적인 압력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생존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는 고도화되고 의료인은 늘었다. 빡빡하고 빈틈없는 무리들 틈에서 우리는 변화, 발전해야 하고 끊임 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바뀌는 의료 환경 속에서 한의사는 숫자가 적고 힘은 약하지만 작고 민첩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있다. 분열하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작지만 빠르고 강한 우리가 된다면 한국의료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몇가지 문제들은 한의사들에 의해서 개선될 수 있다. 만성질환관리, 커뮤니티케어, 노인·장애인 주치의, 더 나은 한약(생약)제제 사용, 첩약건강보험, 의료기기 사용 등을 통해 한의사는 정부의 보건의료시스템 안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해야할 일이 늘어나고 좀 피곤해도 우리의 역량은 늘어나고 영역은 확대될 것이다. 지금의 시련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토론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찬성, 반대는 상관없다. 가짜뉴스를 넘어 더 나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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