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공공성 강화 없인 말라 비틀어진다”

기사입력 2007.12.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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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사 보건소장 임용 제한 철폐돼야
    시대 요구 따른 진료패턴 변화 필요
    정부에 한방 보장성 강화 촉구

    한방 건강보장 20년. 한방 공공의료의 현실은 어느정도일까? 지난달 30일 대한한의학회가 주관한 제11회 기획세미나에서 한창호 동국한의대 교수에 따르면 한방 지역보건사업은 2001년 9개 보건소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6년 기준으로 전국 177개 보건소에서 한방공공사업이 이뤄지고 있고 900여명의 한의과 공중보건의들이 근무 중에 있다. 한방건강증진 HUB보건소사업은 2005년 23곳에서 시작, 2007년 현재 35곳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방건강증진 HUB보건소에서는 중풍예방교육, 한방금연교실, 장애인·독거노인 한방가정방문진료, 사상체질교실, 기공체조교실, 한방산전·산후 건강교실, 한방육아교실 등 한방건강증진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한방공공보건인력은 2006년을 기준으로 군의가 28명, 공중보건의 984명, 국제협력의 3명이 배출됐으며 이들은 주로 의료소외지역, 낙후된 오지, 낙도 등 민간 한방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배치돼 한방지역보건사업 및 한방건강증진 HUB보건소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2005년을 기준으로 전체 공중보건의 5183명 중 한방공중보건의는 969명(18.7%)이었고 이중 보건소 350명(6.8%), 보건지소 533명(10.3%)인 반면 국공립병원에는 16명(0.3%), 민간병원 10명(0.2%)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무원임용시행령에 한의사 임용을 위한 시험과목이 규정돼 있지 않아 한의사를 특채 등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고용해야 하는 상황이며 의무직이 일반의무직과 치무직으로만 분류돼 한의무직이 세분화돼 있지 못한 상태다.

    또 지역보건법 시행령 10조의 보건소장 임용조항에서도 ‘의사의 면허를 가진 자’로 규정하고 있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면허를 가진 자’로 시급히 개정해야 하는 등 법적·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

    허영진 대한한의사협회 의무이사도 우리나라 국립병원 중 유일하게 국립의료원에서 한방진료부가 운영 중에 있지만 한방병원이 아닌 한방진료부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양방진료의 보조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의사 보건소장 임용 제한과 한방공공보건영역 전담 한의사 인력 수급의 한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허 이사는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를 한방병원으로 격상해 운영하고 현재 한방진료를 추진하지 않은 국가 공공의료기관에 한방진료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조속한 지역보건법시행령 개정 추진으로 한의사 보건소장 임용 제한을 철폐하고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의 일반 한의사 채용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우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근심사위원은 ‘한방의료의 국민건강보장 현황 및 발전방안’을 주제로한 발표에서 국민보장 분야에서 기여해야 할 많은 한방의료 영역을 확대하고 기존의 의료형태에 파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우 위원에 따르면 한방병원의 경우 한방병원 입원환자 구성 변화를 살펴보면 중풍치료 중심에서 근골격계 질환자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어 요양병원과 차별화로 급성기 질환에 대한 치료를 위주로 하되 한방치료의 특성상 만성기적인 환자의 유치를 위한 치료법 개발이 필요하고 요양병원이 말기환자가 입원한다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다소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자 및 후유장애자에 대한 한방병원의 역할을 찾아 적정한 수가를 개발, 틈새시장의 확보 방안 강구를 제언했다.

    한의원의 경우에는 비급여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 정립과 치료법의 객관화가 필요하고 근골격계 질환 위주의 한의원 진료형태에서 내과적 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과 홍보로 진료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한의과대학 및 협회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선우 위원은 “한방의료의 국민건강보장은 제도의 개선과 한의계 자체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질 때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동운 한양의대 교수는 공공부분으로써의 의료정책 방향을 공공분야 한방보건의료 확충 부분, 한·양방협진진료체계 구축 부문, 민간-공공 한방의료 연계부문, 평생건강관리체계 구축 부문 등 4가지 부문별 정책을 제시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공공분야 한방보건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를 국립한방병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각 지역공공병원, 보건소 등에 한방진료부를 설치해 관련 임상 및 사업인력을 배치함으로써 공공부문의 한방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 농어촌지역에서 실시되는 한방지역보건사업 프로그램을 다양화해 도시지역으로 사업대상을 확대해 가고 공공성 제고를 위한 건강보험급여 확대 및 의약분업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양방협진진료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한·양방 협진모형 개발 및 임상연구 활성화와 한·양방 협진 시범기관 운영 및 한·양방의료 상호 허용범위 확대, 대학 및 수련교육과정의 상호 교육 및 교류 확대, 협진서비스 제공 관련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한 교수는 “국민건강 관리를 위해 한방공공의료역할의 증진이 요구되며 이에 대한 구체화를 위해 각 부문별 내용은 의료수요의 증대와 인구고령에 따른 국민건강 관리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과 한방보건의료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한방의료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러한 정책내용들은 앞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방공공의료 확충의 내용 및 방향을 설정할 때 중요한 정책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유기덕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급여제도, 상대가치, 정률제 도입 등 3대 폭탄으로 인해 한의계는 긍정적 효과보다 나쁜 영향만 받음으로써 보장성이 강화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의원 문턱만 높아져 정률제 시행 이후 2달간 진료건수나 총액에서 10% 감소율을 보이고 있으며 2/4분기와 3/4분기 기간 중 200여개 한방의료기관이 줄어들어 전년대비 폐업률이 40%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회장은 “의료복지는 국가의 책무이자 존립 의무이며 한의학도 공공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말라 비틀어질 것이라는 생각으로 과거부터 활동해 오고 있다”며 “협회는 낭떠러지 끝에 서있다는 생각으로 정부에 한방 보장성 강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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