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기사입력 2018.03.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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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참 불이 붙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서 한 후보가 “의사들은 의료인의 양심을 걸고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행해지는 한방진료 위험에 국민을 무방비로 놔둘 수 없다”라며 “정의와 양심에 따라 한의대를 폐지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모든 의료행위를 사라지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전한련 의장을 지내고 얼마 전 자퇴한 학생의 예를 들면서 “한의대를 4년이나 다니다가 정규수업에서 사이비 내용을 가르친다며 자괴감을 느끼고 자퇴를 선택한 글을 올렸다”라며 “한의학이나 한방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요즘 의사들이 양심적이기 때문에 존경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들에게 과연 정의와 양심은 있는 것일까? 그들은 스스로 과학자라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과학자는 아니고 다만 과학을 수단으로 응용하고 있는 의료인일 뿐이다.

    또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하는 양의학에는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불치와 난치병이 어찌 그리도 많은가?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양방으로 치료되지 않거나 불리한 수가에도 불구하고 한방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들은 양의학 못지않게 한의학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 양의사들의 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의식 수준이 우리를 참으로 당혹스럽게 만든다. 검도에서 대련할 때 高手에게 죽도를 맞으면 그냥 수긍하면서 정신이 바짝 들지만 下手가 휘두르는 죽도에 혹간 맞게 되면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과 흡사하다.

    2011년 ‘한의약육성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었다.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한의약육성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위원회가 한의약의 정의를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한방 의료행위 및 한약사’로 고친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유감”이라고 밝히면서 “한의사들이 현대의학 영역을 침범할 수 없도록 하위법령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당시 한의계의 로비나 제안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과학적으로’라는 표현을 추가하여 통과시켰었다. 이는 한의계가 현대 과학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발전을 이루고 그 혜택을 우리 국민들에게 돌려 달라는 지상명령인 것이다. 한의학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공격해놓고 막상 한의계가 과학적으로 발전하려고 하니 가로 막고 방해하는 것이 의협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2156-19-1매사에 성공적으로 잘 해나가는 개인이나 집단은 타자의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과 또 어떠한 협력을 이끌어내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둔다. 우리는 지금 양의계를 향해 그러한 성숙한 자세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 과학성의 수준을 따지자면, 양방이나 한방은 서로 오십보백보이다. 양의사들 역시 과학자가 아닌 의료인이기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과학적 태도를 가지고 의료 행위를 하고 있는가이다. 그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 과학지식체계도 지금의 최선일 뿐 어차피 완벽한 것은 아니고 언젠가는 반박되고 도태될 지식이요 기술이다.

    Maryland대학 메디컬센터의 홈페이지에서는 보완대체의학의 미래에 대해 “양의사와 보완대체의학자 모두 안전하면서 효과가 있고 저렴한 의료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최고의 보완대체의학과 정규의학의 통합이 미국 전역의 병원에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한의계도 보다 나은 의료를 창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관련 분야 최고의 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 대부분은 첨단 과학기술, 양의학, 중의학 등으로부터 올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임상가 한의사들이 나서서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의대 교수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서양 의약학이나 흉내 내면서 붕어빵처럼 찍어내기 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최적인 내용을 섭렵하여 우리적인 연구의 방법론을 개척해야 한다.

    엄청난 분량의 객관적 의학지식체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양의사들은 그저 주어지는 대로 따라만 가도 크게 어려움은 없다. 웬만한 병을 고치지 못해도 그 양의사 개인의 문제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양의 지식과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한의사들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한의학의 기본 이론과 임상지식 체계를 학습과 적용을 통해 철저히 자기화해야만 한다.

    예컨대 경락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그 경락은 12가닥이어야만 하는가? 또 과연 고리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순환적인 흐름인가? 그렇다면 실제 임상에서 침을 왜 철저히 경락 흐름에 입각하여 적용하지 않는가? 選穴을 위해서 과연 辨證은 필요한가? 등등.

    한의사들은 인체와 생명현상에 대한 한의학적 깨달음이 올 때까지 학습하고 熟考해야 한다. 동시에 두루 古今의 문헌과 최신 논문을 살피고. 그러다보면 문득 자신에게 통찰이 생기고 이를 다시 학계에 내어놓고 검증받고 수정하고. 이렇게 한의학이 조금씩 나아간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고대하는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한 장치가 없으면 궁극적으로 새로움으로 이끄는 결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장치가 갖추어진 경우에도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면서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새로움은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하였다.

    즉 아무리 좋은 설비와 장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보일 것이고 또 보려고 하는 강한 신념을 가진 자에게만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발견과 발명이 가능하다고 반세기 전에 이미 그는 예견했었다. 지금 전 세계의 과학기술계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첨단 기술과 도구들이 널려 있다.

    이러한 과학 기술과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한의학을 설명하고 발전시킬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이를 실제로 구현해낼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한의원에는 주로 어혈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생혈액분석현미경이 있다. 그것을 통해 우리 혈액을 보면 동그란 적혈구 외에 은하계의 별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미세한 물체들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그것들이 왜 암환자들에게는 적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많을까?

    그렇다면 그것은 병리적인 엑소좀은 아니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체일 것 같은데 과연 무엇인가? 인체에 비유하자면 그 물체가 초속 약 200미터의 빠르기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을까? 또 그 물체가 안에 DNA를 품고 있는 二重膜으로 되어 있다고 상상할 수는 없었을까? 이를 위해서는 전자현미경에 원자현미경은 기본이고 첨단 소프트웨어가 붙어야 하는데, 이렇게 가다 보면 생물학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사건이 일어난다.

    왜 과학이 존중받는가? 그 이유는 과학자의 태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의계 인사들은 삶 속에서 철저하게 과학적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행위에 자만하거나 사로잡히지 말고 스스로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그 대안 창출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의학은 어차피 그 자체 과학이 아니다. 다만 과학을 도구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은 인류 모두에 의해 만들어지고 또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의사들은 양의학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정한 법에 따라 과학을 이용하여 한의학을 발전시켜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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