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자’ 대량 생산, 그러나 쌓이는 ‘재고’
안전한 약재 사용만이 국민 신뢰 회복 단초
한의협 전국이사회 때 기타 의안으로 한 건의 긴급한 사안이 제안되었다. 옴니허브 허담 대표로부터 옴니허브가 지자체와 더불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GAP인증 한약재 ‘오미자’와 ‘황기’의 판매 촉진에 관한 협조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농사를 조금이라도 지어본 사람이라면 농약을 치지 않고 뭔가를 재배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싹이 올라오는 그 순간부터 벌레들의 집요한 공격으로 잎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급기야는 채 자라지도 못하고 말라죽고 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뿌리를 사용하는 약재는 굵어지지도 않아 도저히 상품이 되리라 말하지도 못한다. 열매나 화류 역시 벌레나 진딧물 때문에 속이 터져 그냥 바라볼 수가 없다는게 생산농민들의 공통된 호소다.
최종 생산물 판매 보장과 확신이 중요
토양이 지력을 회복하고 뭔가 소출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3~5년간 수확을 포기하고 꾸준히 지력 회복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기농이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GAP 즉, 우수농산물 관리제도는 이런 농업 현실로 보았을 때 그나마 안전한 한약재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어쩌면 GAP제도는 농업 현장에서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각종의 여건들을 조사하고 그 위해요소를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모두 믿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재배환경에서의 위해, 사용되는 농약의 종류와 그 잔류성의 부분, 약용부위와 채취시기에 따른 농약 사용의 조절에서부터 건조·포장시까지의 안전성 등 각각의 과정마다 그 부분에 대한 위해성을 조사하고 그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 매뉴얼화 되도록 관련인들을 꾸준히 트레이닝해 나가는 함께 만들어 가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 제도가 정착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필요하고 참가하는 농민들의 의욕과 열정도 아주 중요하다. 특히 소비자들의 최종 생산물의 판매에 대한 보장이나 확신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 된다.
어렵고 귀찮은(?) 과정을 수행하고도 최종적으로는 안전성에 관한 실험검사를 마친 후 인증이 되는 관계로 GAP 농산물 및 한약재는 관행농법으로 재배된 것보다 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부대비용 증가로 재배 자체를 꺼린다
실제로 참가하는 농민에게는 부대비용의 증가로 인해 수입은 증가하지 않고 부수적인 일만 많아지기에 판매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누구라도 꺼리게 마련이다.
만약 소비자가 생산물에 대한 안전성에 큰 가치를 두지 않고 가격 인상과 외형상 조금 못한 부분을 탓만 한다면 GAP는 힘을 잃게 마련이다.
허담 대표에 따르면 옴니허브가 경북 문경의 GAP오미자와 충북 제천의 GAP황기에 대해 전량 구매계약을 체결하였던 부분도 이 부분에 대한 소비자인 한의사들의 참여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농촌의 현실 및 가파르게 올라가는 중국 한약재의 가격 인상과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안에서도 GAP한약재의 정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좋은 뜻으로 뛰어든 한약재 GAP 사업이 결과적으로 GAP 한약재의 판매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산지의 창고에 많은 양의 재고만 남기게 된 것이다. 판매가 부진한 것을 알게 된 많은 농민들이 GAP 참여를 꺼리게 되면서 올해의 GAP사업은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족하는 한약재를 만들기 위해선 무조건 검사기준만 높인다고 능사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허 대표에 따르면 옴니허브가 중국 오지의 한약재 산지를 조사하고 다닐 때 그 지역사람들은 외국인이 오지를 찾아서 약재의 재배환경과 그 지역의 특산 약재를 묻는 것에 신기해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몇해 전에 일본인들이 찾아와서 조사하고 재배해 간적이 있다는 말을 꼭 덧붙인다. 일본이 한발 빠르다는 것을 순간 실감했다고 전한다.
안전 한약재 확보가 한의학 리스크 최소화
한의학의 리스크가 최근에 급부상하고 있는 한약재의 안전성에 있다면 방법은 산지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산지의 농민과 함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개선이 그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학습시킬 때 최소한 식품보다는 훨씬 더 안전한 약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관련 지난 전국이사회에서 경북한의사회 박인수 회장은 “GAP 인증 한약재로 재배 추진된 문경 오미자와 제천 황기가 실제 소비 저조로 고품질 한약재 생산에 관한 국내 생산 농가의 의욕이 저하되고 있어 향후 안전하고, 양질의 한약재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힘들어 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옴니허브의 경우 ‘오미자’를 600g의 판매 희망가격을 시세보다 한참 낮춘 2만3,500원에 보급을 하려하고 있으나 재고량만도 3만근에 달하는 등 한약재 신뢰 회복을 목적으로 추진한 사업이 옴니허브 운영 전반에 걸친 ‘위기’의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박인수 회장은 “이 문제는 어떤 회사를 살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한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켜 나가야 하는 한의계의 중차대한 과제와 직결된 문제”라며 “우리가 안전한 약재, 믿을 수 있는 약재를 사용하는 만큼 국산 농가의 재배 의욕 고취는 물론 한약에 대한 불신을 가졌던 많은 소비자들을 다시금 한의원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는 원재료 장사가 아니다. 하지만 질병의 치료와 예방이라는 본업에서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원재료에 발목이 잡혀 본래 해야 될 일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제 소비자인 한의사들이 선택할 때가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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