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 시대에서 인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
역사상으로 과거와 다르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사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간 생명을 괴롭히고 있다. 특히 가공된 음식과 탁한 공기와 물, 도시 속 인간성의 변질 등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생체질서는 교란·변형된 상태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무려 12만종, 매년 1000종 이상이 새로운 화학물질이 합성되어 나온다.
전세계의 연간 1인당 설탕 소비량은 56kg이며, 3000여종의 첨가제를 1인당 연간 5kg을 섭취한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각종 화학약품, 중금속, 전자파 등 예전에는 없던 것들에 의해 인체는 전혀 다른 질병 양상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과거와는 다른 질병들-컴퓨터단말기 증후군(VDTsyndrome), 만성피로 증후군(AI syndrome포함), 새는장 증후군(leaky gut syndrome), 환경호르몬질환, 새집 증후군 등-을 단순히 과거의 치료법으로 접근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우리는 현대문명과 오염된 환경 속에서 인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에 와 있다. 이제 환자의 보다 더 근원적인 치료를 위해 해독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치료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서(西)에서 바라본 해독이란
요즘 현 시대의 화두 중에 하나가 웰빙(well-being)이라 한다. 이것의 방법론을 사람들은 해독(DETOX)에서 찾고 있다. 서구 대체의학 중 해독요법에 대한 관심도는 의료인보다도 일반인들이 보는 해독 관련서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왜 이리 해독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해독의 중요성은 면역력의 회복 이외에 인체생리 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인체 내의 에너지의 쓰임새를 보면, 성장기의 아이들을 제외하고 일반 성인의 경우, 신체 에너지의 약 70~80%를 생명 유지를 위한 해독과정에 쓰고 있다. 해독은 먹는 음식(飮食)과 공기(空氣)의 선택과 양, 장(臟)내 흡수조절 능력, 흡수된 영양의 대사(代謝)정도, 독소(毒素)의 배출능력(호흡, 소변, 대변, 땀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단순한 의미의 해독이란 내 몸의 불필요한 유해한 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대개 노폐물이란 장기의 관점에서는 소화기관, 임파관, 혈관 등 관(管: tube) 내부의 노폐물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노폐물을 제거하고, 체액, 혈액, 임파액 등을 깨끗이 하는 것을 거시해독(macro detox)이라 한다면, 세포 단위에서의 해독 즉 인체 내의 활성산소, 항원물질, 항원항체물질 등을 제거하는데 효소와 미네랄과 비타민 등이 세포내 대사과정에 관여하여 처리하는 해독, 즉 영양소를 이용한 미시해독(cellular nutrition: micro detox)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독은 환경에서 발생된 노폐물뿐만 아니라 신체의 모든 기관과 체계의 활동과정에서 생성된 잔여물질을 다룬다. 신체가 처리하는 모든 분자는 자신의 역할을 한 후에 제거되는 세밀한 정제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해독은 종합적이며 창조적인 활동(분해보다는 합성으로)이다. 예를 들면, 단백질 신진대사에서 남는 암모니아, 내분비 체계에서 더 이상 필요치 않은 호르몬, 신경체계의 사용되지 않는 신경전달물질, 면역체계의 부산물 등과 같은 미세분자들이 몸 밖으로 안전하게 배출될 수 있도록 변화하는 모든 과정을 일련의 해독과정으로 볼 수 있다.
동(東)에서 바라본 해독이란
동의보감 해독문에서는 충독(蟲毒), 식독(食毒), 악균(惡菌), 약독(藥毒) 등의 치방을 다루고 있는데, 중독(中毒)이라는 협소한 해독의 의미로써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옛 의서(醫書), 즉 편작심서나 본초에서 다루는 해독을 통해 해독의 의미를 축소한다는 것은 오히려 진정한 해독의 뜻을 간과할 수 있다. 동양의학의 핵심은 음양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전일(全一)적으로 생명을 영위하여 자연과 내가 하나되도록 하는 의학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해독이란 생명체의 영속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정중의 하나로 인식할 수 있다.
해독이란 독소를 제거한다는 의미를 갖지만, 실상 독소의 의미를 확대하면 나 아닌 다른 상대를 말하며, 이들을 동화(同化)시키고, 한편으로는 제거(除去)하면서 생명을 영위해 나간다.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극(相剋)을 받아야 하며, 생(生)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적절한 극(克)은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극(克)의 목적은 생(生)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의미에서는 살기 위해서, 내가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 적절하고 유익한 독소를 받아들이고 인체 내에서 생산하는 부산물을 배출하면서 나를 영속시켜 나간다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장내의 세균총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8:2정도로 평형을 이뤄야 건강한 장이 유지되며, 백신을 통해 면역력을 기르듯이, 또한 적절한 스트레스는 인체를 오히려 건강하게 하는 것처럼 독은 잘 쓰면 약이 된다는 옛말이 바로 해독의 뜻을 대변한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해독은 철학적으로 독소를 제거하는 과정 즉 해독과정을 통해 나를 확인하며, 생명체임을 확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의학의 새로운 지평선, 해독요법
오염된 환경 속의 현대 질병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의 병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현 질병들은 과거 치료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이치를 궁구하고 변증(辨證)하여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담아 치료를 할 수는 있으나, 병의 뿌리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이라는 요소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항에 물이 썩었는데 물고기만 꺼내 치료해봐야 다시 어항에 물고기를 넣으면 또다시 병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해독요법은 환자 치료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앞으로 해독치료를 통한 치유는 생명의 불씨를 틔우는 치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또한 현대 문명 속에서 현대인들의 생활을 해독의 관점에서 체크해보면, 해독을 몸의 독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우리에게 있어 과거 선인들이 제시한 양생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진정한 해독은 식생활의 점검, 운동, 수면, 정서관리등 생활 전반에 걸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데 있다. 이제는 환경과 해독, 면역과 해독, 예방의학과 해독 등 다각도로 해독에 대한 한의계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며, 이를 우리들의 영역내로 끌어안는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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