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서 소외된 청각장애인과 직접 소통하고 싶어 수화 시작”

기사입력 2018.09.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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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재능기부로 수화 가르치는 한상윤 한의사 -

    한의학, 장애인의 다양한 증상 포괄적으로 치료하는 장점 가져

    의료기관에 가면 환자는 의사에게 자신의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설명하고 의사는 진단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지금의 상태와 치료방법을 환자에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의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종일관 수화통역사만 바라봐야 하는 장애인 환자들이 있다. 의사 역시 환자가 아닌 수화통역사를 보며 모든 것을 설명한다. 환자와 의사가 눈빛 한번 제대로 마주치기 힘든 상황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라포가 형성될 수 있을까?
    평소 장애인 치료와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한상윤 한의사는 잠시라도 이들과 눈을 마주치며 직접 대화할 수 있다면 지친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재능기부로 직접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
    의료인의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인식 부족이 때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줄 수 있는 만큼 의료인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그는 장애인을 같은 인간으로, 환자로 대할 줄 아는 의료인이 많아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공공의료 분야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더욱 커져 장애인 진료에서도 한의계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다음은 한상윤 한의사와의 일문일답이다.

    1. 최근에는 일반 직장인을 대상으로 수화를 가르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평소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 동호회가 있어요. 그곳에서 우연히 제가 수화를 배웠고, 학교에서도 수화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별뜻 없이 지나가는 말로 했었는데 회원들이 하나 둘 수화를 배워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어요. 그래서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관심있는 분들을 모집해 보니 상당수가 모여 기초 수화 강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2. 수화를 배우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수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장애인 인권이나 봉사에 원래 관심이 있었는데 수화를 할 줄 안다면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수화통역사 하시는 선생님과 농아인에게 직접 수화를 배웠어요. 배워보니 정말 쉬우면서도 재밌고 유익해 수화 배우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수화를 저만 할 줄 아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수화를 할 줄 아는 한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모교에 수화동아리 ‘지담(指談)’을 만들었어요. 많은 선후배들이 즐거운 추억을 만들며 수화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3. 장애인 환자와 수화로 직접 대화하며 진료하면 어떠한 점이 좋나요?
    일단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의 경우 수화통역사를 대동해 진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통역사의 수가 제한적이라 매번 통역사를 대동하기가 힘든 현실로 알고 있어요. 설사 통역사와 함께 병원에 방문한다 해도 의료인은 통역사와만 대화하게 되죠. 실제 환자는 의료 현장에서 소외됩니다. 저는 만약 농아인이 환자로 오셨을 때 직접 수화통역사처럼 모든 대화를 수화로 소통하기는 어렵겠지만 한 두 마디라도 환자의 눈을 보며 직접 소통하고 싶어 수화를 배웠습니다. 의료인이 수화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는 사실만으로도 환자와 라포를 형성하기 용이할 것이고 당연히 치료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해서 수화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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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료하는데 필요한 수화를 배우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나요?
    일단 의료용어나 진단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일은 건청인들의 일반적인 대화를 하는 상황에서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의료인의 경험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수화로 대화하며 진료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는 것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단어 위주로 소통하며 수화를 어느 정도만 한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도 가능할 것입니다.

    5. 장애인 진료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인 치료에 한의진료가 갖는 장점은 무엇일까요?
    일단 각 분과로 나눠져 있는 양방 의원이나 병원과 달리 한의원에서는 언제나 환자 몸 전체의 균형을 바라보기 때문에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포괄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리고 틀에 박힌 진단과 처방이 아닌 개인 맞춤형 처방과 티칭으로 한의 진료가 장애인들에게 상당히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습니다.

    6. 많은 장애인들이 한의진료 서비스를 활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제도적으로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장애인 주치의 제도에서 한의사가 배제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앞으로 한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장애인들에게 의료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합니다. 공공의료 분야에서 한의사가 당당히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애인들 중에는 의료비 지원과 같은 실질적 복지 혜택이 필요한 경우도 많아요. 우리나라 사회 복지 제도가 개선돼 온 것은 맞지만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는 앞으로도 많은 개선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의료인 개인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라 하면 왠지 모르게 꺼려지고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뇌병변장애나 지체장애, 지적장애 등 장애에 대한 구체적 인식 부족과 무관심으로 의료인이 환자를 대할 때 알게 모르게 실수하기도 합니다. 그들의 의료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와 의료인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질문 이외에 남기고 싶은 말씀을 해주세요.
    장애인은 장애를 고쳐달라고 한의사를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똑같이 감기에 걸리고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아파서 옵니다. 그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서 함부로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도 옳지 못하고, 무작정 그들을 기피하고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똑같은 인간으로, 환자로 대할 줄 아는 한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장애인 진료에 한의계가 앞장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화를 배우면서 제 주변도 돌아보고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나름대로 소소한 봉사를 하며 지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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