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과 위기 극복, 협회와 학회여 분투하라”

기사입력 2007.09.1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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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9월 한의원 경영 위기 상황 더욱 심화

    ‘엄살만은 아니다’… 개원가 보편적 인식

    위기의 해결책은 간명… 원인을 제거하라

    학술·임상논란… 학회의 적극적 개입 필요

    근래 한의원 경영이 매우 힘들어지고 있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 글을 쓰는 본인 역시 최근 3개월간 매우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7월 말에서 8월 초 여름휴가 기간 동안의 어려움은 통상적인 한의원 불황기간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도 불황이 심했다.

    이같은 한의원 경영 위기 상황은 8월말에 들어서 더욱 심화됐다. 전통적인 한의원 호황기간이라고 하는 9월 역시 벌써 중순을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고 있다. 오히려 8월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원 6년간 일일 환자 30명이 5명으로

    구체적이고 공신력 있는 자료는 8월 보험진료비 집계가 공식 발표돼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략 20~30%까지 또는 그 이상의 감소를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한의사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에는 “평소 개원 후 6년간 일일 진료환자 30여명을 유지했었는데 최근 보름간 5명을 넘어보지 못했다”는 참으로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결코 ‘엄살’만은 아니라는 것이 현 개원가의 보편적 인식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저마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한의사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하라”, “환자에게 더 잘 해줘라” 등등의 조언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 상황은 한의사 개인이 노력해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말 그대로 ‘기근’ 상황임에 틀림없다.

    현 상황의 이유로 언급되는 몇 가지를 정리하면, △사회 전체적인 장기간의 경기 침체 △양방과 매스컴의 네거티브 한약 공격 △양방에서 물리치료, 각종 주사 및 진통제 처방과 함께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침시술 △양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본인부담금이 높게 인식되는 보험진료비 본인부담금정률제 시행 △현실적으로 양방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의료급여제도의 변경 등이다.

    또한 △각종 프랜차이즈 한의원들의 고가 치료비 전략과 그에 어울리는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에 기인한 한방치료와 한의사들에 대한 불신 증가 △한의원마다 원인과 치료 방법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한의사 불신 △전통적인 한방 우세 영역이었던 각종 보약제나 요통 등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 등에서 건기식이나 식품, 양방의 수술 전문 병원 등에 밀리고 있는 실정 등이 개원가의 위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의사들의 지속적인 공급에 비해 한의사들의 진료 환경이나 진출 분야가 넓지 못함에서 오는 한의원 과잉 △대형 한의원들의 과대 홍보 및 각 지역 분원 설치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심화 △한의계 주변 돌팔이와 한의사를 통한 각종 불법적 치료행위에 의한 부정적 인식 확산 등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방 폄하, 돌파이 행태 강력 척결

    이렇게 언급되는 현 위기의 처방은 오히려 간명할 수 있다. 원인만 제거하거나 혹은 보완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눈에 보이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은 양방과 매스컴의 한방에 대한 부정적 공세에 대한 대책과 함께 한의계 내외의 돌팔이 척결이다. 본보기를 정해 제대로 된 한판 싸움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겉으로 드러난 원인들의 이면에 숨은 공통적인 진짜 원인은 한의학의 정의와 기준이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의학의 정의, 한의사들의 역할과 권한이 확실하지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의학에 대한 침탈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의 책임이 아닌 문제에 대한 책임까지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떠맡아야 하는 꼴이 되고 있다.

    양방과 매스컴의 각종 비방에 대해 학술적으로 강력하게 맞서는 학회를 보기 어렵다. 한의계 내에서 각종 학술적 혹은 임상적 논란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신력 있게 답안을 제시하여 사태 해결에 나서는 학회를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것이 우리에게 닥칠 시련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임을 예상케 하고 있다.

    한의계 안에서 몇 해를 두고 시비의 대상이 되던 사안들에 대해 학회가 과감히 개입하여 답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함으로써 결국 외부의 힘으로 문제가 드러나고, 결국은 전체 한의사들이 한 순간에 누명을 뒤집어 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의사들은 이런 위기에 대해 한의협의 분투를 촉구하고 있다. 당연히 한의협에서 이같은 회원들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게 할 수 있는 방안들, 맞서 싸울 방안들을 찾아야겠지만,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기초에는 한의학회의 무력함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진단 객관화와 용어 통일작업 진행

    일단 진단과정의 객관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각 학회가 소관 질환 단위의 진단 객관화와 용어 통일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런 기초가 없이는 그 무엇도 한의계를 구해 줄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작업을 못한다면 아예 학회를 포기하는 것이 더 낫다. 그래서 기존 인적 구성을 혁파하고 다른 이들이 학회를 다시 구성하게 하든지 아니면 학회에 대한 기대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한의사는 그저 자력갱생일 뿐이며 각자 알아서 먹고 사는 게 정답이다”라고 선언하여 주기를 차라리 부탁드린다.

    현재의 위기 속에서 한의원의 매출이 올라가고, 환자 수가 늘어가기를 바라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갈구하고 소망하는 것은 협회와 학회의 분투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고 멸시하는 자들에게 우리의 대표자들이 논리적으로 또한 학술적으로 맞서서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을 보고 싶다. 아니면 힘과 배짱만으로라도 우리가 살아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또한 협회도 협회지만, 학회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하여 주지 못한다면 개원가 한의사들에게 “일단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정서는 더욱 팽배할 것이며, “돈만 모이면 이 바닥 뜬다”, “내 자식은 절대 한의대 안 보낸다”, “지금이라도 한의대 가지 말라고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참으로 비통한 주장들이 현재보다 더욱 공감을 얻게 돼 멀지 않은 시일에 그런 운동의 현실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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